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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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8: 교부들과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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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4 ㅣ No.1949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8) 교부들과 렉시오 디비나

 

 

교회의 많은 교부들은 하느님 체험을 위한 탁월한 길로서 성경 독서 방법을 강조하였다. 특별히 2~3세기,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성경에 대한 독특하고 우의적인 해석을 시도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4)이다. 그는 로고스(Logos)가 성경을 통해 언제나 역사 안에 현존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성경은 우리의 영성 생활을 돕는 어떤 부수적인 도구가 아니라 근본임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성경에 대한 독서나 묵상은 모든 지혜의 기초이며, 단순히 신심 행위 차원을 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경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강조하였던 오리게네스는 성경 독서의 수행을 설명하면서 프로세케인(proséchein)이라는 동사를 사용하였다. 이 동사는 ‘자기 마음을 돌리다’, ‘주의를 집중하다’, 그리고 ‘헌신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성경 독서에서는 마음을 성경으로 돌리고 집중하여 헌신해야 함을 강조

한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St. Joannes Chrysostomus, 347~407)는 성경을 하느님에 의해 쓰인 편지라고 보았다. 성경은 구원을 위한 조건이기에 성경에게서 유익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그는 단언하였다.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주교였던 성 치쁘리아누스(St. Cyprianus, 200-258)는 성경 독서를 주님의 독서(Lectio Dominica, Ep 1,27)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수도승으로서 성서학자였던 성 히에로니무스(St. Hieronymus, 347~420)는 “성경을 모르면 그리스도를 결코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성경은 천상의 음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경 독서 중에도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 대한 사랑이, 열심히 한 그리스도인의 유일한 열정이 되어야 함을 늘 강조하면서, 렉시오 디비나(성독)를 자기 정화의 수단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성 암브로시우스(St. Ambrosius, 339~397) 주교 역시 성경은 그리스도의 소리로 서 모든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또한 우리에게 교훈적인 가르침을 주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성경을 먹고 마셔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교부들은 한결같이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그것은 성경이 바로 생명의 책이고 또한 그들을 하느님과의 친교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교부들은 성경 독서를 할 때 개인적인 관점이 아니라 더 넓은 구원 역사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였다. 그러나 성경을 이렇게 접근했던 교부들의 시대 이후에, 불행하게도 성경에 대한 독서는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반면에 수도승 전통 안에서는 성경 독서를 받아들여 더욱더 훌륭히 꽃피우게 되었다.

 

[2023년 6월 4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인천주보 3면,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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