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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갑자기 기운 집안 형편 때문에 돈만 밝히는 것 같아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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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7 ㅣ No.310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5)

 

 

[질문] 갑자기 기운 집안 형편 때문에 돈만 밝히는 것 같아 속상해

 

몇 년 전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집에선 생활비도 제대로 쓰지 못할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가족 모두에게 이런 속사정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친정 어머니는 이런저런 눈치를 파악하시고 각종 먹거리도 갖다 주시고 용돈도 쥐어주시곤 합니다.

 

어머니에게 들었는지 친정 언니가 이런저런 사정을 물어왔고 제가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우리한테 돈 꿀 생각 하지 말라”면서 이후 연락을 끊었습니다. 명절 때도 다신 보지 말라면서 오지 말라고 했고요. 너무 속상하고, 치사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게다가 돈이 없으니 자신감도 점점 떨어지고 친구나 지인들은 물론 다른 가족들도 선뜻 만나기 어려워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돈이 없어 이렇게 서러운가 싶고, 돈을 벌면 인간관계가 달라지나 싶은 생각에 서글프고, 저도 “성당에 나가면서 아닌 척해도 돈을 최고로 치는 세속적인 사람들과 다를 바 없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어 성당에도 점점 나가기 싫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돈이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못난 사람입니다.

 

 

[답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하느님께 의지하며 기도를

 

남편의 가게에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시고, 함께 자랐던 친정 언니마저 매정하게 관계를 단절하는 어려운 현실에서 참으로 난감한 마음일 것 같군요. 그러다보니 점차 자신감도 없어지고 친구나 지인은 물론 다른 가족들도 만나기가 싫어지는 삶의 위기에 처해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듭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위기상황이 신앙의 위기로 이어질 것 같은 불안감과 예전의 넉넉했던 시절과 재물에 대한 인간적인 동경이 자신을 더욱 초라해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우리 삶에서 닥치는 때로의 위기(危機)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좋은 기회(機會)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고사성어중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지요. 한때의 불행이 또 다른 행운을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먼저 심호흡을 좀 하시고 이 위기를 어떻게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영성가이자 예수회 사제였던 헨리 나웬은,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짧다. 그 짧은 시간에 슬픔과 기쁨이 매순간 서로 입을 맞춘다. 삶의 매순간 슬픔이 배어 있어 오직 순수하게 기쁨만인 때는 없는 것 같다. 존재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우리는 비애를 느낀다. … 모든 미소 뒤에는 눈물이, 모든 포옹에는 외로움이, 모든 우정에는 거리감이 있다. 그리고 빛은 항상 어둠 속에서 빛난다. … 평화는 미래를 마주하며 불완전함을 살아가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영혼의 안식을 찾지 못했던 헨리 나웬은, 자신의 생애 마지막 부분을 정신지체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쉬’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나갔습니다. 미래를 마주하며 불완전함을 살아가는 데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은 것이지요. 

 

질문자에게는 자신에게 닥친 갑작스런 삶의 위기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신앙인으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란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참으로 나는 돈이나 재물을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넉넉했을 때 나는 과연 행복했으며, 내가 맺은 인간관계는 원만했는가? 신앙인으로서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 나는 과연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기도하는 신앙인인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잠시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이렇게 의기소침해지는 나는 누구인가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해 보십시오. 아마도 질문자에게는 자신을 새롭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나약함과 소심함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기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 보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가 나약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선사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질문자에게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다시 용기를 내어 기도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틀림없이 주실 것입니다.

 

*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17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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