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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기도하는 사람(포모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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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7 ㅣ No.753

[레지오와 마음읽기] 기도하는 사람(포모 증후군)

 

 

카밀라는 대부분의 아이들과 다르게 아욱콩을 좋아했지만 먹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온 몸에 줄무늬가 생기더니 점점 심해져 상대방이 어떤 단어를 말하기만 해도 그 모양의 색깔로 피부가 변하기까지 한다. 의사뿐 아니라 과학자들까지 치료를 시도해보지만 원인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아욱콩이 효과가 있을 거라며 가져다주며 먹으라고 한다. 카밀라는 처음에는 콩 먹기를 거절했지만 지금의 고통보다는 나을 듯하여 자신이 아욱콩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콩을 먹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카밀라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림동화책 ‘줄무늬가 생겼어요’의 내용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생존 확률을 높여 왔기에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나아가 무리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지금도 우리의 뇌는 불안을 느낀다. 더구나 스마트 폰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어떤 결정까지 가능한 요즘은, 더욱 집단의 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SNS상에서 고립과 소외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과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 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스마트폰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을 10분간 방 안에 홀로 남겨두고 스마트폰을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람들은 폰을 확인하였을까? 놀랍게도 평균 44초였다. 평균적으로 남성이 21초, 여성이 57초였는데, 더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 대부분이 자신이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 시간을 ‘2~3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44초’와 ‘2~3분’의 간극은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니, 현대인들이 그만큼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내며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SNS에서 자신만이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제외된다는 두려움 ‘포모 증후군’

 

‘포모(FOMO)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SNS 세계에서 자신만이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제외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를 국립국어원에서 ‘소외 불안 증후군’이라고 정한 바 있다.) 원래 포모는 ‘매진 임박’, ‘한정 수량’ 등의 표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였다.

그런데 2004년 이후 하버드와 옥스퍼드대학에서 이 포모를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주목한 연구논문들이 나오면서 질병으로 취급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50%이상의 성인이 포모 증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통계도 있고 나아가 이 증후군이 중독으로도 연결된다고 하니 결코 가벼운 증상은 아니다.

 

50대의 Y자매는 세례 받고 바로 입단하여 성실하게 단원 생활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쁘레시디움 단장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단원들을 잘 만나지 못하게 되자 고민 끝에 단톡을 잘 활용하고자 성경말씀 등을 포함하여, 자기도 지인으로부터 받은 일반적으로  유익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올렸다. 그러면서 단원들의 활동대상자들에게도 이용하도록 권유하였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났을 때 한 입교 권면 대상자가 입교를 거부하는 일이 생겨 놀랐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단원들이 단장이 준 정보를 그 대상자에게 전하곤 했는데 그 중에는 ‘오늘 안으로 10명에게 보내야 행운이 온다’는 것을 비롯하여 ‘XX형사를 사칭하는 피해방지법’ 등의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것들도 있어 활동대상자에게  천주교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때 얼마나 후회스럽고 창피하던지 레지오를 그만 두고 싶었습니다. 비록 저는 좋은 의도였으나 분별없이 한 행동으로 한 영혼을 놓쳐버렸기 때문이지요. 돌아보니 제가 단톡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늘 스마트 폰을 놓지 못했더라고요. 정보가 오면 즉시 보고 깊은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바로 전하기도 하고, 내가 올린 글에 대한  단원들의 반응이며 답들을 궁금해 하면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보기 시작해서 잠자기 전까지 보았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기도할 때나 미사드릴 때도 심지어 운전 중에도 문자를 확인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기도는 뒷전이 되어 정성 없이 했던 듯하고요. 그때를 생각하면 참 많이 부끄럽습니다.”

 

 

활동할 때 언행으로 드러나는 자기 감정도 잘 살펴야

 

좋은 것을 보거나 먹을 때 반드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가? 그리고 SNS를 통해 본 남들의 생활이 행복해 보여 가끔 질투심이 일기도 하는가? 또 어떤 정보가 올라왔을 때 검증 없이 재빨리 여기 저기에 퍼 나르는가? 그러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에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불안하거나 두려워하는가? 그렇다면 이것은 세상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로 자신을 돌아봐야 할 신호이다.

 

즉 SNS속의 관계를 과감하게 가지치기 하는 것으로, 이는 넓고 얕은 인맥에 연연하지 않고 무의미한 대화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 등으로 타인의 평가에 의연해지는 것이다. 이를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포모(FOMO)를 조모(JOMO)로 바꾸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인 포모와 달리 조모(JOMO) 즉 ‘놓치는 것을 즐겨라(Joy of missing out)’는 것이다.

 

“입교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접촉할 때에는 –중략- 우리의 언행이 순수한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상대방이 느끼게 하는 것”(교본 474쪽)이 중요한 만큼, 활동할 때 언행을 통해 드러나는 자신의 감정도 잘 살펴야 한다. 감정은 전이될 뿐만 아니라 믿음은 한번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레지오 단원은 “기도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영혼을 돕는다.”(교본 139쪽)는 말을 명심하고 매일 일정한 양의 기도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하느님 자녀의 특권인 참 기쁨을 활동대상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위 동화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그 뒤로 카밀라는 예전 같지 않았어. 어떤 아이들은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그랬지. 하지만 카밀라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어. 카밀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아욱콩을 먹었어. 그리고 줄무늬라면 두 번 다시 건드리지도 않았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지식과 의지를 지닌 그의 영혼은 다른 이들의 영혼을 세속으로부터 이끌어내 구해 주는 영혼의 자석(磁石)과 같다.”(교본 14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6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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