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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인간다운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호스피스 완화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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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05 ㅣ No.1899

[알아볼까요] 인간다운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호스피스 완화의료

 

 

김 할머니 사건을 아시나요?

 

2008년 김 할머니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던 도중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이후 인공호흡기를 통하여 연명치료를 받게 됩니다. 가족들은 어머니께서 평소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합니다. 결국 가족은 법원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1년 뒤인 2009년 대법원은 존엄사를 인정하여 인공호흡기 제거 명령을 내립니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의료진은 인공호흡기 제거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연명의료중단 사례였기에 각 방송사에서도 이를 촬영하고자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바로 사망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김 할머니는 스스로 호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는 의식은 없으셨지만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지 200일을 넘기고서야 결국 가족들의 품 안에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김할머니 판결의 의미는?

 

그렇다면 법원은 김 할머니 사건에서 왜 연명의료 중단 판결을 내렸을까요? 이와 같은 판결을 한 이유에는 김 할머니의 생전 의사에 따른 자기결정권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3년 전 심장 질환을 앓던 김 할머니의 남편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투병 중이셨습니다. 남편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병원 측은 기관절개술을 하면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가족에게 권유했지만, 보호자였던 김 할머니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평소에도 자녀들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TV를 보던 중 환자가 병석에서 간호받는 장면을 보면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또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큰 상처가 생겼는데, 이를 가리기 위해 여름에도 늘 긴소매 옷을 고수하던 정갈한 성격이셨습니다. 이를 종합해 김 할머니 본인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고 법원은 이를 존중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이 판결의 의미는 김 할머니 가족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 아닌,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관련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조건들을 세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만들어져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으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게 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2016년 2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을 취지로 합니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 의사가 확인되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혈액투석, 수혈, 항암제 및 혈압상승제 투여, 기타 등의 의료 행위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담당 의사 1인과 관련 분야 전문의 1인이 판단한 환자를 말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평소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의 의사를 갖고 있다면 신분증을 지참하고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상담사와 상담하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lst.go.kr)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으며, 작성 이후 언제든 철회도 가능합니다.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통합 관리하며, 의료진이 관리기관을 통해 작성 여부를 조회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환자가 평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지 않았을 경우, 말기 또는 임종기에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여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두지 않고 평소 구두로 연명의료중단의 의사를 가족들에게 밝힌 경우에는 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의료진 2명이 이를 확인하여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도 이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료진 2명이 이를 확인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를 중단한다 해도 모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뿐, 육체적 통증을 최대한 줄이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는 언제든지 받을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호스피스는 중세 유럽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하던 교회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근대 호스피스의 창시자인 영국의 시실리 샌더스는 “당신은 인생의 최후 순간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당신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뿐 아니라 당신이 죽을 때까지 잘 살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그리고 그때까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바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입니다.

 

 

일반 병원과 호스피스 병원의 차이는?

 

그렇다면 일반 병원과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병원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환자를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환자의 삶의 질보다는 삶의 기간에 중점을 두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삶을 연장하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그 결과 병의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 환자가 겪는 통증에 대한 치료는 상대적으로 덜 이뤄집니다. 말기 상황은 의학적인 실패로 간주하게 됩니다. 또한 환자가 겪는 심리적 문제들을 돌보기도 어렵습니다.

 

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수용합니다. 삶의 기간에 집중하기보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둡니다.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남은 기간 동안 환자가 덜 아프게 지낼 수 있도록 통증 치료에 집중합니다. 또한 환자가 겪는 심리적․사회적․환경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을 존중하고, 환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돌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즉 일반 병원이 말기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면, 호스피스는 통증 조절과 더불어 환자에 대한 전인적인 치료에 초점을 맞춥니다.

 

환자들은 죽음보다 통증이 더 두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하여 통증, 호흡곤란, 구토, 복수 등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삶을 잘 정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사랑하는 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이별을 준비합니다. 삶을 의미를 되새기며,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 모두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존엄한 죽음, 인간다운 죽음을 위해서는 반드시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이 보다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과 이용 절차, 관련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http://hospice.cancer.go.kr>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2월호, 강원남 베드로(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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