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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주제강연: 말씀과 빵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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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1-07 ㅣ No.111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소공동체소위원회 주최


제10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주제강연(2011년 9월 28일)


<말씀과 빵의 나눔>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 등의 문헌을 통해 성체성사의 생활화를 강조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성체성사의 해를 마감하는 때에 맞추어 2005년 10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를 소집하셨다. “성체성사, 교회의 삶과 사명의 근원이요 정점”을 주제로 한 시노드는 세계 주교들이 성체성사 교리를 믿고 거행하는 길, 성체성사 정신이 교회의 삶과 사목활동에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실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시노드를 앞둔 2005년 4월 2일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선종하셨고, 후임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 시노드를 이어받아 주재하셨다. 2007년 2월에 반포하신 <사랑의 성사>는 2005년 시노드의 후속 문헌으로, 주교들의 제언을 종합한 자료이자 성체성사와 관련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종합 보완한 것이었다.

 

 

교회의 출발점이요 정점인 성찬례

 

교황 교서의 흐름들을 종합해 보면 새천년기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편교회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출발점과 정점에 성찬례(성체성사)가 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보편교회와 교황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2009년 8월 제9차 총회를 개최, “아시아에서의 성체성사 살기”라는 주제를 논의했다. 성체성사적 삶의 원칙적 가르침과 교리는 보편교회가 마련했으므로 그 가르침을 아시아의 현실에 비추어 육화하는 방법이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아시아 주교들은 합의하였다. 이때 나온 총회 최종선언문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역사 안에서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표징과 선교를 통하여 자기 정체성을 드러낸다. 아시아에서 교회의 선교 증언은 성찬의 삶을 사는 방식이다.

 

선언문은 미사의 순서를 따라서 내용을 서술했다. 각 부분의 전례적 의미보다는 전례의 상징 안에 포함된 성찬적 삶의 외연을 살피고, 그 상징과 우리의 현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성찰하려고 노력했다. 성찬례가 단순히 종교의식, 관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팎에서 살아야 하는 성찬적 신앙생활 전체의 압축과 집약임을 문서는 제시하고 있다. “현실과 유리된 신앙으로 성당에서 조용히 미사만 거행하고 있으면 삶이 빠진 아름다운 예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선언문의 핵심이다.

 

성찬의 삶이란 무엇인가. 성찬을 예절로 거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 분열에 맞선 증언으로 하느님의 가족이 되기 ▲ 우리의 죄를 깨닫고 하느님을 알기(개인적, 사회적 집단적 죄 포함) ▲ 인간 이야기 안에 있는 예수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 공동 기억을 만들기 ▲ 위험을 무릅쓰고 기쁘게 신앙을 고백하기 ▲ 하느님께서 들으시는 방식으로 말 못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기 ▲ 평화롭게 살기 ▲ 예수님의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하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2009년 10월 AsIPA 제5차 총회가 “성찬례와 소공동체의 관계”를 주제로 열렸다. 성찬례가 신앙신비의 핵심, 출발점이라면 소공동체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성찬이란 무엇인가? 성찬례와 소공동체가 어떤 관계인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가르침에 비추어볼 때, 성찬이란 믿어야 할 신비, 거행하는 신비, 살아야 할 신비다. 믿음, 거행,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덩어리로 뭉친 구원의 사건이다.

 

성체성사는 그냥 예절이 아니라 사건이다. 예수님 탄생에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모든 사건, 그 후의 죽음과 부활, 초대교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 역사를 응축하는 사건이다. 성체성사는 우리가 믿는 것을 거행하고 거행하는 것을 살도록 초대한다.

 

믿음 : 성찬례 안에서 우리가 믿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십자가 제물로 내놓으신 예수님의 존재 전체가 우리 믿음의 핵이다.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기 위해, 제자들만이 아니라 당신을 배척하고 미워하는 이들까지 사랑하시기 위해 고난의 길을 수락하시고 자신을 제물로 내어놓으신 새로운 제사를 바치신 예수님, 그분이 우리가 믿고 거행하고 살아야 하는 신비의 핵심이다. 그 한없는 사랑으로 죄의 올가미에서 해방되고 탕감받고 구원받은 우리는 예수님 사랑을 오늘로 연결시켜야 한다.

 

거행 : 예수님은 수난과 죽음으로 획득하신 부활의 생명을 우리에게도 나누어주고자 하신다. (요한 10,10.17) 우리는 성찬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명을 경축하고 동참하고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의 연장이 된다. 성찬례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우리 자신, 이웃과의 친교communion가 이뤄진다. 소공동체 구성원들의 일치와 통합을 최종적으로 표현한 것이 성찬례의 친교다. 그리스도 생명에 동참하려면 그분 수난과 죽음에, 끝까지 세상을 사랑하기 위한 예루살렘 여정에 동참해야 한다. 성찬례에 동참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기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영성체를 수만번 해도 말짱 헛것이다.

 

삶 - 선교 : 이것은 성찬례 거행이 끝난 다음 교회 밖에서 관심 있는 이들만이 별도로 전개하는 과외활동이 아니다. 성찬례에서 우리가 믿는 것, 경축하고 거행하는 내용 자체가 우리를 사랑의 행동으로 압박하고 요청한다. 그리므로 성찬례와 우리가 생활하는 현실은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전염되고 통합되어 그 사랑을 실천하고 구체화하는 과정 자체가 성찬례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미사 파견은 성찬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찬례와 소공동체의 관계

 

성찬례에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듣고 말씀의 양식을 취한다. 소공동체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 기억을 재생시킨다. 말씀의 식탁은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만나는 곳이다.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우리를 먹이고 키우신다. 소공동체의 핵심은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성찬례에서는 말씀을 들어 마음에 담고 강론을 통해 오늘의 이야기로 현재화한다. 소공동체는 말씀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열매를 주워담고 생활 속에 반영하여 생활의 체험들은 서로 나누면서 하느님 말씀과 우리의 이야기,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 아름다운 자수를 함께 짜나가는 현장이다. 동시에 신자들 스스로가 다양하게 알아들은 말씀과 해석을 나눔으로써 성찬례에서 나눈 말씀을 실생활에서 육화하는 되새김의 장이다.

 

성찬례는 성찬의 식탁을 통해 그리스도 생명을 나누어받는 자리요, 소공동체는 그 생명을 지속적으로 살아있게 하는 못자리이자 성찬적 삶의 현장이다.

 

소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사귐과 나눔과 공동활동을 통해 그리스도 생명의 맥박을 느끼고 사랑을 체험하고 더 성장시켜 나간다. 소공동체의 나눔은 하향식 나눔, 적선이 아니라 예수님의 시선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죄와 부끄러움을 터놓고 보듬는 나눔이다. 없어져도 좋을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뿐인 생명까지 나누는 나눔이다.

 

최후 만찬의 성체성사는 성사적 퍼포먼스였다. 하느님 강생의 신비 전체를 종합, 함축적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처음부터 이 함축적 표현을 매주일 주님 생명의 날, 부활의 날로 정하고 기념 반복하며 이를 공동체 신원과 정체성의 중심으로 삼았다.초대교회의 생활을 기록한 사도 2,42-47 말씀은 성찬례와 공동체가 처음부터 불가분 관계로 성장했음을 알려준다. 성찬례는 공동체의 원동력이요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읽고 토의할 거리: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 제89항 “성찬 신비의 사회적 의미”

 

[출처 : 주교회의 홈페이지, 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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