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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디다케: 초대교회 전례 등 공동체 모습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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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45

[교부들의 가르침] 디다케


초대교회 ’전례’ 등 공동체 모습 생생

 

 

’초대교회에서는 어떤 식으로 예비신자교리가 이루어졌으며, 신자들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신약성서와 속사도교부 시대를 연결해주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디다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디다케는 초대교회의 예비신자교리와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윤리규범 등 당시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초대교회의 전례와 제반 규정에 대한 중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 디다케는 성전의 원천이다. 신약성서의 정경목록이 확정되기 전까지 디다케는 마치 신약성서의 정전(正典)들과 같은 권위를 지녔다.

 

1873년에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묘수도원(聖墓修道院), 일명 예루살렘수도원의 도서관에서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이라는 짤막한 제목에 이어 ’열두 사도들을 통하여 이방인들에게 전해진 주님의 가르침’이라는 긴 제목이 적힌 양피지 사본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줄여서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 혹은 ’디다케’(희랍어로 ’가르침’이란 뜻) 라고 부른다.

 

디다케는 약 100년경에 시리아의 한 시골 교회에서 익명의 저자에 의해 편집되었다. 디다케의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1부(1~6장)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생활의 지침이 되는 ’두 가지 길’(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에 대한 내용이고, 제2부(7~10장)는 교회의 전례(세례성사와 성체성사)에 대한 내용이다. 7장은 세례, 8장은 주간 단식과 주님의 기도, 9~10장은 감사기도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제3부(11~15장)는 떠돌이 사도들과 예언자들 접대(11장), 교우 손님 접대(12장), 붙박이 예언자들과 교사들 공양(13장), 주일(14장), 감독들과 봉사자들의 선출과 형제들에 대한 충고(15장) 등에 대한 내용이고, 제4부(16장)는 주님의 재림에 대한 내용이다.

 

디다케에 나오는 ’두 가지 길’은 당시 유다교와 유다계 그리스도교에서 널리 유행하던 가르침으로 후대 그리스도교 영성생활과 수덕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또한 디다케에 나오는 전례와 윤리규범들은 후대 동서방 교회의 전례와 윤리규정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초대교회에서는 예비신자들이 ’두 가지 길’에 대한 내용을 반드시 배워 익혀야만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명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길인데, 이 두 길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생명의 길은 이렇습니다. 당신을 지어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당신의 이웃을 당신의 몸같이 사랑하십시오. 또 당신이 원치 않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십시오"(디다케1, 1~2).

 

"죽음의 길은 이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길은) 악하고 저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살인, 간음, 정욕, 음행, 도둑질, 우상숭배, 마술, 요술, 강탈, 위증, 위선, 표리 부동, 교활, 오만, 악행, 거만, 욕심, 음담패설, 질투, 불손, 교만, 자만…"(디다케 5, 1).

 

낙태금지가 교회의 일관된 가르침이며 교회는 모태에 있는 태아를 죽이는 것을 살인행위로 간주했다는 사실을 디다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생명의 길’에서 "낙태로 아이를 살인하지 말라"(디다케 2, 2)는 가르침과 ’죽음의 길’에서 "하느님의 작품을 낙태하는 자들"(디다케 5, 2)은 멸망한다는 가르침이 나온다.

 

디다케는 2세기 초 교회 안에 존재한 다양한 직무들에 대해 언급한다. 이 교회 저 교회로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선포한 떠돌이 사도들이 있었고(11장), 어느 한 교회에 정착한 붙박이 예언자들과 교사들이 있었다(13장). 또한 지역 교회에서 선출된 감독(주교)들과 봉사자들도 있었다(15장). 떠돌이 예언자들이나 붙박이 예언자들이 지역 교회의 감독들과 봉사자들보다 더 존경을 받았으며, 신자들은 그들을 마치 주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대접했다.

 

"여러분에게 오는 모든 사도는 마치 주님처럼 영접 받을 일입니다. 그는 그러나 하루만 머물러야 합니다.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이틀을 머물러도 됩니다. 만일 사흘을 머물면 그는 거짓 예언자입니다. 그리고 사도가 떠날 때에는 (다른 곳에) 유숙할 때까지 (필요한) 빵 외에 (다른 것은) 받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그가 돈을 요구한다면 그는 거짓 예언자입니다"(디다케, 11, 4~6).

 

디다케에는 그 외에도 주교, 사제, 부제의 선발과 서품식, 미사의 성찬기도와 교계제도, 과부, 독서자, 동정녀, 차부제, 치유자의 직무에 관한 내용 등이 나온다.

 

세례 때 사용해야 할 물의 종류와 세례식을 거행할 때, 세례받을 사람과 교우들이 모두 단식을 하면서 세례를 준비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살아 있는 물로 세례를 베푸십시오. 만일 살아 있는 물이 없으면, 다른 물로 베푸시오. 찬 물이 없으면 더운물로 하십시오, 둘 다 없으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머리에 세 번 물을 부으시오. 또한 세례 받기 하루나 이틀 전에 세례를 베푸는 자와 세례를 받는 자뿐 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미리 단식을 하면서 세례를 준비하시오"(디다케 7,1~4).

 

그런가 하면 그리스도교가 유다교 전통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길을 찾아가는 모습도 나온다. 유다교의 오랜 전통인 안식일(토요일)을 버리고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主日)로 정하여 모든 신자들이 함께 모여 성찬례를 거행했다(14장). 월요일과 목요일에 단식하던 유다교의 전통을 버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수요일과 금요일에 단식을 했다(8, 1).

 

금요일에 단식을 한 이유는 주님께서 금요일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루 세 번 바치던 ’쉐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어라) 기도 대신에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8, 2~3).

 

16장에는 어떤 자세로 주님의 재림을 기다려야 하는 지에 대해 언급한다. "여러분의 등잔불은 꺼지지 않게 하고 여러분의 허리띠는 풀어지지 않게 하여, 준비하고 있으시오. 우리주님께서 오시는 시간을 여러분은 모르기 때문입니다"(디다케 16, 1).

 

주일 미사에 참석하기 전에 미리 죄를 고해하여 깨끗한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회개하기 전까지는 전례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14장의 내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과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마음자세로 미사에 참석하고 있을까? 디다케의 가르침대로,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 깨끗한 마음으로 미사에 참석하려고 노력하는지?

 

[가톨릭신문, 2002년 12월 15일,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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