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나를 위해 식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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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25 ㅣ No.1956

[영성심리] 나를 위해 식별하기

 

 

영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식별하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와 함께 계신 하느님을 의식 성찰 안에서 알아차린다면, 이제는 나의 구체적인 삶을 하느님과 함께 식별하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식별 역시 교회의 오랜 영적 유산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식별에 대해 말씀하시지만,(로마 12,2 참조) 특히 사막의 은수자들에게서 비롯된 식별에 대한 가르침은 이후 여러 신학자와 영성가의 이론과 실천을 보태 이냐시오 성인에 이르러 집대성됩니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별’ 또는 ‘영적 식별’이라는 주제가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철저한 대침묵 피정에서나 할 수 있는 것, 뭔가 아주 전문적이고 어려운 일이어서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식별은 대침묵 피정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하고 있기도 하고요.

 

식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피기 전에 먼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별의 목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식별은 ‘하느님의 뜻을 찾는 노력이요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걸까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찾으려는 걸까요? 나를 향한 하느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여러분 각자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 혹은 친구여도 괜찮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이제 그 사람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디에 살면 좋겠는지 하는 큰 것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무얼 하면 좋겠는지, 어디를 가면 좋겠는지, 식사로 무엇을 먹고, 또 차는 어떤 걸 마시면 좋겠는지 하는 사소한 것까지도요.

 

어떠세요? 모든 답을 떠올리셨나요? 한두 가지 단편적인 물음에 떠오르는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답을 찾을 순 없습니다. 그러기도 쉽지 않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사람의 삶을 내가 통제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사랑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어떤 답이 좋을까요? 뭐가 됐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그래서 더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시나요?

 

하느님도 마찬가지이십니다. 아니, 우리보다 더하시죠. 하느님은 우리 각자가 더 참되게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게 살라고 우리를 창조하셨으니까요. 결국 하느님의 뜻을 찾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바로 식별의 목적입니다. 나를 위한 식별이지요.

 

식별하는 이유, 목적을 제대로 알아들을수록 식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겨납니다.

 

“그리고 너희가 잘되도록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님의 계명과 규정들을 지키는 것이다.”(신명 10,13)

 

[2023년 6월 25일(가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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