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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으로 돌아온 동방 가톨릭교회4: 그리스 멜키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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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21 ㅣ No.164

가톨릭으로 돌아온 동방 가톨릭교회 ④ 그리스 멜키트 교회


단성설에 맞서 그리스도 양성론 고수

 

 

한 멜키트 사제가 이스라엘 갈릴래아의 이빌린 마을에서 멜키트 가톨릭 신자드에게 예식을 집전하고 있다.

 

 

멜키트(Melkite)는 시리아와 팔레스티나(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일대), 그리고 이집트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칼케돈 공의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킨다.

 

칼케돈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신성만이 있다고 주장하는 단성설을 배격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신성과 인성이 두 가지가 온전히 함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그리고 이집트 지역에서는 칼케돈 공의회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신성 하나뿐이라는 단성설을 신봉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집트의 경우,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 디오스쿠르스는 단성설의 강력한 주창자였으나 칼케돈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몰려 대주교좌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대주교를 추종하던 다수가, 특히 서민층과 수도승들이 크게 반발해 집단적으로 봉기를 일으켜 칼케돈 공의회 가르침을 따르던 성직자들을 내쫓았다. 여기에 정치적 요인이 결부됐다. 로마 제국이 칼케돈 공의회 가르침을 법으로 강제하자, 단성설을 신봉하는 대다수 이집트인들 곧 콥트인들은 제국에 맞서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었고, 단성설은 계속 뿌리를 내렸다. 이들 이집트의 단성설 추종자들을 콥트파, 이들의 교회를 콥트 교회라고 부른다. <평화신문 1095호 12월 5일자 7면 참조>

 

한편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역에서도 이집트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칼케돈 공의회와 로마 제국에 대한 똑같은 반감이 퍼져 있었다. 시리아의 군중들과 수도승들은 안티오키아의 총대주교를 쫓아내고 단성설 신봉자를 총대주교로 앉혔다. 예루살렘의 경우, 칼케돈 공의회에서 단성설 이단을 버리겠다고 서약하고 돌아온 총대주교가 쫓겨나고 단성설 신봉자가 총대주교에 추대됐다. 이들 지역의 단성설 신봉자들을 이집트의 단성설 신봉자들(콥트파)과 구별해 야고보파라고 부른다.

 

반면에 소수이기는 하지만 칼케돈 공의회 가르침을 끝까지 고수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공의회 가르침을 법으로 강요한 로마제국과 같은 편으로 비쳐졌고, 그래서 민족주의자들인 단성설 신봉자들에게서 많은 박해를 받았다. 또 이들 가운데는 실제로 로마제국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많았다. 이들을 멜키트인들이라고 부른다. 멜키트(Melkite)라는 말은 왕 또는 황제를 뜻하는 시리아어 멜크(Melk)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멜키트라는 말은 황제 편에 선 이들로 해석할 수 있는데 단성설 추종자들이 볼 때 당연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로마제국의 언어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제국의 중심이 동로마 곧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가면서 라틴어에서 그리스어로 바뀌었고, 멜키트들은 자연히 그리스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멜키트 교회라는 이름은 이로부터 연유한다.

 

7세기 이후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 일대가 이슬람화하면서 멜키트 교회는 콘스탄티노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1054년 교회가 동ㆍ서로 분리되자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이집트의 멜키트 교회들은 동방 정교회의 중심축인 콘스탄티노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17세기 이래로 로마와 화해하려는 노력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1724년에는 로마 교황청 포교성성(오늘날 인류복음화성)에서 공부한 세라핌 타나스가 안티오키아 총대주교로 선출된 후에 로마 교회를 따를 것을 서약함으로써 그리스 멜키트 교회는 가톨릭과 정교회로 양분됐다. 오늘날 그리스 멜키트 교회라고 하면 이렇게 로마 가톨릭으로 돌아온 멜키트 교회를 가리킨다. 이들을 비잔틴 가톨릭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중동의 그리스 멜키트 교회 신자들은 시리아와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쿠웨이트 등지에 분포돼 있으며, 이밖에 아프리카와 미국 등지에도 있다. 전체 신자는 13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스 멜키트 교회 수장은 안티오키아의 그레고리오 3세 라함 총대주교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와 예루살렘의 그리스 멜키트 교회 총대주교도 겸하고 있으며,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상주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0년 12월 12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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