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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본당 사순특강: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친교(코이노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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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5 ㅣ No.302

명동본당 사순특강 (3)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친교(코이노니아)

 

 

회심(메타노이아)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전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 하느님과의 화해로 새로운 사람이 된 우리는 이제 이 세상 안에서 화해의 도구로서 그 직분을 실천하게 됐다.

 

회심은 새로운 관계 맺음, 즉 새로운 친교(코이노니아)를 가능케 한다. 친교에는 수직적 친교와 수평적 친교가 있다. 수직적 친교란 하느님의 영과 나의 영이 통교하는 상태를 말한다.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인도로 나의 영이 하느님의 뜻을 향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상태이다.

 

성령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휴먼 빙’(human being)이 아니라 ‘휴먼 비커밍’(human becoming)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를 따라 성장해 나가는 ‘되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령께서는 참으로 우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굴해 주시고 이를 현실적인 힘으로 바꿔 주신다. 그러므로 하느님과의 친교는 정체된 상태가 아니라, 성령 안에서의 역동적인 쇄신과 성장을 의미한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과 구원 은총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시는 친교와 일치의 원리이다.

 

내가 인간적인 힘으로 하느님께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나에게 다가와 주시는 은총이 성령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로 이것이 미사경문 시작 부분에 채택된 성경 말씀의 의미이기도 하다.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미사 통상문」의 시작 예식 중에서).

 

이러한 하느님과의 수직적 친교는 성령을 통해 수평적 친교로 전환된다.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 즉, 수직적 친교를 이룬 사람들의 수평적인 공동체가 교회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그 이전의 교계제도 중심적 교회관을 새로이 보완하고 넘어서는 친교의 교회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교회 헌장」을 통해, 내적으로는 영적 친교를 이루며 이 친교가 외적으로는 가시적 조직과 제도로 표출되는 성사적 교회관이 등장하게 됐다. 성령께서는 육화 사건을 통해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결합하는 원리로 작용하신 것처럼, 이제 교회의 내적인 차원과 외적인 차원, 비가시적인 영적 측면과 가시적인 인간적 측면을 결합하는 친교의 원리로 작용하신다.

 

성령론적이고 또한 교회론적 관점에서, 영적인 측면과 인간적ㆍ제도적 측면의 결합을 바로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은사와 직무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카리스마)는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성령께 받은 은사를 통해 우리는 교회에 봉사하는 구체적 직분을 얻게 된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1코린 12,4-7). 

 

그래서 은사를 받는 이들은 참으로 겸손해야만 한다. 은사는 본질적으로 교회론적 친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은사는 바로 친교 안에서 참되고 신비로운 열매를 맺는다”(130항)고 말씀하신다.

 

교회 안에서 직무를 받은 이가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아직 은사를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성령께 간절히 기도하면 된다. 교회의 친교와 봉사를 위해서라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필요한 은사와 능력을 우리에게 부어 주실 것이다. 그것이 친교와 일치의 원리이신 성령께서 이루시고 섭리하시는 신비로운 역사이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13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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