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종교철학ㅣ사상

과학칼럼: 과학과 신앙 간의 부적절한(?) 접목 시도의 예 (1)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13 ㅣ No.442

[과학칼럼] 과학과 신앙 간의 부적절한(?) 접목 시도의 예 (1)

 

 

지난달의 글을 통해 제가 강조해 드린 바와 같이 “과학과 신앙은 둘 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엄마로부터 함께 탄생한 쌍둥이”입니다. 하느님을 제대로 이해하고 섬긴다는 차원에서, 교회에서 강론이나 서적을 통해 과학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예로 드는 이러한 강론이나 신앙 저서 중에서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해석이 들어간 경우들이 간혹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저의 견해를 간략하게나마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선 사목을 하시는 분들과 신자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의 강론이나 신앙 저서 중에는 과학에서 발견된 특정 현상을 통해 초자연적 실체나 초자연적 능력을 강조하는 사례가 종종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 소위 ‘뉴에이지 운동’의 주장이 섞여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상외로 자주 인용되고 있는 단적인 예가 바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는 책인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2002년 출간)입니다. 이 책은 소위 세기말 뉴에이지 운동의 대표적인 개념인 우주적 기운, 우주 에너지, 정신 에너지 등이 아름다운 물 결정 사진과 ‘사랑과 감사’를 강조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채택한 책이죠. 하지만 이 책은 다른 과학자들의 다양한 반복 실험을 통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저자만의 실험 사진과 주장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내용이 아니라 유사 과학적 내용을 담은 책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을 써놓은 통과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좋은 말을 써놓은 통 쪽은 얼음 결정이 예뻤고, 나쁜 말을 써놓은 통에서 언 얼음은 결정이 못생겼다. 왜냐하면 물은 46억 년간 지구상에 있었기에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안다. 좋은 말을 하고, 나쁜 말을 줄이면서 물을 통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자. 우리의 몸도 70%가 물이기에 물과 마찬가지로 좋은 말을 할수록 몸에 좋다.”

 

하지만, 물질의 상태와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 특히 저를 포함한 물리학자들이 에너지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 개념 안에는 좋음과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미움 등 감정이나 윤리와 관련된 가치까지도 포함되지는 않습니다. 자연과학의 관점에서는 물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물 결정이 추하게 변한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책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언어와 개념이 제법 쓰이고는 있지만, 사실은 ‘건강 이슈와 영육 일원론’이 적절히 결합된 뉴에이지 계열의 서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7면, 김도현 바오로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1,096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