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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기도 배움터: 기도 시작 전 생각하면 좋은 부자 청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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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22 ㅣ No.811

[기도 배움터] 기도 시작 전 생각하면 좋은 부자 청년 이야기

 

 

아마도 루카 복음 12장 35절부터 시작되는 ‘깨어 있으라’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좌 신부 2년차 때 특별한 강론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강론 시간에 거의 그대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그날 미사 후에 한 신자분이 제게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이 신자 생활을 30년도 넘게 했는데 신부님 덕분에 이 말씀을 처음으로 들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말씀이 그분께 처음으로 들려왔던 것이지요. 저도 최근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신부님께서 부자 청년 이야기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부자 청년 이야기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 세 곳에 모두 나오는데, 그 중에 마르코 복음이 예수님께서 이 부자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와서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먼저 지켜야 할 계명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이 말씀을 듣고 그가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를 바라보시지요. 어떻게 바라보시는가 하면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십니다. 저는 부자 청년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 부분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이런 말씀이 있는지 조차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이 신부님 덕분에 너무도 고마운 부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보십니다. 이 부자 청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도 쉽게 그에게는 예수님보다 재물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는 예수님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초점을 두면서 예수님의 그런 시선을 의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부분을 알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 부분을 이처럼 귀하게 보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그런 시선을 보내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 볼까요? 내가 기도할 때마다 분심잡념에 휩싸여서 기도 시간에 온통 집중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지요. 아니면 기도 시간 내내 이리 졸고 저리 졸고 조느냐고 제대로 기도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 보지요. 이런 나를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실까요? 예수님은 이런 나를 못마땅해 하시고 꾸짖으실까요? 아니면 꾸벅꾸벅 졸고 분심잡념에 휩싸여 있는 나를 그래도 예쁘게 보실까요? 예수님은 분명히 이런 나를 예쁘게 보실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려고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신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중에 어느 누구도 기도를 시작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처음부터 ‘나는 분심잡념이나 하고 앉아 있을 거야’, ‘나는 그냥 졸고 있을 거야’ 하고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려고 하면서 주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더 깊어지길 바라지요. 그렇다면 주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아주 좋게 바라보십니다. 이것을 의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자 청년 이야기를 좀 더 생각해 보면, 부자 청년은 예수님께서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하시는 말씀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예수님은 그가 부자인 걸 모르셨을까요? 예수님은 그가 재산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셨을까요? 예수님은 이런 그의 상황을 충분히 아셨겠지요. 아니 그러면 예수님께서 그가 그의 재산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줄 아시고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아셨다면, 그에게 그냥 안 된다고, 너는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 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시는가? 결과를 뻔히 아시면서 그냥 빈말로 한 번 말씀해 보신 것인가?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이 청년을 진실로 대하고 계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예수님은 부자 청년이 떠나간 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쉽다.” 그리고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부자 청년 이야기 끝에 예수님은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예수님은 부자 청년에게 재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히 아셨고, 그래서 그는 재산을, 영원한 생명을 얻는데 어려움을 주는 그 문제를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의탁하면서 풀어나갔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부자 청년 이야기는 단순히 부자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가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스스로 ‘나는 이런 것 때문에 어려워, 안 돼’ 하고 생각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러 저러한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나서야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기 전에 우리가 아주 깨끗하고 완전무결한 사람이 되라고 하시는 건가요? 예수님 자신이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시는 걸 생각한다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보다 겸손한 신뢰로 우리의 모든 것을, 우리의 문제까지도 당신께 맡길 것을, 모든 것이 가능한 당신께 맡길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기도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바로 주님께 겸손한 신뢰로 우리를, 우리의 문제까지도 맡겨드리려 해야 하겠습니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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