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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정신분열증 앓는 남동생… 가족심리치료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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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16 ㅣ No.29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3)



질문) 정신분열증 앓는 남동생… 가족심리치료 원해

제 남동생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고, 다중인격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2달 전에는 자살시도도 했어요. 5년 동안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끔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답답하다며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제 동생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 이유는 가족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저와 동생에게 필요할 때만 자기 식으로 사랑을 줬고, 부모님은 오랫동안 싸워왔습니다. 저에 대한 분노도 많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서울에 올라와 저와 함께 지내며 누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를 많이 원망하고 있답니다.

이제와 저의 잘못을 반성해도, 동생은 이미 많은 상처로 병들어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심리치료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저희 가족과 저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할지 신부님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답변) 입원치료 급선무… 심리치료 병행도 의논을

제가 이해한 바로는 가족과 함께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우선 동생을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하는 일이 급선무라 생각됩니다. 정신분열병은 에밀 크레펠린에 의해 정립됐는데, 그는 이병에 걸린 환자들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병하고, 만성적이며 인격이 황폐화돼 가는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조발성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했지요. 그 후 오이겐 블로일러는 크레펠린이 중시한 경과나 결과보다는 환자가 보이는 특징적인 증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병의 핵심이 ‘사고과정의 분리’ 또는 ‘이완’이며, 정신적인 능력이 깨어져 사고, 감정, 행동 사이에 분열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정신분열병’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지요.

정신분열병의 심리사회적 요인으로는, 갈등과 좌절로 인해 자아가 붕괴되면서 퇴행과 고착이 일어나고 이런 자아의 결손이 증상형성에 관여한다고 하는 정신분석학적 ‘갈등설’이 있지요. 또한 병적인 가족환경이 정신분열병의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정서적 스트레스 인자로 작용하며, 특히 가족간의 상호관계와 의사소통이 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족치료적 이론입니다. 질문자의 e-mail 내용으로 보건대, ‘정신분석’에서 주장하는 ‘갈등설’과 ‘가족치료’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병적인 가족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 심각한 자살시도가 있었고 5년 동안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며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아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생의 병증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질문자의 진술에 의하면, 동생이 거짓말을 많이 하며 때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다가도 양순한 동생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다중인격의 양상을 보이며 이미 ‘다중인격’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내린 것으로 볼 때, 언제 어느 때 과격한 행동을 나타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가족들이 합의해서 동생을 정신과병원에 입원치료를 시키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연후에 동생의 병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자살시도나 폭력적인 행동양상의 위험이 수그러지고, 의사의 퇴원결정이 있을 때까지 입원가료를 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꼭 부모님들을 설득하셔서 동생이 먼저 입원치료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심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시면 더욱 좋겠지요.

그리고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 어머니, 그리고 질문자 본인이 지니고 있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치료’ 전문가를 찾아가셔서 함께 가족치료를 받으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가족치료’ 전문가는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겠지만, 제가 추천 드리고 싶은 곳은 ‘김영애 가족치료연구소’(02-793-6150)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질문자 본인도 가정환경의 피해를 받으며 자라온 분이기에 동생의 병에 대해서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결코 없습니다. 질문자의 e-mail을 읽으면서, 동생에 대한 자상한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 가득함을 느꼈습니다. 희망을 가지시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시며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7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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