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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유사종교의 현주소 (상) 반복되는 유사종교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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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04 ㅣ No.1930

유사종교의 현주소 (상) 반복되는 유사종교의 만행


‘신’을 자칭하는 교주들… 신천지 · JMS도 앞선 유사종교의 복제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 화면.

 

 

이단과 사이비로 불리는 유사종교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칭하며 교단을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하고, 급기야는 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지르는 폐해가 사회적 문제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유사종교의 현주소를 상, 하 두 편으로 나눠 살펴본다.

 

 

자칭 신과 메시아가 판치는 대한민국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루카 21,8)

 

주님의 경고대로 자신을 신이나 메시아로 부르는 사교(邪敎) 교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출몰했다. 우리나라에도 일제강점기부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유사종교 교주들이 등장해 사회적인 물의를 낳았다. 한 종교문제연구소가 2013년 언론 보도에서 밝힌 바로는 국내에서 자신을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20여 명, 재림 예수를 자처하는 이는 무려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활개치는 ‘자칭 그리스도’와 그 추종자들로 떠들썩하다. 그동안 종교계 안에서 주로 문제시됐던 유사종교들의 존재와 실상이 최근 몇 년 새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까닭이다. 2020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코로나19 확산 주범이 되면서 불을 지폈고, 올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돼 종교 이상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언론은 연일 ‘나는 신이다’에 등장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 등 유사종교 교주들의 만행을 앞다퉈 자극적ㆍ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해당 유사종교 신자나 집회 건물ㆍ소속 사업체 등을 알아보는 일종의 구별법도 ‘유용한 팁’ 마냥 공유되고 있다. 특정 유명인의 유사종교 신자 여부도 크게 다뤄진다. 이렇게 유사종교가 무수한 비판과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화제의 중심에 선 모습 앞에 많은 이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성 언론이 유사종교를 실제적인 위험보다도 흥미성ㆍ가십성 소재로만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까닭이다. 이 문제가 그저 ‘반짝’ 관심에 그친다면, ‘나쁜 홍보는 없다’는 말처럼 오히려 유사종교들의 인지도나 체급만 키워주는 역효과가 되진 않을지 우려된다.

 

- 신천지 수료식 모습.

 

 

신천지ㆍJMS는 앞선 유사종교의 아류이자 복제품

 

현재 조명되는 유사종교의 수법과 폐해를 마치 ‘새로운 것’을 발굴한 듯이 보도하는 모양새도 문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이 이들의 교리나 상술은 앞선 유사종교들을 그대로 베낀 복제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파와 교주 이름만 바뀔 뿐이다. 결국 신천지도, JMS도 그 유명세와 달리 실상은 초라한 ‘아류’라는 뜻이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는 개신교 신자였다가 잇따라 유사종교에 빠져 전 재산을 잃은 과거가 있다. 어찌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셈이다. 그의 직접적인 스승은 고작 17살에 ‘장막성전’ 교주가 된 유재열이었다. 유재열은 1969년 11월 1일 지구 종말이 온다고 예언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교세가 기울었다. 이에 실망한 이만희는 유재열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고, 장막성전을 이탈했다. 그리고 1984년 장막성전을 비롯한 이전 유사종교 교파에서 배운 교리와 조직 체계를 본 따 자신만의 분파, 신천지를 세웠다.

 

이만희가 스스로 붙인 요란한 칭호 역시 남들이 쓰던 말을 보고 베낀 것이다. 일례로 ‘이긴 자’라는 말은 일찍이 1950~1960년대 위세를 떨친 ‘천부교(전도관)’ 교주 박태선이 처음 쓴 말이다. 개신교의 유명한 부흥사이자 장로였던 그는 1954년 천부교를 세우고 자신을 신이라고 불렀다. 이만희는 장막성전에 입교하기 전 8년간 천부교 신앙촌에 머물렀다. 이를 보면, 그가 어디서 ‘이긴 자’란 말을 배웠는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한편, JMS 교주 정명석은 자신이 몸담았던 통일교에서 모든 교직과 조직 체계를 따왔다. 추종자들이 부르는 호칭 역시 통일교 교주 문선명에서 따온 ‘선생님’이었다. 정명석은 국내 최초 개신교 기도원이라 불리는 용문산 기도원 신자로 있다가 탈퇴해 통일교에 가입했다. 그리고 산하 단체인 국제승공연합에서 강사 요원으로 활동하다 다시 통일교를 탈퇴해 1980년 자신의 분파를 세웠다. 그가 여신도를 성적으로 착취하며 내세운 ‘피가름’ 교리 역시 통일교에서 따온 것이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최초의 여성이 뱀(사탄)과 관계를 맺는 죄를 지어 우리 몸에 더러운 피가 흐른다. 그래서 깨끗하고 성스러운 성혈, 즉 신인 교주의 피로 정화해야 한다.’

 

이 조악하고 해괴망측한 해석은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독자적으로 내놓은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문선명은 김백문이라는 또 다른 유사종교 교주에게서 배웠고, 김백문은 앞서 김성도라는 여인에게서 전수받았다. 이 김성도가 바로 모든 유사종교의 뿌리가 된 인물이다. 원래 개신교(장로교) 권사였던 김성도는 1924년 예수님을 만나 “죄의 뿌리가 음란이고, 재림 주님이 육신을 쓴 인간으로 한반도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일로 장로교에서 출교당한 그는 1930년대 들어 ‘새 주님’으로 자칭하며 ‘성주교회’라는 교단을 세웠다. 성주교회부터 신천지까지, 모든 유사종교는 복제와 차용을 반복하며 교주와 교단 이름만 바꿔 명줄을 이어나가며 대한민국판 유사종교 천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악마가 그리스도의 적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루카 시뇨렐리 작 '그리스도의 적의 설교와 행위' 일부분, 오르비에토대성당. 

 

 

반복되는 유사종교의 만행에 기성종교도 책임

 

자칭 메시아인 유사종교 교주들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시한부 종말론’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펼치는 요지는 종말이 곧 시작되는데 구세주인 자신을 믿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주들은 이렇게 구원받은 자들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회유한다. 그리고 추종자들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적 문란 행위와 재물수탈ㆍ폭력과 치사ㆍ가정파괴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도 수십 년이나 반복되는 중이다. 노길명(요한 세례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35년 전 묘사한 유사종교 신자들의 모습은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신흥종교에서 강조하는 ‘시한부 말세론’은 신자들에게 긴박감과 공포심을 심어줌으로써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파괴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종교생활에만 전념토록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상 종말의 시간에 심판을 면하고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도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것으로 가르친다. 앞서 여호와의 증인이 세상 종말의 시기라고 예언한 1975년에는 국내에서도 많은 신자들의 가출과 이혼, 학업중단, 직장포기 등의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인 논란도 크게 일어났다.”(「한국의 신흥종교」, 1988)

 

물론 교회 언론의 급선무는 유사종교의 악행을 자세히 낱낱이 고발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창궐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책을 알아내 재발을 막는 것이다. 아울러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기성종교의 자기평가와 반성, 그리고 쇄신이 뒤따르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처럼 수십 년 동안 유사종교들이 득세해온 배경에는 분명 기성종교의 책임도 있다. 유사종교 교주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신도들 대다수가 기성종교에서의 신앙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길명 교수는 “이들 대부분 자신이 느끼는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시도했던 자들”이라며 “세속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의 박탈감을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현실 사회에서 갖게 되는 박탈감과 소외감을 위로받고 치유 받기 위해 기성종교를 찾았던 경험도 또한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박탈감과 소외감, 그리고 불안감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기성종교를 찾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진정 교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4월 2일,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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