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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59: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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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31 ㅣ No.825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59)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이슬처럼 작아질 때 천상의 문 열린다

 

 

- 예수님의 품안에서 더욱 작아짐으로써 천상으로 비상하는 비결을 발견한 소화 데레사.

 

 

잠언 9,4을 통해 빛을 받음

 

소화 데레사는 아버지의 임종 후 셀리나 언니가 입회할 때 가져온 성경 구절 선집(選集)에서 주옥같은 구절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녀는 잠언 9장 4절에서 ‘누가 작은 자이거든 내게로 오라’(우리말 성경에서는 ‘어리석은 이는 누구나 이리로 들어와라’로 번역-편집자)는 구절을 접했을 때, 이를 자기 자신을 향한 메시지로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성녀는 다년간의 수도생활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하며 자신의 작음을 받아들인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성녀는 이 구절을 읽는 가운데 예수님께서 당신의 품 안으로 달려들도록 자신을 초대하신다는 점을 직관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녀는 그분께서 이 부르심을 통해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작은 자에게 하시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또 다른 구절들을 뒤적이며 찾아보았습니다.

 

 

이사 66,12-13을 통한 영적 도약

 

그리고 마침내 그에 대한 대답을 이사야서 66장 12-13절에서 발견했습니다.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귀여워하는 것같이 나도 너희를 위로하고 너희를 품에 안고 무릎에 올려놓고 흔들어 주겠노라!’ 

 

가족과 함께 살던 어린 시절, 소화 데레사에게 있어서 자신의 작음과 나약함은 부모님과 언니들의 사랑을 받아 누리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작음과 나약함으로 인해 소화 데레사는 가족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다시 말해, 그의 작음과 나약함은 부모님과 언니들의 사랑과 배려를 끌어당긴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소화는 자신의 불완전과 작음이 예수님께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분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이사야서 66장 12-13절에 대한 묵상과 더불어 성녀는 자신의 작음이 하느님께서 선호하시는 겸손의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향한 신뢰의 길을 열어주고 그분께 모든 것을 희망하게 해 준다는 점을 깨우치기에 이릅니다. 성녀는 1894년 12월 18일에 쓴 어느 시에서 성성(聖性)에 대한 문제를 비추면서 작고 가난한 영혼을 위한 하느님의 도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습니다. “당신 성자의 형언할 수 없는 눈길 / 나의 가난한 영혼 위로 낮추시네 / … 그러나 이 하늘별의 사랑의 열기 아래 덕은 빠르게 자란다네”(시 11).

 

 

예수님의 모성에서 지름길 발견

 

이렇듯 소화 데레사는 작고 부족한 자신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되면서 1894년 성탄 이후부터 잠언 9장 4절과 특히 이사야서 66장 12-13절의 구절을 통해 작기만 한 자신을 어머니처럼 당신께로 이끄시어 팔로 안아 들어 올려서 자애로이 쓰다듬어 주시는 예수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또한 거기서 어린 시절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던 어머니, 마르탱 부인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 시절 어린 데레사는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침내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며 어머니의 품에서 해결책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얌전하게 굴지 않으면 지옥에 가겠네. 하지만 좋은 수가 있어. 엄마가 천당에 갈 때 같이 올라갈테야. 하느님이 어떻게 나를 붙잡아 가실 수 있겠어? 엄마가 나를 꼭 껴안아 줄 거지?” 

 

그때와 마찬가지로 1894년이 저물어가던 겨울, 데레사는 성성(聖性)에 대한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면서 작은 자로 예수님께 나아가 엄마에게 했듯이 그렇게 예수님의 품 안에서 천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는 비책(策)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 이보다 더 정답고 더 듣기 좋은 말씀이 제 영혼을 기쁘게 해준 일은 없었습니다. 저를 하늘까지 들어올려 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의 팔입니다”(「자서전」). 

 

소화 데레사는 예수님 안에서 모성적인 모습을 보는 가운데 어머니 같은 그분을 성성을 향한 ‘지름길’로 인식했습니다.

 

 

‘작아짐’을 통해 천상으로 날아오름

 

소화 데레사는 그런 예수님의 사랑에 예전에 비할 바 없이 큰 신뢰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의 팔로 자신을 하늘까지 들어 올려 준다면, 그분을 돕기 위해서 여전히 작은 채로 남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항상 더욱 더 작고 가벼워져야 한다는 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남아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자서전」). 

 

소화 데레사는 비로소 예수님이야말로 천국을 향한 길임을 깊이 깨달았고, 그분의 자비를 끌어당기는 작은 길인 ‘의탁’과 ‘신뢰’의 태도 안에서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작음’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더욱이 예수님의 품 안에서 천상으로 날아가려면, 마치 한 방울의 이슬처럼 “항상 더 작아지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는 진리를 깊이 알아듣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성녀의 인식은 1895년 2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쓴 모든 편지에 담긴 ‘작디작은 자’라는 서명과 더불어 잘 드러납니다. 한 마디로 성녀는 자신을 ‘작디작은 자’로 선언한 것입니다. 그때부터 이 서명은 소화 데레사가 추구하는 영적인 이상(理想)이자 혼신을 다해 실현해야 할 계획이며 고귀한 칭호가 되었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3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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