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희생] 아름다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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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1-04 ㅣ No.544

[햇볕 한 줌] 아름다운 손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에게는 나이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소녀는 어린동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으려고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해 왔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소녀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몸이 워낙 쇠약해진 상태에서 걸린 병이라 소생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죽음이 가까워지자 마지막으로 성사를 집전하시기 위해 신부님께서 소녀의 병상을 찾아왔습니다. 

 

“신부님! 저는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그 동안 주일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신부님의 눈길이 문득 그녀의 손에 멈추었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답니다. 과도한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답니다. 신부님은 소녀의 두 손을 감싸 쥐고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답니다. 

 

“걱정하지 마라, 얘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소녀는 예수님께 자신만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자신의 삶의 무게와 고통, 희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된 손을 바쳤습니다. 그 손이 그 소녀에게 있어서 황금이요, 유향이며, 몰약일 것입니다. 

 

[2014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대구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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