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위한 일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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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4 ㅣ No.848

[레지오 영성]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위한 일꾼들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새해를 맞으면서 레지오 단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다지고 또 이 혼탁한 시대에 그 사명을 더욱 확고히 수행하기 위하여 레지오 봉사의 기초인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대하여 깊게 묵상해 보는 것은 아주 유익한 일이며, 또 성모님께서도 아주 기뻐하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예수회센터에서 어느 본당의 레지오 단원들을 위한 일일피정에 동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분께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요즘은 레지오 단원들에게 활동지시를 내리기가 참 힘이 듭니다.” 레지오, 즉 군단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은 군인정신이 약화되었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상명하달식의 명령체계가 잘 통하지 않는 이 시대에 활동지시라는 것이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본당의 씩씩하고 든든한 일꾼으로서의 레지오 단원들의 위상이 많이 약화된 것도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교회 자체가 그 안팎으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레지오 단원들도 함께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악과의 투쟁에서 선봉에 선 레지오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에 적지 않은 우려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어디에서 어떻게 레지오가 다시금 힘을 얻고 교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그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그 힘의 강력한 원천은 성경과 레지오 마리애 교본이며, 레지오 단원들이 더욱 성경과 교본으로 무장되어야 함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어

 

레지오 마리애 교본은 제9장 제1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교리인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와 연결하여 레지오 활동의 초자연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지체들로서 그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한 몸을 이루고 있으며, 각 지체들은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각 부분이 저마다 독특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조화롭게 일치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 모두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아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또 서로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명을 유지하며 함께 성장합니다.

 

특히 레지오 단원들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활동 중에 만나는 사람들, 특히 가장 약하고 미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섬깁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에페소 1,23)라는 믿음 안에서 간부들과 동료 단원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고 존경하며 서로 협력하면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으로 나아갑니다. 그리하여 레지오 단원들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에페소 4,13)

 

우리는 각자 지체로서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이룬다는 신앙은 참 놀랍습니다. 이 신앙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발견하고, 또 하나의 몸이며 전체라는 보다 넓은 비전 안에서 그것을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이루어 나갑니다.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비교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몫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겸손하고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외관상 드러나는 지체도 있고 숨겨 가려진 지체도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좀 부족하고 미숙해도 괜찮습니다. 모자란 부분은 다른 이들이 보완하고 메워줄 수 있으며 그리하여 우리는 더욱더 온전히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전체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으므로 어느 한 지체가 아파하면 전체가 고통을 느끼게 되며, 반대로 한 지체가 영광스럽게 되면 다른 지체들도 함께 기뻐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명실공히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더욱 일치하게 됩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봉사자들 사이에 서로 부딪히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되는데, 많은 경우에 각자의 역할과 입장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할 때에, 또 각자가 고유한 모습으로 전체라는 하나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의식이 부족할 때에 그러한 일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장애인으로 태어나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하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고유한 몫이 있고 그 사람을 위한, 또 그 사람을 통한 하느님의 계획이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레지오 단원들은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완성시키는 주역

 

그리고 우리가 열심히 활동하는 중에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유혹은 배타적인 자신의 성역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한다고 해서 꼭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종종 우리는 봉사직을 자신의 일로 만들어버리고 다른 이들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보다 서로 한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을 더욱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결국 그리스도의 사도직에 참여하는 것이며, 또 성모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를 통해서 일하고 계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그분의 일을 수행한다는 겸손한 사명감이 거듭거듭 요청됩니다. “신비체의 활동은 그리스도 자신의 활동이며, 그 지체인 신자들은 그리스도 안에 융합되어 그 안에서 살고 고통받고 죽으며 그리스도의 부활로 다시 살아난다.”(레지오 교본 86쪽)는 교본의 가르침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끝으로 레지오 단원들의 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고자 하는 간절한 원의와 적극적인 노력임을 교본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과 일치하고자 할 때 그분도 기꺼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임을 약속하셨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그분을 통해서 창조된 우리는 사실 그분 안에서 존재하며 또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됩니다. 과연 그분은 우리의 주님이시고 스승이시며 구세주이십니다.

 

그리고 이 일치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또한 그 지체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과 함께할 때에 더욱 온전해지고 확고해집니다. 우리에게 아기 예수님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성모님께서는 이제 우리의 어머니도 되시면서 “전체 그리스도”(레지오 교본 87쪽)를 잉태하여 탄생시킴을 당신의 사명으로 수행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열심히 교회의 안팎에서 활동하는 레지오 단원들은 이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완성시켜 나가는 주역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레지오 단원들의 특전이기도 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월호, 안정호 이시도르 신부(이주노동자 지원센터 이웃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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