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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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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빛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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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04 ㅣ No.1072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빛의 신비

 


교황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의 ‘빛의 신비’ 

 

성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 교황님께서는 2002년 10월16일,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를 반포하시면서, 이 교서와 함께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묵주기도의 해’로 선포하십니다. 교서는 ‘묵주기도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묵주기도에 대해 신학적 깊이를 가지면서도 대중 신심의 단순성을 잘 드러내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교서를 통해 기존 묵주기도의 형식에서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은 신비 선포 부분에 있어서 ‘빛의 신비’의 추가입니다. 묵주기도는 강생의 신비와 인간 구원에 중심을 둔 복음적인 기도로서 명백히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는 ‘복음의 요약’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빛의 신비 1단.

 


신비의 보완

 

그리스도 일생 전체에 대한 온전한 ‘복음의 요약’이 되려면, 그리스도의 강생과 드러나지 않은 생활(환희의 신비)을 묵상한 다음,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고통의 신비), 부활의 승리(영광의 신비)를 묵상하기 전에 그리스도의 공생활에서 특별히 중요한 몇몇 순간들을 묵상해야 합니다. ‘빛의 신비’(Lucis mysteria)라는 제목은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9,5)하신 말씀에서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선포하고 묵상하도록 이름 지어졌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 생애에 다섯 가지 중요한 순간들, 곧 빛의 신비를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제시하십니다. 이는 묵주기도가 그리스도 중심적인 기도라는 것을 더욱 드러내며, 그리스도의 세례와 수난 사이의 공생활의 신비들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신비’의 주제 묵상

 

빛의 신비’의 주제와 그 주제에 적절한 성경 말씀은 아래의 표와 같이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의 봉독은 묵주기도의 신비를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빛의 신비는 핵심적으로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묵상하도록 정해졌지만, 기도를 바치며 묵상하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공생활’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공생활’에 대한 묵상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우리 또한 세례를 받으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빛의 신비’와 교회의 일곱 성사

 

다섯 개의 ‘빛의 신비’ 주제들은 그리스도 공생활의 중요한 순간들을, 곧 ‘빛의 신비’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제시하고 있으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성사(聖事)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고해성사, 병자성사, 혼인성사, 성품성사까지 교회의 일곱 성사(七聖事)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며, 치유하고 사명을 부여합니다. 이 점에서 자연적인 삶의 단계들과 영적인 삶의 단계들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사는 그리스도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삶의 과정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곧 ‘빛의 신비’는 그리스도의 공생활에 대한 묵상이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성사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신비 묵상입니다.

 

제1단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세례성사. 죄를 모르시지만 우리를 위하여 “죄 있는” 분이 되신(2코린 5,21 참조) 그리스도께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실 때, 하늘이 열리고 그분을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로 선언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새 삶의 시작인 세례를 묵상하도록 초대하고 있으며,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인들의 공생활이 시작됩니다.

 

제2단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 혼인성사. 카나에서 행하신 첫 기적이 빛의 신비입니다. 첫 신자인 성모님의 전구로, 그리스도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시고 제자들의 마음을 신앙으로 열어 주십니다. 혼인잔치에서의 기적은 그리스도인의 혼인성사를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제3단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시다 : 견진성사. 예수님의 선포 자체가 빛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고 알리시고 회개를 촉구하십니다.(마르 1,15)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더욱더 닮게 된 이들은 새 삶을 견고하게 하고 세상에 나아가 그리스도를 전하는 견진성사를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제4단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시다 : 고해성사, 병자성사. 가장 뛰어난 빛의 신비는, 전통적으로 타보르 산에서 있었다고 여겨지는 저 변모입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에 하느님의 영광이 빛납니다. 거룩한 변모는 영적인 변모와 육적인 변모를 떠올리게 합니다.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는 영적인 치유와 육적인 치유의 성사들입니다. 영적인 치유가 이루어지는 고해성사와 육체의 건강을 회복시키길 기도하는 병자성사를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제5단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합시다 : 성체성사, 성품성사.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음식으로 내어 주시며, 인류 구원을 위하여 이제 곧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실 “극진한”(요한 13,1 참조) 인간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성체성사는 성사 중의 성사로서 다른 모든 성사는 마치 자신들의 목적을 향하듯 성체성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모든 성사의 정점이며, 성체성사의 제정은 성체성사를 집전하는 품계(주교품, 사제품, 부제품)에 오르는 성품성사와도 연결됩니다.

 

다섯 가지 ‘빛의 신비’의 주제들은 그리스도의 공생활의 시간적인 흐름을 따르며, 신앙하는 이들의 일상(日常)과 일생(一生)을 축복하는 성사(聖事)와도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신비들에서, 카나의 혼인잔치를 제외하면 성모님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마치 성모님을 바탕에 그린 것처럼 ‘빛의 신비’ 전체의 밑그림을 이룹니다.

 

그리스도 생애의 수많은 신비들 가운데 일부만이 교회 권위의 승인을 받아 묵주기도의 신비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지금까지 바쳐 온 묵주기도의 형식이며, 시편의 총수에 상응하는 150이라는 숫자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가 그리스도 중심적인 기도라는 사실을 비추어 공생활의 묵상인 ‘빛의 신비’를 ‘환희의 신비’ 다음, ‘고통의 신비’와 ‘영광의 신비’ 이전에 바칠 것을 권하셨습니다.

 

+ 2002년도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통해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선포하고 묵상하는 ‘빛의 신비’가 시작되었습니다.

 

+ 성모님께서는 ‘빛의 신비’의 전체 밑그림처럼 그리스도의 공생활에 함께 해주십니다. 그리스도인의 공생활에도 그러한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2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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