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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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36: 문화와 사상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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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30 ㅣ No.703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36) 문화와 사상과 교육


이성과 과학으로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다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친구를 불러내어 귀엣말로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만민에게 담대하고 장중하게 선포되어야 할 기쁜 소식이다.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마태 10,26-27).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복음이 전달되지만 우리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이 막중한 사명을 생각해야 한다. 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문화 자체를 복음화한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음의 그늘 아래서 살게 될 것이다. 그 어떤 말보다도 힘 있는 증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문화의 복음화’에 대해 강조했다.

 

 

이성과 과학과 신학의 만남 

 

‘문화의 복음화’라는 용어, 간단치 않은 말이다. ‘문화’는 인간 삶의 총체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직업적인 전문가 집단과 과학계와 학계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도 문화의 복음화입니다”(132항). 

 

문화 예술계의 복음화도 말할 수 있겠지만, 교황은 인간의 이성의 결과물인 학문계의 복음화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그곳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신앙과 이성과 과학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만남은 믿음의 근거를 다루는 대화, 즉 신빙성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성을 통한 학문의 발전과 과학의 진보는 신학과 또 다른 차원의 깊은 대화를 가능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신앙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외침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다. 교황은 이와 같은 작업을 모든 이가 복음을 경청하도록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논의 자체는 ‘근원적인 호교론’(apologetica originale)이 된다고까지 표현했다. 이성과 과학과 신학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듣도록 만드는 기회가 되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복음의 가치와 그 내용의 참됨을 입증하게 된다는 것이다. 

 

‘호교론’(護敎論) 혹은 ‘호교학’(護敎學)이란 무엇인가? 가톨릭 대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종교의 가르침을 설명하고, 증명하기 위한 학문. 특히 그리스도교, 그중에서도 로마 가톨릭교의 수용(受容)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반론과 의문에 대하여, 이성에 입각해서 교리에 그릇됨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다. 호교학은 기초신학으로도 불린다. 그리스도교의 계시가 믿을 수 있다는 것을, 기적적인 현상이나 편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에 근거하여 증명한다. 호교학은 신학의 한 분과다. 하지만 신학이 하느님의 계시를 교리의 내용으로 연구하는 것이라면, 호교학은 그리스도교의 권위를 확인하기 위해 그 증거의 참다운 가치를 외부에서 고찰하는 것이다.” 

 

신학자들의 과학계와 학계와의 만남과 대화, 그들과의 적극적 교류는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호교론’이 된다는 것이다.

 

 

학문을 복음 선포의 도구로 

 

교황은 학문과 과학이 복음 선포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우고 있다. 이성의 결실인 학문과 과학의 궁극적 목적은 진리 탐구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내용 모두는 진리로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학문과 과학의 진보와 발전은 더욱 분명하게 진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에, 학문과 과학 역시 복음 선포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성과 과학의 일부 범주가 그 메시지 전달에 활용되면, 그 범주들은 복음화의 수단이 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복음 메시지 전달에 무엇이든 한 번만 쓰이면, 그 자체가 구원될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세상을 밝히시고 쇄신하시는 데에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132항). 

 

여기에서 교황은 ‘신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기초 신학’은 다른 학문과 인간 경험과의 대화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말했다. ‘사목 신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학자들 전체는 ‘복음화’를 늘 염두에 두고 학문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좁은 탁상에서 펼치는 신학’, 즉 탁상공론으로 그들의 학문은 전락하고 만다. 특별히 가톨릭 대학교는 이 모든 것을 펼치기에 탁월한 환경을 지녔기에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자원임을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30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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