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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오리엔테이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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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24 ㅣ No.312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오리엔테이션’이란?


‘주님은 동쪽에서 오신다’는 믿음이 유래



해가 뜨는 동쪽을 중심으로 설계된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해마다 이맘때면 대학들은 갓 입학한 신입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준비로 한창이다. 오리엔테이션은 흔히 대학·회사 등에 처음 온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행사를 뜻한다. 어원으로 따지면 ‘동양, 동쪽’이란 의미의 오리엔트(Orient)에서 파생한 오리엔테이션의 유래를 살펴보면 동쪽을 바라보며 주님의 재림을 기다려온 신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동쪽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언뜻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는 유다인이나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무슬림과 유사해보이지만 담긴 의미는 다르다.

그리스도인들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라는 말씀대로 특정 나라나 도시를 향해 기도하지 않았다. 다만 그리스도가 재림하면 동쪽에서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사야서 등 구약에서도 나타나는 이런 생각은 “동쪽에서 친 번개가 서쪽까지 비추듯 사람의 아들의 재림도 그러할 것”(마태 24,27)이라는 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동쪽을 향해 기도하는 습관은 성당건축에도 영향을 줬다. 전통적으로 성당은 동서(東西)를 중심축으로 제대가 동쪽을 향하게 지었다. 신자들은 한 방향, 즉 동쪽을 향해 미사를 드리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한 것이다. 그래서 성당을 짓기 전 성당 위치를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성당의 방향을 정하는 작업’을 바로 오리엔테이션이라 불렀는데, 동쪽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기에 오리엔트(Orient)가 쓰였다.

일부 성당은 동쪽을 더 세밀하게 잡아 성당 주보성인 축일에 해가 뜨는 방향으로 위치를 정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은 착공한 해인 1137년 성 스테파노 축일에 태양이 떠오른 방향을 중심축으로 설계됐는데, 현재도 스테파노 축일이면 햇빛이 성당 내부로 쏟아진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25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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