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22년 성서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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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21 ㅣ No.1152

제38회 성서 주간 담화(2022년 11월 20-26일)


“새벽부터 일어나 도움을 청하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둡니다”

(시편 119[118],14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서른여덟 번째 성서 주간을 맞아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우리의 모든 일에 주님의 사랑과 친교가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는 몇 해 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강제된 비대면의 시기, 곧 ‘언택트’(untact) 시대를 지내 오다가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며 서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그로 말미암아 온라인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온택트’(ontact)의 생활 양식이 대세가 되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어 공동체의 모임이 중단되자 신앙생활의 중심인 전례와 성사에 신자들의 참여가 물리적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이에 ‘온라인 미사’가 ‘대송’(代誦)의 한 방편으로 제시되고, 영적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고자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사목이 펼쳐지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주로 대면으로 이루어졌던 성서 사도직 현장에서는, 더욱 높아진 성경 공부에 대한 관심을 채워 주고자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교육을 시도하면서 주님 말씀에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신앙생활과 그에 따른 실천은 분명히 그 한계가 있습니다. 교회의 전례와 성사, 그리고 공동체 생활은 그 첫 자리에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이루는 인격적 만남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현장에서 믿는 이들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을 통한 친교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통하여 하느님과 일치하고, 그 일치로 구원에 이르며, 그 구원을 이웃과 친교하면서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잠시의 위기 상황에서 신앙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온라인 미사가 거행되었지만, 그 안에서 온전한 성사성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온라인 성경 공부도 주님의 말씀이 개인 안에서 충족되는 것에 그칠 뿐입니다. 따라서 만남과 소통을 통하여 친교를 이루는 사랑의 실천으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잦아들고 ‘뉴 노멀’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온전한 회복은 아직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한 이 상황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탄원 시편’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기도합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도움을 청하며, 당신 말씀에 희망을 둡니다”(시편 119[118],147). ‘말씀의 시편’이라고도 하는 시편 119(118)편에서 시인은 계속되는 시련 속에서도 구원을 열망하며 말씀에 희망을 두고 그 말씀에 순종하려고 끊임없이 기도합니다. 새벽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기도하는 시인은 이 새벽에 하느님의 구원이 있을 것이며 고통 속의 희망이 바로 말씀이라고 고백합니다. 시편 작가의 이러한 기도는, 코로나19와 함께 살며, 언택트로 표상되는 뉴 노멀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 그리스도인이 말씀 안에서 구원의 희망을 발견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끈질기게 기도하게 하는 힘을 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동트기 전 새벽 어둠이 가장 짙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짙은 어둠도 빛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의 빛’으로서 우리 가운데에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요한 1,14; 8,12 참조). 끝이 보이지 않는 시련 속에서도 그침없이 기도하고자 새벽이 오기 전부터 일어나려는 간절한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신앙은 주님과 맺는 인격적 만남입니다. 갑자기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물리적인 임시방편을 찾을 수는 있지만, 차츰 회복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편의에 따라 신앙의 임시방편을 선호한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라 할 수 없습니다.

 

성경은 말씀의 집인 교회의 전례 안에서 세상을 향하여 선포되고, 소통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친교의 현장에서 실천되어야 하며, 특히 성서 사도직 현장에서 행동으로 열매 맺어야 합니다. 말씀께서 교회 활동 전체를 이끄시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도록 (「주님의 말씀」, 73항 참조), 비록 아직 어둡지만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주님의 도우심을 청합시다. 어둡고 힘든 세상에 말씀이 희망의 선물로 주어졌으며 이 말씀 안에 우리의 구원이 빛나고 있습니다. 말씀에는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그래서 우리가 이미 구원받았음’을 깨닫고 체험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2022년 11월 20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신호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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