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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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여정을 마치며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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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12 ㅣ No.2737

사회교리 : 여정을 마치며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자유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자유란 본래 ‘고귀함을 선택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이는 참인간이신 예수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자유의지로 십자가 죽음이라는 희생과 사랑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희생과 인내, 선행과 절제, 정의와 평화 같은 고귀한 가치들을 자유로이 선택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는 많은 이가 자유를 자기 욕구 충족의 도구로만 여기며 살아갑니다. 게다가 이런 경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자기 욕구 충족이 가치판단의 절대기준이 되고 있고, 세상 속 신앙인들 역시 이런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가운데 하느님의 기준과 자기 자신의 기준이 어긋나버린다는 것입니다.

 

 

보수의 하느님? 진보의 하느님?

 

세상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십니까? 많은 분이 보수 혹은 진보라는 지향성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성향으로 교회를 재단하고 교리마저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와 윤리 영역에서 그러합니다.

 

따라서 식별이 필요합니다. 즉, 어떤 사람이 보수나 진보 혹은 다른 어떤 이념으로 교회의 가르침마저 재단하고 교회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먼저 본인이 누구를 믿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입니까, 세속적 이념입니까?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탈출 20,3)는 말씀처럼 그 어떤 가치도 하느님 앞에서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요한복음 6장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이 불편하다 하여 많은 제자가 그분을 버리고 떠나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아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물으시는 모습이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이 말씀으로 우리를 돌아봅니다. 교회는 시대 상황을 식별하면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교회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조직은 비대해졌고 누리는 것들이 많아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교회에도 항상 식별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겉으로는 신앙인임을 내세우지만, 하느님 대신 자신의 기준으로 교회의 정체성마저 개조시키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봅니다. 교회의 개혁이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계속해서 쇄신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기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자신이 고집하는 세속적 기준만으로 교회 개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찬가지로 식별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결국 본질이 중요합니다. 신앙은 무엇이며 진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따르는 사람들인지부터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 여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물음에 대한 베드로 사도의 대답이 이글을 보시는 모든 신앙인의 응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2021년 4월 11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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