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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38: 성령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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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31 ㅣ No.76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38) 성령의 열매


성령의 열매, 어떻게 맺나?

 

 

그리스도인이 영적 발전의 여정을 통해 내면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미묘한 변화 과정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 영혼은 조력 은총의 자극을 받고 주입덕행을 받아들여 활성화하기 시작합니다. 덕행 실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도 겪게 되고 많은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노력하다 보면 덕행 실천이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습성화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느님께서 인간 영혼이 실천하는 덕행이 어느 정도 절정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시거나 부진하여 답보 상태에 놓여 있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갑자기 성령의 은사가 개입해 덕행의 습성화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힘들이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때 인간 영혼은 내면으로부터 커다란 영적 즐거움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성령의 열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바오로 사도가 언급한 성령의 열매 목록을 생각하게 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물론 바오로 사도가 나열한 이 목록이 전부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라틴어 번역본 성경은 마지막 열매인 절제를 정결로 바꾸고 참을성, 겸손, 억제의 세 가지 목록을 첨가한 열두 개의 목록을 제시합니다. 또한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도 「신학대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자신만의 목록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목록의 수보다는 오히려 성령의 열매를 얻기 위한 조건을 살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열매를 소개하기 전후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의 욕망을 채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성령의 인도를 받으면 율법 아래 있는 것이 아닙니다”(갈라 5,16.18).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갈라 5,24.25). 

 

결국 육의 욕망과 성령이 바라시는 것은 정반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인간 영혼은 성령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를 잘 받고 있는 영혼은 성령의 열매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 영혼은 육의 욕망을 끊어버리고 성령의 인도에 잘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중에 열매에 대해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마태 7,17.20). 즉,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맺은 열매는 그 사람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기에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외적인 판단 척도라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결국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무르려고 노력한다면, 예수님께서도 우리 안에 머무시어 우리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는 덕행 실천을 완성해 가는 인간 영혼이 내적으로 느끼는 풍요로운 즐거움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령의 열매는 그 열매를 맺은 사람에게만 유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가르침처럼 열매는 내적인 상태를 외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기에 성령의 열매를 맺은 사람과 함께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자신이나 타인 안에서 성령의 현존을 느끼는 방식이 꼭 성령의 열매를 확인하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너무 의식적으로 성령의 열매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에 귀 기울입시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 되려고 노력한다면 은총으로 성덕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요, 그 결과로 성령의 열매도 맺을 수 있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31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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