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나눔] 짜장면집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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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2-24 ㅣ No.543

[햇볕 한 줌] 짜장면집의 크리스마스

 

 

식당 출입문이 열리더니 초라한 차림의 한 여자 아이가 두 동생을 데리고 들어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저씨. 짜장면 두개만 주세요.” “언니는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봐. 아무것도 못 먹겠어.”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가 아파서 못 먹어. 그러니까 너희들이나 맛있게 먹어.” 큰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언니, 우리도 엄마 아빠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저녁도 먹고.” 막내인 듯한 여동생은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 있는 또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아내가 주방에서 급히 나왔습니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내의 갑작스런 물음에 여자 아이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말이 없었습니다. “한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 사니” 그녀는 얼마나 반가운지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졌습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네. 옛날엔 걸음마도 잘 못하더니.” 그제야 기억이 난다는 듯 굳어있던 아이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아내는 잠시 후 짜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습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체한 것 같다던 큰 아이도 짜장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잠시 후 아이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식당 문을 나섰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차 조심하고. 짜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아 이들이 가고 난 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네 집 애들이야?” “사실은 모르는 애들이에요. 부모 없는 아이들이라고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 받을지도 모르잖아요. 엄마 친구라고 하면 또 올 수도 있을 것 같고 해서…”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내일이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짜장면 먹으러 왔나 본데, 저 먹고 싶은 것 참고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아내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2013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 대구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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