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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교육 제도의 변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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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24 ㅣ No.134

[예방교육으로 읽는 이 시대의 교육] 교육 제도의 변화를 위하여

 

 

2020년 봄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가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가을쯤이면 그래도 수그러들겠지 기대하며 뭔가 백신 같은 해결책도 나오려니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쳐 가고 당황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가운데 이제는 정신적 질환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하던 무렵 사람들은 인류가 맞이한 생소한 현실 앞에서 여러 분석을 내놓았고 향후 우리가 가야 할 길에 관해서 전망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애써 찾았다. 이는 교육이라는 주제어를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명맥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가정은 가정대로 맞벌이를 하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는 미국의 경우 학교 수업의 재개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어 논란이 첨예하고, 등록금 없이 학교를 유지하는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현재 필자가 사는 뉴욕주에서만도 20여 개의 가톨릭 사립학교들이 폐교를 걱정하며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질문한다.

 

 

코로나 위기, 21세기 에듀테크(EduTech) 도입을 위한 계기?

 

코로나19가 유행을 시작하던 시점에 한때 한국 교육계의 수장이었던 이주호 씨는 코로나 위기를 21세기 에듀테크 도입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위기에 대응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 21세기 에듀테크(교육과 IT를 결합하는 것)를 과감히 수용한다면 코로나19 감염도 차단하면서 학습 혁명 기회로 만들 수 있다. 21세기 에듀테크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장착한 학습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맞춤 학습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진다. 학생이 교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관계없이 함께 접속해 소통하고, 모든 학생에게 각자 필요에 따라 최적의 학습 기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1)

 

우리나라의 가정과 사회가 공감하면서도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교육’의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학습 혁명’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보자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보인다. 그런가 하면 마치 몇 년 뒤의 코로나19를 예견이라도 한 듯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한 학교의 한 형태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소위 ‘뜨는’ 경우도 생겼다. 그리스 신화 속 ‘지혜의 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s at KGI)’2)이라는 대학의 경우가 그렇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

 

2012년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Ben Nelson, 1975~현재)이라는 사람이 미국의 대학 컨소시엄인 KGI(클레어몬트 연합 대학의 케크 대학원)를 파트너로 삼아 학교 설립 인가를 받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졸업하면 학사 학위를 주는 대학을 설립하여 2014년부터 신입생들을 받았다. 선발 방법은 입학사정관 제도와 유사한 이력서 개념의 인적 정보, 자체 시험, 자기 소개서 등으로 이뤄지지만,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므로 입학한 사람들도 합격 이유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시험도 원격으로 본다.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는 대학’, ‘캠퍼스 없는 대학’, ‘하버드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 ‘세상에 없었던 학교’라고 불리는 미네르바 스쿨은 2018~2019년에 전 세계에서 2300명이 지원하고 276명이 합격했으며 2020년에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대학은 캠퍼스가 없고 반년마다 전 세계 기숙사를 돌며 수업한다.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런던, 이스탄불, 하이데라바드, 부에노스아이레스, 타이베이, 서울 등에 기숙사가 있다. 모든 학생은 4년 내내 수업의 10%를 온라인으로 받는다. 동시에 학생들 가운데 10%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기숙사 위치를 매년 바꿔야 한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강의 플랫폼 ‘포럼’을 개발해 세계 각지의 학생과 교수가 실시간으로 토론 · 논쟁 · 상호 협력하는 수업(active learning Forum, 모든 수업은 작은 세미나 형태)을 하지만,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거주하지 않는다. 시험과 과제, 프로젝트는 모두 오픈북(open book) 형태로 이뤄진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참고해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등록금은 명문 사립대의 3분의 1 정도이다. 벤 넬슨은 아이비리그 수준의 교육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학교라는 시스템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미네르바 스쿨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모여든다. 예술과학대 학장은 심리학 분야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석학 스티븐 코슬린(Stephen M. Koslyn) 교수, 컴퓨터과학대 학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학자이자 ‘군집생물의 지능(Swarm Inteligence)’이라는 논문 저자로 유명한 에릭 보나보(Eric Bonabeau) 교수, 사회과학대 학장은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며 「뇌의 왈츠」, 「호모 무지쿠스」, 「정리하는 뇌」와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얼 J, 레비틴(Daniel J. Levitin)이 각각 맡았다. 현재 총학장은 비키 챈들러(Vicki Chandler)이다.

 

일찍부터 우리는 교육의 형태와 학교의 모습이 혁명적으로 달라지길 기대했고 그 길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미네르바 스쿨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학교’라고 하는 시스템이 한번 자리 잡게 된 다음부터 ‘학교’는 제도가 되고 관습이 된 지 오래며 굳건하게 그 틀을 유지하며 계속 몸을 불려 가는 거대 공룡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이주호 씨의 학습 관점에서 본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학교라는 틀 자체보다 부분적인 내용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교육 자체를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미네르바 스쿨 역시 기존의 대학에 저항하여 좀 더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교육 내용을 새로운 방법으로 소수에게나마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교육 형태’에 관한 부분적인 변화의 시도일 뿐 교육 자체나 학교 시스템 자체에 관한 논의에서는 여전히 멀다.

 

 

세 가지 질문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학교’라는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각이 바뀌고 공감을 형성하여야만 제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들 역시 교육 전반을 아우르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반드시 선제되어야 할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첫째, 이는 교육이 인간이 누려야 하는 권리인가 구매해야 할 상품인가, 둘째, 인성 교육이 우선인가 실용 교육이 우선인가, 셋째, 교사와 학습자의 관계는 동행인가 훈육인가 등에 관한 문제들이다.

 

교육을 민주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전제하면 원하는 이는 누구나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하기에 공립이어야 하고, 학비 지불의 의무가 없는 무상교육이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 상품과도 같은 구매 대상이 된다면 치열한 상호 경쟁 속에서 가진 자가 유리하게 따내는 간판, 면허증, 스펙 쌓기가 되면서 결국 경쟁 교육이 되고 대량의 인원을 투입하여 소수의 엘리트를 추출하는 깔때기 식의 공장 교육이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늘날 일상화된 ‘스펙(spec)’이라는 말의 뿌리는 라틴어에서 ‘보다, 거르다, 시험하다(=look at, examine)’로서 시장을 오가는 구매자들의 시선을 염두에 둔 어휘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테오도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이미 “경쟁 교육은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야만”이라 했다. 교육을 염두에 둔 견해들은 이렇게 근대 교육에서 교육을 ‘권리’로 보려는 유럽식 모델과 ‘상품’으로 보려는 영미 모델로 크게 갈린다. 그래서 유럽은 대부분 대학이 학비가 없는 국립이고 미국의 명문 대학은 모두 비싼 등록금을 치러야 하는 사립이다.3)

 

한편, 근대 교육의 역사 안에서 인류는 한쪽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추구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고사는 데에 필요한 실용 교육도 교육다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새가 한 날개만으로 날 수 없는 것처럼 인성 교육과 실용 교육이라는 두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의 역사는 현대에 이르러 아쉽게도 실용 교육이라는 한 날개 쪽으로만 옮겨 가 불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육부는 스스로 “인성 교육의 중요성과 영향에 대한 교원, 학생 등의 인지와 생각은 긍정적이나 학업과 업무 부담 등 현실적 이유로 적극 참여에 한계가 있으며, (인성 교육을 위해) 양성된 전문 인력의 활용도가 낮고, 매년 인증 · 개발 보급하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의 학교 현장 활용도가 부족하며, 지역사회 및 가정 연계 양방향 소통에 대한 만족도는 긍정적이나 실제 활용 및 참여 경험은 미흡하며, 인성 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교의 인성 중심 교육 과정 운영 등 교육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4)을 고백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인성과 실용이 교육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 이를 어떻게 교육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진지하게 물어야만 한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교육에 종사하는 이에게 가장 먼저 정의되어야 하는 명제 중 하나이다. ‘교육’이라는 주제어를 놓고 교육의 ‘주체’를 따지고 들면, 분명히 한편에는 선생이라고 하는 교육자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소위 교육의 대상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 혹은 아이들이 있다. 교육자는 세대 간의 차이를 지닌 채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본성적으로 아이들을 아직은 미완의 존재로 여기게 되고, 체벌을 통해서라도 훈육하고 교정해야 하며, 또한 보호와 양육을 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교육의 역사 안에서 오랫동안, 특히 전근대적인 교육 패러다임이 이러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이해해 왔던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교육 ‘대상자’로 보는 한 아무리 ‘친구 선생님’을 강조하고 ‘눈높이 교육’을 내세우더라도 결국 ‘갑과 을’의 위격적인 차이를 형성하게 되며,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일방적인 교육 패러다임 안에서 주입과 강요를 낳기 쉽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교육의 양쪽 당사자는 상호 ‘동등한 인격체’이며 교육자와 피교육자로서 서로 다른 역할을 지닐 뿐 대등한 양자이다. 교육자의 관점에서 이렇게 아이들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교육 대상자가 아니라, 이미 되어 있는 존재로서 함께 교육이라는 행위를 이루어 가는 파트너요 동반자가 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름대로 고유한 존엄성과 인격적 완성체로서의 가치를 지닌 존재라 인식하고, 그러므로 만들어지거나 조작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로 아이들을 보게 되면, 교육자는 조물주가 각각의 아이들 안에 섭리하신 고유 계획을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고 이루어 갈 수 있도록 동반/동행하는 존재가 된다. 이때 교육자는 교육 행위를 통해 아이들을 동반하면서 그 아이 안에 조물주가 마련하신 놀라운 고유 계획이 무엇인지를 아이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훈육은 쉽게 억압과 주입으로 흐르고 체벌마저도 정당화하는 위험을 낳지만, 동행은 인내로운, 그러나 놀라운 발견의 과정이 되고 인간과 인간이 세대를 넘어 함께 완성하는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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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위기를 21세기 에듀테크 도입 계기로 삼아야, 「중앙일보」, 이주호(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20.3.30.)

 

2) www.minerva.kgi.edu

 

3)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래 교육, 유튜브, 김누리, 2020.7.24. 참조. https://youtu.be/SgWJ3aZ92k4

 

4)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회(2016~2020)」에 따른 2018년 인성교육 시행계획, 3쪽 참조(우리나라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5) 과거에 돈 보스코 교육학에서 ‘대상자’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최근의 문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이탈리아 말로 ‘destinatari’(영어 recipients, 수용자, 반응자, 수신자 등의 뜻)인데, 돈 보스코 교육학에서 원래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주체가 되어야 할 ‘하느님의 대상’인 인간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 교육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면, 학생의 역할을 없애 버리고 교육자가 일방적인 주체가 된다는 의미에서 극히 문제성이 많은 개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레시오 가족, 2020년 11월호(165호), 김건중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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