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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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선뜻 내놓았기 때문에(소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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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1-02 ㅣ No.779

[레지오와 마음읽기] 선뜻 내놓았기 때문에(소유효과)

 

 

중국의 한중 지역을 놓고 유비와 조조의 전쟁이 수개월 동안 이어질 때였다. 조조 군에 식량이 바닥나고 사기도 떨어져 도망치는 군사가 늘어나면서 조조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 날 조조가 식사로 닭국을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진퇴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장수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 밤 암호는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물었다. 조조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무심코 내뱉기를 “계륵이라고 하시오!”라고 하였다.

 

이를 하후돈이 부하들에게 전달하자 모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그때 주부(主簿)인 양수가 웃으며 말했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만한 데가 없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 공은 돌아가기로 결정하신 것이다.”라며 짐을 꾸리기 시작하였다. 과연 그의 말대로 조조는 이튿날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로부터 나온 것이 ‘계륵’이다. 이는 특별히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 또는 그러한 상황을 일컫는다.

 

우리 안에는 ‘소유하게 되면 소유하지 않은 때보다 그 물건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되는 심리’가 있는데 이를 ‘소유효과’라 한다. 쇼핑 중에 하나 남은 물건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남이 먼저 사 가버리면 어떤 감정이 드는가? 아깝기도 하고 ‘빨리 살 걸’하고 후회가 되면서 속이 상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내 물건이 된 것이 아닌데도 속상함을 느낄 정도로 이 ‘소유효과’의 감정은 강하며 보편적이다.

 

1990년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머그컵을 이용하여 소유효과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그는 코넬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는 대학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주고, 다른 집단에는 그 머그컵 가격에 해당하는 현금을 주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컵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그 컵을 얼마에 되팔고 싶은지 묻고, 현금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옆 학생의 컵을 구매하는 데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신기하게도 단 몇 분이라도 컵을 소유한 학생들은 평균 약 5달러에 팔겠다고 하고, 현금을 받은 그룹의 학생들은 약 3달러에 사겠다고 했다. 결국 우리들은 잠시라도 소유하다가 되팔 때는 실제보다 더 높은 가격을 생각하는 비상식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유하게 되면 소유하지 않은 때보다 그 물건을 더 가치 있게 여겨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심리에 사로잡힐까? 그 이유를 미국의 신경학자 브라이언 넛슨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하여 밝혀냈는데, 그에 의하면 우리들의 뇌에는 손실을 피하려는 부위가 존재하여 손실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소유효과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쁘레시디움 단장인 P형제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입단 후 일 년 정도 활동하다가 다소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사를 가서도 자신이 돌보던 활동대상자들을 전화 등 어떤 식으로든 돌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실제로 처음 일 년 동안은 주기적으로 돌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 시작으로 바빠지면서 점차 연락하는 횟수가 줄었고 자연히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 갔다.

 

그러다 오랜만에 전(前) 단원과 연락이 되어 다시 활동대상자들을 챙겨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종교에 관심을 보였던 한 입교 권면자는 신천지에 들어갔고, 한 냉담자는 춤바람이 나서 이혼 상태였다. 더구나 협조단원 한 명은 냉담 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그는 선배 단원의 충고에 따라 활동대상자들을 그곳 쁘레시디움 단장에게 부탁하였고 그 후로는 그 쁘레시디움에서 전 단원이 돌아가며 그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사실 이사를 할 때만 해도 저의 활동 대상자들에 대해선 제가 가장 많이 알고 있으니 제가 끝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활동할 때 지속적으로 둘씩 짝지어 한 것이 아니라서 더욱 다른 단원에게 넘기는 것도 주저되었고요. 하지만 이웃사촌이라고, 아무리 통신이 발달해도 먼 거리에 사는 저에겐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그 당시 저는 어떻게든 제가 결과를 내어 보겠다는 욕심과 다른 단원을 믿지 못하는 불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욕심과 불신, 둘 다 성모님의 군사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주회합에 보고되는 각 단원의 활동은 모든 단원이 관심 가져야

 

‘레지오 마리애는 복음 전파와 성화 사업을 개별적으로 성취하기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수행하기 위해 –중략- 조직적 사도직 수행을 지향하고 있다.’(레지오 마리애 관리와 운영지침서; 부산 바다의 별 레지아 43쪽) 또한 레지오의 활동은 주회합을 통하여 쁘레시디움에서 배당받은 것으로 수행해야 함을 교본에서는 ‘활동은 쁘레시디움이 주관한다.’(431쪽)는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주회합에서 보고되는 각 단원들의 활동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모든 단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 단장은 활동계획서에 따라 활동배당을 할 뿐만 아니라 ‘계획서에 쁘레시디움이 추진하는 모든 활동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그 오른편에 활동을 배당받은 단원의 이름을 기입’(교본 163쪽) 해야 한다. 또한 단원들은 활동보고 시 모든 단원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어떤 활동을 시도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그리고 어떤 정신으로 활동에 임했으며 소요된 시간은 얼마이고,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활동을 수행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교본 171쪽) 그리고 활동보고를 듣는 동료 단원들은 함께 활동 현장에 있는 것처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나의 활동 대상자들에 대해 동료 단원들이 자세히 알고 있는가? 그래서 내가 당장 어떤 이유로 활동하지 못할 때라도 나의 활동 대상자들은 지속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가? 만약 그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나의 활동보고 방법을 돌아봄과 동시에, 혹여 내 안에 나의 활동 대상자들을 나만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없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나아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누군가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기꺼이 내놓음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선뜻 내놓았기 때문에 그와 그의 가족들은 바친 것보다 훨씬 많은 기적의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교본 68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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