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말씀을 품고, 낳고, 기르고, 따르며 사신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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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04 ㅣ No.780

[레지오 영성] 말씀을 품고, 낳고, 기르고, 따르며 사신 마리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아마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실 겁니다. 그러니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성모 마리아의 정신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깊은 겸손과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부드러움,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과 영웅적인 인내심, 티 없는 순결, 천상적 지혜, 용기와 희생으로 바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갖추고자 열망하며, 무엇보다 성모님이 지니신 그 높은 믿음의 덕을 따르고자 갈망한다.”(교본 3장 레지오의 정신)라는 레지오 정신에 따라 평소에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며, 교회 안팎에서 희생과 헌신과 인내로 봉사하고 그 활동을 주회합 때에 보고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수시로 발동되는 ‘집합금지 명령’ ‘사적모임 금지’로 활동과 봉사를 예전처럼 자유롭게 펼쳐나가실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외적인 활동과 모임이 주춤하는 시기! 오히려 각자의 내면과 마음, 정신과 영혼을 무장하는 성모님의 군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런 시기에 우리가 내면을 강하게 하고, 영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교회는 언제나 성서들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다. … 교회는 항상 성전과 함께 성서들을 신앙의 최고 규범으로 삼아 왔으며 또한 삼고 있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성서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신다.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게는 버팀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계시헌장 21항) 이렇게 교도권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 영혼의 양식을 제공하는 힘과 능력이 있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으로,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여러분은 영적 성장을 위해 성경을 매일 꾸준히 읽고 묵상하고 실천하고 계십니까?

 

 

말씀을 신뢰하는 것이 신앙인의 가장 명확한 응답

 

우리가 섬기고 따라야 할, 성모님은 언제나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순종하시며, 그 말씀을 품고, 낳고, 기르고 따르며 사셨습니다.

 

●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모님은 말씀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부족한 지식으로 그분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 없으며, 당신의 작은 그릇으로 말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이성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렇다고 순전히 피동적으로 하느님께 이용당하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유로운 신앙과 순종으로 하느님 말씀에 동의하신 겁니다. 이렇게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 말씀을 겸손하게 순종하고 온전한 자유로 동의하셨습니다.

 

●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루카 2,5-6) 성모님은 성령으로 인하여 하느님 말씀과 불가분의 긴밀한 유대로 결합되었고, 그 말씀을 열 달 동안 직접 품고 사셨으며 말씀을 세상에 낳아주셨습니다. 이런 결합과 유대는 출산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승천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으며, 이로써 성모님은 주님의 고통에 온 삶으로 동참하셨으며 그 결과 주님의 영광에 영원히 참여하게 되셨습니다.

 

●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요한 2,5) 성모님은 예수님이 어떤 방식으로 표징을 이루실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지만, 그분이 무엇인가를 실현하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니 성모님은 굳건한 신뢰와 믿음으로 말씀이 시키는 대로 사셨고, 또 남들에게도 그렇게 살기를 당부하며 바라셨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신뢰하는 것이 신앙인으로 가장 명확한 응답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니 성모님은 겸손하고 자유롭게 하느님 말씀을 마음과 몸에 받아들이시어, 말씀을 몸소 품고 낳았으며, 기르고 따르며 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렇게 살기를 바라시며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는 말씀을 남겨두셨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성모님은 교회와 신앙인의 가장 훌륭한 모델이십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고, 그 바람 한가운데로 초대되어 직접 들어가셨고, 일생을 몸과 마음으로 말씀과 하나가 되어 사셨고, 영원히 말씀과 함께 계신 성모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하십니다. 시키는 대로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듣는 것’입니다. 무엇을 시키는지 알아야 그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경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성당에 모여 미사를 드려야 할 수 있는 성찬의 식탁과 달리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알 수 있는 말씀의 식탁은 집에서도, 혼자서도, 언제든지 차려낼 수 있습니다. 말씀을 품고, 낳고, 기르고, 따르며 사신 성모님의 삶을 모범으로 삼아 성경 전체를 매일 꾸준히 반드시 읽어서 세상에 하느님의 말씀을 죽어있는 글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말씀으로 육화시키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여한준 롯젤로 신부(대구대교구 성서사도직담당,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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