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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69: 복음과 사회교리 - 교회는 양적 성장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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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25 ㅣ No.3241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69.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334항)


교회는 양적 성장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 하는 소리에 바오로 서간을 집어서 읽어 보니,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욕망을 채우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씀이 자신을 초대하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의혹의 어두움은 스러지고, 확실성의 빛에 휩싸였다.

(줄리아노 비지니 「성 아우구스티누스」 중)

 

 

명당과 재물복

 

창문을 열면 뒷산에서 맑은 햇빛과 상쾌한 바람이 들어오고, 널찍한 마당과 그 앞에 시원한 냇가가 흐르는 집, 누구나 살고 싶은 집입니다. 여기에 살면 일이나 기도도 잘되고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집이 풍수리지 명당이고 복이 넝쿨째 들어온다 해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은근히 풍수지리 영향이 꽤 많습니다. “집 사면 어디가 좋을까?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묻는다”, “현대의 풍수지리는 강보다 지하철 라인이 더 중요”, “풍수전문가가 본 용산, 재물이 모이는 명당”이라 하고 주방·욕실·실내 인테리어 풍수지리도 있습니다. “설거지한 그릇은 엎어 두지 않는 게 좋다. 그릇은 음식도 담지만 주방으로 들어온 좋은 기운도 담기 때문이다”, “재물운이 쌓이도록 침실 공간은 최대한 비워두기” 공통점은 결국 명당 혹은 인위적으로 조작한 환경을 통해 재물을 많이 얻는다는 것입니다.

 

 

풍수지리와 극단적 물신주의

 

가톨릭 신앙은 풍수지리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풍수지리는 동양의 오랜 생활경험이 반영된 자연관이며 소박한 지리결정론적 사고방식이라고 이해하거나,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기복적 경향이 강하기에 자칫 십계명의 1계명을 거스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분명 풍수학은 동양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된 사상이며 환경과 인간을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도덕윤리를 포함해서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로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과 해석의 차이도 큰 데다, 역사를 보면 건국과 도읍 선정 시 권력다툼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된 사례도 많았습니다. 또한 동서양의 풍수지리 명소가 꼭 일치하지도 않고 인생의 길흉화복이 단순히 자연환경에 달렸다는 운명론에 빠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물신숭배를 위한 미신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참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간혹 가난한 사글세방, 창문도 없이 볕도 들지 않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반지하에 계시는 교우들을 뵐 때가 있습니다. 밥솥의 오래된 밥과 식은 찬으로 식사를 하시고 찾아오는 분들도 없이 외롭게 계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계시는 곳은 명당일까요? 하지만 “신부님, 하느님이 계셔서 행복해요”라는 그 말씀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가난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는 저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하느님만을 의탁하며 살아가는 그분들의 삶이 마음을 울립니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고, 부족하고 아픈 곳으로 주님께서 찾아오신다는 우리 신앙의 가르침은 물질과 풍요만을 최고라 떠들어 대며 풍수지리를 재물 얻는 데만 해석하려는 세상에서 우리가 반드시 성찰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축적 그 자체는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 해도 참된 인간의 행복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사회 교도권은 양적인 것만 추구하는 발전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34항)

 

[가톨릭신문, 2022년 5월 22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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