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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예수고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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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2-14 ㅣ No.52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예수고난회 (상)

 

 

창립과 영성

 

예수고난회의 창립자 십자가의 성 바오로(1694∼1775)의 영성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사랑(The Creucified Love)'이신 그리스도께 집중돼 있다. 이 영성을 살아가고 있는 예수고난회는 그런 면에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지금 여기에서' 생활과 사도직으로 증거하고 선포한다.

 

모든 영성의 핵심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지만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수도회 회원 생활의 전체적 수덕적 의미, 기도와 가난의 목적,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에 찬 봉헌 의미를 '하느님과의 신비적 일치'로 보았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야말로 그 일치의 문(the godly door)이라는 입장에서 그분을 통해 그분의 인성에 일치할 때만 하느님과의 만남은 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탕 안에서 하느님과의 일치,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 두 축은 십자가의 성바오로에게 '하느님과의 현존'과 하느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고난의 기억'(memorial Passionis)이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자주 예수 그리스도를 단순히 '십자가에 못박히신 사랑'이라 불렀는데 이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의미할 뿐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에 깨어있는 현실, 즉 자신의 외아들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주신 하느님 사랑에 대한 묵상을 의미한다. 그는 하느님 현존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곧 성자 예수그리스도와의 일치, 성령께 대한 온유함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때의 성령은 교회의 '기억'으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으로 하느님 현존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들을 배경으로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수도회 목적을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되는 기도의 사람, 이를 따른 이들에게도 가르치는 기도의 교사가 되는 것임을 확고히 했다. 이들에게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는 예수 고난에 대한 '은혜로운 기억'을 통해 보다 쉽게 얻어지며 예수 고난이야말로 하느님 사랑의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사업이며 영혼의 회개와 완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예수고난회원들은 다른 수도회와 달리 정결 청빈 순명 3대 서원 외에 네 번째 서원, 즉 '예수고난에 대한 헌신'의 서원을 하는데 이는 예수고난에 대한 '은혜로운 기억'을 증진하도록 위임된 것으로 고난회원들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의 살아있는 기억이 된다는 것을 전제하는 의미이다.

 

회원들에게 이 네 번째 서원은 모든 영성과 사도직 활동의 단일화되고 역동적인 원리로 작용하고 있으며 고난회 영성의 특성들을 태동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예수님의 고난 안에서 사랑의 정점을 발견하였고 고난을 통해 드러난 사랑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고 가라앉게 만들고 우리 스스로를 슬프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치유하고 살리고 자유롭게 하는 바다처럼 우리를 젖어들게 하는 생명수임을 역설했다.

 

이 생명수는 삶의 체험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현존 안에 깊이 맛들임으로써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체험한 사람, 또 체험하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이요 선물이라는 것이다.

 

예수고난회의 창립은 1720년 십자가의 성 바오로가 26세되던 해 내적 평화와 깊은 잠심 중에 성모님이 입고 계신 '가슴에 흰 십자가가 있고 그 밑에 예수님의 이름이 하얀 글씨로 쓰여진 수도복'을 본 후 구체화되었다.

 

바오로는 이후 40일간의 피정을 통해 영적 일기와 고난회 첫 회칙을 작성하였는데 수도회 창립 이전에 이미 회칙이 마련된 것은 수도회 창립 역사안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로 전해진다.

 

수도회는 여러 어려움을 겪은 후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1741년에서야 교황 베네딕도 14세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교황은 회칙을 인준하면서 "교회에서 제일 먼저 설립되었어야할 성격의 수도회가 이제야 설립되었다"고 엄숙히 선포했다. [가톨릭신문, 2002년 10월 27일, 이주연 기자]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예수고난회 (하)

 

 

예수고난회는 피정사도직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도직 활동

 

예수고난회가 사용하고 있는 이 표어는 역사적으로 1736년 8월 9일이 그 시작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창립자 십자가의 성 바오로가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뚜렷치 않지만 십자가의 성 바오로가 그의 생애 내내 사용했던 것임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예수고난의 신비가 우리 가운데'란 표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1741년 교황 베네딕도 14세에 의해 창립된 예수고난회는 이후 1771년 5월 3일 '예수고난 관상수녀회'를 설립함으로써 십자가의 성 바오로 영성을 넓혀간다.

 

1775년 10월 18일 선종한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수도회 창립자 설교가 신비가로 가난과 참회 그리고 고독 가운데 생활하면서 기도를 통해 체험한 십자가의 신비를 말과 행동으로 선포한 성인으로 자리잡고 있다(1867년 6월 29일 시성).

 

창립자가 수도회의 사도직을 통해 의도하는 것은 자신이 체험하고 생활하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다른 이들과 더불어 나누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고난회원들이 '기도의 교사'가 되기를, 수도원은 '기도의 학교'가 되기를 원했다. 예수고난회의 고유한 사도직으로 정착되고 있는 '순회설교(Mission)'는 이러한 창립자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

 

초기의 순회설교는 주로 묵상법을 가르쳤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요즘의 피정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순회설교는 시대적 변천에 따라 '피정집'을 통한 피정 사도직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면에서 한국 예수고난회는 창립자의 정신과 영성을 현 시대안에 잘 보전하고 적용하고 있는 지역에 속한다. 여전히 '피정 사도직'이 중심 사도직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고난회의 한국진출은 1964년 광주대교구장 현 헤럴드(H. Henry) 대주교가 미국 시카고 성십자가 관구장 제임스 화이트 신부에게 회원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로써 같은해 9월 15일 성십자가 관구 소속 마라이문도(Raymond Mcdonough C.P) 신부와 오멜리 신부가 선교사로 도착했다. 이들은 벌교본당, 보성본당 및 대건신학대학교에서 활동하였으며 69년 광주 화정동에 피정 센터가 마련된 후에는 광구교구 사제들의 도움으로 피정 사도직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1977년 두번째 피정집인 서울 명상의 집이 개원하면서 한국 예수고난회의 피정 사도직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피정 사도직과 함께 영적지도 상담 본당사목 해외선교등을 시도하고 있는 예수고난회 한국관구는 모든 사도직을 기본 영성인 '고난의 기억'과 깊숙이 연결하고 있다.

 

본당사목의 경우 전국에서 여건이 열악한 본당을 우선적으로 선택, 교구측에 사목을 자원했으며 또한 서울 명상의 집에서 연간 네 차례 이상 불우한 이들을 위해 무료 피정을 실시하는 것 등이 그런 맥락이다.

 

서울 광주 명상의 집은 매월 첫 금요일에는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는 '개방의 날'을 열고 이날 명상의 집을 찾는 이들에게 모든 시설과 편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성직자 수도자들에게는 매월 첫 월요일을 개방의 날로 마련하고 있다. 서울은 내년에 알콜중독자들을 위한 피정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 예수고난회는 2001년 현재 6개의 수도원과 공동체(서울 우이동.돈암동, 강원도 양양, 청주 척산리, 광주 일곡동, 제주 표선리), 2개의 피정집 (서울 명상의 집, 광주 명상의 집)이 있으며 제주 표선본당과 중국에 각각 공동체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공동체는 지난 2000년 세명의 회원을 파견함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중국 공산화가 진행되기 이전인 100여년전 예수고난회원들이 중국 땅에 뿌렸던 전교 열망을 계승 재현키 위한 시도로써 현지인들 대상의 선교가 주 목적이다. [가톨릭신문, 2002년 11월 3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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