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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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기도에 집중이 안 돼요, 남편이 세상 떠난 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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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18 ㅣ No.1075

[박예진의 토닥토닥] (15) 기도에 집중이 안 돼요, 남편이 세상 떠난 후부터… (상)

 

 

이번 내용은 ‘박예진의 토닥토닥’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자매님이 보내주신 사연으로, 앞으로 2회에 걸쳐 같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자매님이 보내주신 사연은 이렇습니다.

 

“기도 중에 분심이 올라와서 집중이 어렵습니다. 불쑥 반항의 말, 빈정거림, 분노의 말, 경멸의 말도 올라와서 깜짝 놀랍니다. 물론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아니지만,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이런 스스로를 한심해 하다가 기도가 엉망이 되어버릴 때도 많습니다. 대략 3년 전 남편이 폐암 4기를 선고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던 즈음부터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이렇게 불경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년 전, 차도가 있던 남편의 병이 갑자기 악화하여 입원했는데, 코로나에 감염되고 그로부터 열흘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증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려서부터 교리를 배우고 성당에 다녔습니다. 하느님을 좀 두려워하는 편인데, 속죄를 위해 기도해도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자매님께선 남편이 갑작스러운 변을 당하셔서 상실감과 슬픔이 무척 크실 텐데, 미사와 기도에 집중하면서 하느님을 찾는 생활을 계속하고 계시네요.

 

인간이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 중 하나가 배우자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아직 멍하고 충격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지금 느끼는 상실감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겠지요. 남편과의 고통스럽던 기억과 아름다웠던 추억이 교차하면서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나 자책감이 들 수도 있고, 내가 막을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불안과 그간 같이 병마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 무위로 돌아간 원망이 다른 대상에게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중년기의 신체적 변화, 혹시라도 자녀가 독립했다면 이로 인한 심리적 공허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사이가 좋았고 의존도가 높았던 경우라면 더욱 홀로 서는 과정에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심한 저항과 그런 상황을 야기한 요인들에 대해서도 분노가 당연히 표출됩니다(Raphael, 1988). 그간 남편의 건강을 위해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했을 텐데 응답받지 못했다는 원망도 있을 수 있겠지요.

 

혹시라도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어줄 분이 옆에 계신다면 지금의 내 감정과 남편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자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슬픔을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감정은 강한 욕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돌봐주어야 한다, 나는 홀로 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등의 나의 결핍된 욕구가 표현될 것일 수도 있으니 이제는 자신을 돌보시길 바랍니다. 외로움과 슬픔에 그대로 머물면서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과정을 자매님의 고통을 해결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인 기도 중에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고인이 되신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살펴보고, 남편에게 잘한 것, 섭섭한 것, 억울한 것, 화난 것 등의 감정들을 모아 남편에게 편지를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남편을 잘 보내드리는 애도 작업도 남편과 분리된 지금의 현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섭섭함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화가 나면 화도 내보세요. 화를 내는 것에는 ‘화해의 의미’도 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경험한 자신의 내적 상실감과 오랜 슬픔에 대한 것들을 고백해보세요.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하느님께선 늘 그 자리에서 남편과의 고통 중엔 함께 버티는 사랑을, 지금은 아픔을 극복하는 사랑으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4월 17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 회장)]

 

 

[박예진의 토닥토닥] (16) 기도에 집중이 안 돼요, 남편이 세상 떠난 후부터… (하)

 

 

지난주에 이어 ‘박예진의 토닥토닥’에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자매님이 보내주신 사연은 이렇습니다.

 

“기도 중에 분심이 올라와서 집중이 어려운데, 불쑥 반항의 말, 빈정거림, 분노의 말, 경멸의 말도 올라와서 깜짝 놀랍니다. 물론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아니지만, 너무 당황스럽고, 이런 스스로를 한심해 하다가 기도가 엉망이 되어버릴 때도 많습니다. 대략 3년 전 남편이 폐암 4기를 선고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던 즈음부터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이렇게 불경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년 전, 차도가 있던 남편의 병이 갑자기 악화하여 입원했는데, 코로나에 감염되고 그로부터 열흘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증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려서부터 교리를 배우고 성당에 다녔습니다. 하느님을 좀 두려워하는 편인데, 속죄를 위해 기도해도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병마로 돌아가신 남편과 잘 이별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화를 다스리는 부분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체 치솟는 분심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먼저 오랫동안 억압된 화를 밖으로 분출시키는 것부터 해보세요. 혼자 조용한 곳에서 화나는 마음을 억눌러야 했던 그 상황을 이미지로 재현해보세요. 그러다가 화가 나거나 욕을 하고 싶다면 해보는 것입니다. 소리도 질러보고요. ‘나는 나쁜 사람이어선 안 돼’라는 마음으로 참아온 화와 착한 사람으로 살면서 견뎌야 했던 억울함을 풀어보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대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감정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 대상에 대해 참았던 감정을 표현해보는 것으로 좀 더 이성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대상이건 간에 100퍼센트 좋은 감정만, 또는 100퍼센트 나쁜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감정에 빠져 생각이 왜곡되지 않아야 상대에게 객관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대화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억울한 상황에서 참으라고만 하실 분인지, 고통의 상황에서도 내가 견디어내고 버틸 수 있도록 함께 하시는 분이신지요.

 

자매님은 어려서부터 교리를 배우고 성당에 다니셨습니다. 분심이 이는 가운데도 기도하는 삶을 이어오셨고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때 동기부여가 됩니다. ‘늘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등의 생각은 이런저런 틀을 만들어서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때로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걸 깨닫고 반성하면서 잘못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는 완벽을 지향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건 내가 신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지요.

 

우리는 한계가 있는 인간이므로 절대자에게 의탁하는 것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십니다. 그러니 내가 부족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타인으로부터 지적받았거나, 수치스러움을 경험했거나, 좌절의 경험 등은 나를 늘 부족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재의 사실(fact)이 아닙니다. 내가 사로잡힌 허구일 뿐입니다. 내면의 비판자가 되어 자신을 단죄하기보다는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노력하는 내 존재를 격려해보세요. 그렇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는 게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완벽하고 착해야 해서 억울한 나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 코너를 통해서 상담과 교육 관련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pa_julia@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4월 24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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