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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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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2-24 ㅣ No.1126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


서울 생명위-유재중 의원 주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유재중 국회의원 공동주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한 제도화로써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하고 정부가 법안을 내놓으면서 우리사회 ‘무의미한 연명의료’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특히 법제화에 앞서 사회적 인프라와 교육 및 의식개선 등의 다각적 지원 없이 불합리한 법제화부터 추진하는 행태에 관해 가톨릭교회는 강력히 반발, 올바른 입법과 정책 결정을 촉구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특별 심포지엄도 연명의료와 관련한 문제점을 사회 각계 인사들과 대중들에게 폭넓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와 유재중 국회의원(새누리당) 공동주최,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주관으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각 주제발표에서는 ‘연명의료의 본질과 현실’, ‘연명의료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점’,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등이 강조됐으며, 이어 지정토론과 전체토론이 진행됐다. 다음에서는 심포지엄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연명의료 결정법’(안)의 문제점과 한계, 해결방안 등을 간략히 짚어본다.


연명의료와 관련한 오해와 한계

김중곤 교수(서울대 의대)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우선 연명 치료 ‘무의미함’에 대한 해석과 결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은 의학적 기준에 의해 가볍게 판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게다가 지침 또는 법규정으로 판단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의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인들 간에도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법의 이름으로 ‘무의미함’이 판단된 판례 또한 섣부른 결정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홍영선 교수도 “임종기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를 계속하거나 새로 시행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연명의료 결정은 환자와 의사가 충분히 대화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한 의료행위를 식별해 마지막까지 제공함으로써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돌보는 일이 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진정으로 올바른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법안 문제와 한계

신동일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법’(안)에서는 ‘연명의료’의 개념이 여전히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 법의 핵심목적은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 배려라기보다는, 연명의료 중단 시 예상할 수 있는 관련자와 의료진들의 형사책임을 면제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포지엄 지정토론에 나선 이석배 교수(단국대 법대)도 “이것은 기형적인 법안”이라고 지적하고 “이와 관련한 문제는 입법보다는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신동일 교수는 연명의료를 ‘낭비적이고 불필요한 치료’라는 인식을 입법화함으로써 형성될 규범인식의 왜곡현상을 우려한다. 가장 중요한 논점은 생명침해의 허용이다. 자칫 어떤 생명은 상대적으로 더 보호받고, 어떤 생명은 덜 보호받아야 하는가를 나누는, 즉 윤리적으로 생명을 등급화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신 교수는 “연명의료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임종기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이 규범화되면, 국가의 시민의 안전 보호 의무는 건강하고 더 살아갈 수 있는 시민들만으로 한정된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기결정권’과 관련해서도 이 권리가 죽을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하게 촉구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 촉구

결론적으로 각계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해 법제화가 아닌,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사회적 기반 구축 기반을 우선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도 맥을 같이 한다. 정재우 신부(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는 “이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담긴 생명존중과 돌봄의 정신이 실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시급히 자리 잡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정부나 국회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에는 미온적인 반면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는 적극적이라면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책무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홍영선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호스피스 - 완화의료 제도화를 적극 강조, 실제 호스피스 현장에서는 ‘연명의료 결정법’이 없어도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스피스 - 완화의료를 전국적으로 시행해 임종하는 환자들이 어디서든 편안하고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되고 나서야 올바른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아울러 김중곤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결정에 앞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간의 충분한 정보 교환, 상담 환경 조성, 연명의료에 대한 올바른 홍보 등을 선행돼야 하며, 이를 제도화하기 보다는 권장사항으로 단계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동일 교수도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대한 법적 성격 확정과 지원법률을 우선 건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4년 2월 23일, 주정아 기자]

 

 

심포지엄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화가 먼저



17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와 유재중(이냐시오,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마련한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의 방향과 과제' 특별 심포지엄은, 생명권과 직결되는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법제화 움직임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연명의료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를 짚고, 연명의료결정법(안)에 대한 가톨릭교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자리였다.

 

 

연명의료 법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연명(延命)은 목숨을 겨우 이어 살아간다는 뜻으로, 연명의료란 의학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질환은 회복시키지 못한 채 생명현상만을 유지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적 조치를 말한다.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제화 추진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으로 가시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에 대한 토론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28일 '연명의료 환자결정권 제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방안 공청회'를 열어 연명의료결정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제화 추진일지 표 참조>

17일 열린 특별 심포지엄에서 '연명의료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발표한 신동일(한경대 법학과) 교수는 연명의료 법률안의 문제를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개념, 규범과 법률 구조,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으로 요약했다.
 
신 교수는 "연명의료의 개념에는 환자의 회복 불가능성이 전제되지만 회복 불가능과 가능을 정량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며 "연명의료라고 이해되는 일부 조치들이 환자의 회복과 개선에 실제로 도움이 돼 드물게는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법률이 자기결정권의 범위에 죽을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시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신 교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핵심은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환자가 정보권을 확보하고, 치료권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라며 "이를 넘어서 일정한 치료를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유추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 법률의 기본 목적은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통한 인간의 존엄성 배려라고 하지만, 실제로 법률의 핵심은 연명의료 중단 시 예상할 수 있는 의료진의 형사 책임을 면제해 주기 위한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연명의료의 본질과 현실'을 주제로 발표한 김중곤(이시도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은 지침 또는 법 규정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에도 김 할머니 사건에서는 공동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노력보다는 법에 의해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이 결정됐다"며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을 판정하는 데에는 의사나 환자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결정을 환자, 보호자(가족)와 의료진 간 충분한 정보교환, 소통을 통해 이룰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상담할 수 있는 환경 등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아울러 "이를 제도화하기보다는 권장 사항으로 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동일 교수는 "이 법률이 제정돼 그 의도처럼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 규범화되면, 국가의 시민 생명과 안전 보호 의무는 건강하고 더 살아갈 수 있는 시민들만으로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연명의료에 대한 가톨릭교회 입장

가톨릭교회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법제화 추진 과정에 환자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약화시키고 안락사를 허용할 위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명의료결정 법제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확대해 임종하는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 편안하고 적절한 돌봄을 통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이다.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을 주제로 발표한 홍영선(안드레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생명존중 문화의 확산과 호스피스 시설의 확충 없이 졸속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는 것은 의료비 절감에는 도움이 되나, 임종하는 환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돕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국가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기보다 먼저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을 확충하고 병원윤리위원회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재우(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신부는 "연명의료의 무의미함은 환자와 의사, 가족 간의 공동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환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한다는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것이지, 생명에 대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연명의료를 수용하기에 신체ㆍ심리ㆍ도덕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지, 환자의 가치관에 따라 생명 연장과 단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어 정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제도화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제도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담긴 생명존중과 돌봄의 정신이 제도적으로 시급히 자리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연명의료 결정을 법제화한다면 그것은 환자의 생명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하는 개념으로 빠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석배(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연명의료에 대한 기형적인 법안이 나온 이유는 보라매병원사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는 입법보다는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 추진 일지

△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사건
- 환자의 요구에 의해 퇴원시킨 환자의 사망에 대해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판결

△ 2001년 11월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 제정
-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진료 중단과 퇴원 요구 시 유의사항, 회복불능 환자의 진료중단 등 포함

△ 2002년 5월 대한의사협회 '임종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에 관한 공청회
- '회복불능 환자의 진료중단' 조항을 구체화하려는 시도, 여론에 부딪혀 중단

△ 2006년 4월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 전면 개정
- 말기환자에 대한 의료의 개입과 중단, 생명이 위험한 환자의 치료 중단 및 퇴원요구 시 조치, 의학적 의미 없는 의료행위의 중단

△ 2009년 2월 신상진 국회의원 '존엄사법' 발의

△ 2009년 5월 김 할머니 사건
- 식물 상태의 김 할머니가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한 의사를 바탕으로 김 할머니 가족이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행위 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 대법원은 인공호흡기를 떼도록 했고, 할머니는 의식 없는 상태에서 201일을 더 생존함. 우리나라 최초의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판결로,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본격 논의 시작

△ 2009년 6월 김세연 국회의원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 발의(18대 국회 회기종료로 자동폐기)

△ 2009년 9월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발표 (대상환자, 대상치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사항 포함. 말기, 임종기, 뇌사 및 지속적 식물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특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지할 수 있으며, 환자의 의사확인 과정으로 환자의 명시적 의사표시 외에 추정적 의사의 인정도 포함)

△ 2009년 10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관련 토론회 개최
- 회생 가능성 없는 말기환자와 뇌사 상태 환자를 대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와 치료에 대해 발표

△ 2012년 12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 2013년 7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 제시
- 연명의료 결정 대상 환자, 결정 가능한 연명의료의 범위, 환자의 의사 확인 방법 등 포함

△ 2013년 7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심의, 의결

△ 2013년 11월 보건복지부ㆍ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 '연명의료 환자결정권 제도화를 위한 구축방안 공청회'에서 연명의료결정법(안) 공개 [평화신문, 2014년 2월 23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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