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성공하면 겸손해야(오만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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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1 ㅣ No.839

[레지오와 마음읽기] 성공하면 겸손해야(오만(傲慢)증후군)

 

 

“사랑하는 윈스턴, 당신의 태도가 변해서 이전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라고 클레멘타인은 처칠에게 말했다. 클레멘타인은 처칠의 아내이다. 이어 쓴 그녀의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은밀히 말해주어 알게 되었는데 처칠이 회의에서 부하들을 너무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부하들이 어떤 의견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어 회의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위험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편지를 히틀러가 파리에 입성한 날 썼다가 찢었으나 그 후 다시 써서 처칠에게 보냈다고 한다. 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남편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일화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가’라는 별명이 붙은 처칠도 과도한 자부심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충분한 소통 없이 오만한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만증후군’(Hubris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권력자, 특히 굉장히 성공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 큰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린 지도자에게 생길 수 있는 장애’를 말하는 것으로,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푸틴에 의해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이 용어는 신경정신과 의사로 영국 외무부 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오웬’과 듀크 대학교 정신과 교수 ‘조나단 데이비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정의되었다. 논문 제목은 ‘오만증후군-후천적 성격장애’로 1908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0년 동안의 영미(英美) 정치 지도자들을 연구한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권력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경우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오만증후군을 보였다고 한다. 즉 극도의 자부심, 과도한 자신감, 현실적 감각의 결여, 타인에 대한 무시와 경멸, 충동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독단적인 결정과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 등인데 이것이 바로 오만증후군의 특성이다.

 

 

오만증후군에 빠지는 것은 공감 능력이 없어지기 때문

 

2006년도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애덤 갈린스키는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그는 두 개의 집단 중 한 집단은 권력을 행사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도록 하고, 다른 집단은 명령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려보도록 했다. 그 후 모두에게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본인의 이마에 대문자 E자를 써보도록 했다. 만약 상대가 제대로 볼 수 있게 E자를 썼다면 그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있다고 여겨지고, 그렇지 않다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으로 유추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권력이 있는 상태도 아니고 권력 경험을 떠올리기만 하였는데도, 권력 경험 그룹이 그 반대 그룹에 비해 제대로 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틀린 비율이 3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 연구로 그는 권력자가 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역사학자 헨리 애덤스는 “권력은 마치 환자의 공감 능력을 모두 죽이는 종양과 같다”고 했으니, 갈린스키의 실험은 이 말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결국 권력자들이 오만증후군에 빠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공감 능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오만증후군을 보이던 사람도 권력을 잃으면 점차 그 증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권력 자체보다 권력을 쥔 경험이 특정 행동 방식인 오만증후군을 부추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0대의 S자매는 유아세례를 받고 40대 초반부터 레지오를 시작한 단원이었다. 그녀는 늘 성실한 신앙생활로 모범이 되었기에 입단 후 1년도 되지 않아 Pr. 간부직을 권유받았지만 거절하였다. 어릴 적 가정 형편으로 많이 배우지 못한 열등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간부가 없어 Pr. 존속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조심스레 회계직 수행을 시작으로 단장까지 되었다. 하지만 단장 일 년 만에 단장직을 내려놓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조용히 탈단하였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탈단한 줄 알지만 그게 아니어요. 선배 단원 한 분이 단장의 지시는 듣지도 않으면서 저더러 이래라저래라하시고, 단원들과 협의된 결정들도 마음대로 번복하시는 등 Pr.을 좌지우지하셨어요. 저는 그것이 저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경멸하는 것 같았지만, 워낙 레지오를 오래 하신 선배님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요. 그 당시 저에게는 탈단만이 최선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우리는 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기에, 상대에 따라 내가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한다. 즉 갑질을 하는 사장도 하청을 주는 회사에게는 을이 되고, 상급자도 더 높은 상급자에게는 을이 되며, 서비스를 받는 자신 역시 어딘가에서는 을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권‘력’ 즉 힘은 상급자나 관리자 등 계급뿐만 아니라 돈, 지식, 경험, 나이 등 개인이 지닌 능력에서도 발생한다.

 

또한 사회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힘인 권력은 어디나 존재한다고 할 수 있어, 그 생활을 영위하는 우리는 권력의 위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다만 우리의 능력을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공감 없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면 그것이 오만이 되어 소위 말하는 ‘갑질’의 행태로 일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오만증후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잘나가고 있다고 여겨질 때야말로 나를 돌아봐야 할 시간

 

교본에 ‘하느님께서는 겸손이 있는 곳에 은혜를 베푸시며, 겸손이 사라지면 은혜를 모두 거두어 가신다.’(50쪽)고 되어 있다. 그러니 하느님의 자녀에게 겸손이 없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이 겸손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오만인데, 성모님의 군사에게 오만은 치명적이다. 겸손한 성모님을 닮지 못하게 하여 단원 자격 미달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교본 52쪽 참고) 그러니 내가 잘하고 있고 잘나가고 있다고 여겨질 때야말로 나를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 아닐까? 참된 겸손은 ‘자신이 하느님 앞에 어떤 존재인가를 인정하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교본 51쪽)인 만큼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아는 것이 겸손의 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단원 생활을 오래 하였고 기도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하여 레지오에 관하여 잘 모르거나 기도가 부족한 단원을 보면 답답하여 충고하게 되는가? 혹은 과거에 성공한 활동 경험들이 많아 그 기억들이 나에게 자부심을 주는가? 혹은 레지오 간부직 수행으로 터득한 나만의 레지오 운영 방법이 있어 나의 생각이나 계획들을 굳이 남들에게 설명할 필요를 못 느끼고 실제로 설명하지 않는가? 여기에 나의 심판은 동료가 아닌 하느님이라는 생각으로 나를 위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 나는 오만에 빠져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함께하는 이들과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만의 잘남은 과도한 자부심이 되어 오만으로 가는 시작점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일단 성공하면 겸손해야 하며, 성공 여부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교본 3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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