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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45: 성녀 소화 데레사의 생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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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04 ㅣ No.785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45) 성녀 소화 데레사의 생애 ⑤


‘영적 어린이의 길’ 씨앗 뿌린 어머니의 사랑

 

 

- 리지외 가르멜에서 언니 수녀들과 함께 한 소화 데레사(제일 오른쪽).

 

 

‘영적 어린이의 길’을 준비시켜 준 어머니의 사랑

 

소화 데레사의 어머니는 성녀가 4살 때 일찍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막내 데레사에게 어머니는 늘 그리운 분으로 마음 깊이 아로새겨져 있었습니다. 오늘날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 한 인간의 인격 성숙은 대체로 태어난 이후 3살 정도 내에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의 애정적인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게 통설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비록 소화 데레사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뜨긴 했지만, 그분의 사랑은 사실상 소화 데레사의 훌륭한 인성(人性)의 기본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본성적 바탕은 훗날 그의 독특한 ‘영적 어린이의 길’을 가능케 한 씨앗이 되었으며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의 원형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 준 어머니

 

성녀의 「자서전」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 데레사는 한시도 어머니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을 정도로 어머니를 따랐다고 합니다. 당시 어린 데레사는 어머니에게서 강인하며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사랑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체험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품에 안고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런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체험은 훗날 자신의 무능함, 작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품어 안고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체험으로 발전하게 되는 단초가 되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녀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에 온전히 자신을 의탁하며 지냈고 어머니의 강인한 팔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랬기에 성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늘 어머니에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이렇듯 조건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체험했던 소화 데레사는 언제든 무슨 일이든 자신의 마음을 어머니에게 열어 보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용서하며 안아주는 어머니를 보며 소화 데레사는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곤 했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사랑은 성녀로 하여금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본성적인 차원에서 잘 준비시켜 주었습니다.

 

 

희생적이며 동시에 엄격했던 둘째 언니

 

4살에 어머니를 여읜 후, 소화 데레사는 둘째 언니 폴리나를 어머니로 알고 따랐습니다. 그 시절 소화 데레사는 예전의 어머니에게 그랬듯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폴리나를 따랐고, 폴리나는 그런 데레사를 깊고 섬세한 사랑으로 돌봐주었습니다. 특히 매년 겨울이면 병약했던 소화 데레사는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폴리나는 지극 정성으로 그 아이를 돌봐주었고 아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선물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런 둘째 언니를 보며 소화 데레사는 언니에게서 희생적인 사랑을 배우며 감동에 젖곤 했습니다. 

 

그러나 폴리나는 소화 데레사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아주 엄격했다고 합니다. 폴리나는 소화 데레사가 범한 작은 결점도 그대로 넘기지 않고 이를 기회로 성녀가 한층 성숙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한번 결정한 것은 절대 취소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적어도 소화 데레사의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딱 부러졌던 둘째 폴리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소화 데레사는 폴리나의 섬세한 사랑과 엄격함 가운데 올곧게 성장했습니다.

 

 

영적 감수성을 키워준 둘째 언니

 

폴리나는 매일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하며 소화 데레사의 옷을 입혀주곤 했으며 늘 곁에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전례력에 따라 어떤 축일을 맞이하게 되면 그 축일이 무슨 날인지 그 신비를 설명해주곤 했습니다. 

 

폴리나는 소화 데레사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아주 구체적이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번은 소화 데레사가 천상의 모든 성인이 같은 영광을 누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자, 폴리나는 이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소화 데레사가 쓰던 작은 컵과 아버지가 쓰던 커다란 컵을 함께 놓고 두 컵에 모두 물을 가득히 부었습니다. 그리고는 소화 데레사에게 어떤 컵이 더 가득한지 물었답니다. 소화 데레사가 둘 다 똑같이 가득하고 더 이상 담을 수 없다고 대답하자, 폴리나는 하늘에 있는 모든 진복자들도 그처럼 자기 능력에 따라 하느님의 영광을 받으며 아무도 시기하지 않은 채 충만하게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소화 데레사의 영적인 영민함은 어린 시절 폴리나의 교육을 통해 준비됐으며 이를 통해 한층 섬세하게 커갔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그런 둘째 엄마를 깊이 신뢰하며 따랐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882년 10월 2일 폴리나는 9살밖에 되지 않은 소화 데레사를 두고 하느님을 찾아 리지외 가르멜 수녀원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훗날 가르멜에서 다시 만났으며, 아녜스 수녀라는 수도명으로 살았던 폴리나는 성녀가 병중에 있을 당시 그간의 생애에 있었던 일들을 적도록 함으로써 「자서전」 탄생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녀가 임종할 때에는 원장이자 언니로서 그의 곁을 지키며 성녀의 주옥같은 마지막 말들을 받아 적어 세상에 성녀의 ‘영적 어린이의 길’을 알렸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4월 3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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