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순교행전: 순교자들의 담대한 용기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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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50

[교부들의 가르침] 순교행전(acta martyrum)


순교자들의 담대한 용기 “생생”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오늘은 초대교회에 있었던 박해의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번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 순교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담대한 용기를 배우고, 순교자들이 무슨 죄명으로 순교를 했는지, 초대교회 신자들은 순교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에 대한 작품들이 2세기 중엽부터 쓰여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품에는 「순교 행전」, 「순교록과 수난기」, 「성인전기」 세 종류가 있다. 순교 행전에는 순교자들이 체포당했을 때의 상황과 심문조서, 재판기록과 판결문 등이 기록되어 있는데, 심문내용은 주로 간단한 질문과 대답으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순교행전으로는 「성 유스티누스와 동료 순교자들의 순교 행전」(로마에서 165년경에 순교), 「쉴리움의 순교자들의 행전」(카르타고에서 180년경에 순교), 「성 치프리아누스의 순교 행전」(카르타고에서 258년경 순교) 등이 있다. 치프리아누스의 순교 행전의 일부를 요약하면,

 

총독: 『네가 타씨우스 또는 치프리아누스냐?』

 

치프리아누스: 『그렇소』 

 

총독: 『네가 이 불경스런 사람들의 주교란 말이지?』

 

치프리아누스: 『그렇소』

 

총독: 『거룩하고 지엄하신 황제들께서 제국의 신들에게 예배를 드리라고 명령했다』

 

치프리아누스: 『하지 않겠소』

 

총독: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치프리아누스: 『필요 없으니, 당신은 명령받은대로 하시오』 

 

총독은 배심원들과 몇 마디 상의한 뒤에 판결문을 낭독했다: 『너는 오랫동안 불법적으로 대중을 선동하여 제국의 신들과 종교를 반대해왔다. 가장 거룩하고 지엄하신 황제들께서 너에게 제국의 종교를 지키라고 누차 명령했지만, 너는 이를 어기고 극악무도한 중죄를 지어 체포되었다. 따라서 로마제국의 법은 따끔한 본보기로 너에게 참수형을 명하노라』

 

치프리아누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유스티누스의 순교 행전을 살펴보자. 

 

총독: 『너는 제국의 신들을 믿고 황제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유스티누스: 『나는 비난받을 짓을 하거나 죄를 짓지 않습니다.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총독: 『네가 따르는 가르침이 무엇이냐?』 

 

유스티누스: 『나는 모든 진리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그리스도교에서 참된 진리를 찾았습니다. 거짓 진리를 쫓는 사람들은 (그 진리를)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독: 『어이구, 불쌍한 사람아, 그래 고작, 그런 것이 네가 좋아하는 진리란 말이냐?』 

 

유스티누스: 『그렇소. 나는 올바른 믿음 위에서 이 모든 진리를 믿고 있소』 

 

총독: 『네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창조주 하느님,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신 하느님의 아들, 인류를 구원하시고 복음의 기쁜 소식을 가르쳐주신 그리스도 등)에 대해 설명하지만, 총독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집회 장소에 대해서만 묻는다. 

 

총독: 『너희들이 모이는 장소가 어디냐?』 

 

유스티누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올 수 있는 장소에서 모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똑 같은 장소에서 모인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의 하느님은 세상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이시나 하늘 땅 어디에나 계십니다. 그분은 세상 모든 곳에서 믿는 이들로부터 공경과 영광을 받습니다』 

 

총독: 『아, 그래, 도대체 그 장소가 어디냐? 어서 빨리 말해라』 

 

유스티누스: 『나는 티미오티누스의 아들인 마르티누스 라는 사람의 공중목욕탕 바로 위쪽에 살았습니다. 로마에 체류하는 동안 내내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장소는 모릅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내게 오며, 나는 그에게 진리의 말씀을 가르쳐줍니다』

 

총독: 『그렇다면, 네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느냐?』

 

유스티누스: 『그렇소. 나는 그리스도인이요』

 

총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유스티누스의 유혹에 빠져서 그리스도교인 되었느냐고 질문한다. 로마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라는 황제의 명령을 거역할 경우, 태형이나 참수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달래보기도 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총독은 각자에게 『너도 그리스도인이냐?』 라고 묻고서 사형선고로 재판을 끝냈다.

 

두 행전에서 알 수 있듯이, 순교자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황제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게다가 재판과정에서 그리스도교의 참된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순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순교는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은사였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완전하게 동참하고, 복음의 가르침을 완전하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순교였다. 순교는 인간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제물이었다. 또한 순교는 세상을 위한 정화이며 구원의 보증이었다. 세례받은 후에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순교였다. 세례보다 더 위대한 것이 순교였다. 이처럼 순교는 초대교회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따라서 박해시대가 끝나자, 교회는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상실했다고 느꼈던 것이다. 순교의 은사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순교를 계승하여 수도원 운동이 시작되었다.

 

[가톨릭신문, 2003년 1월 19일,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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