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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웰다잉,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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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1 ㅣ No.1897

[알아볼까요] 웰다잉,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웰다잉 체크리스트를 통해 웰다잉 준비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다음 열 가지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며 나는 몇 개나 해당되는지 살펴봅니다.

 

1. 죽음에 대한 성찰과 공부가 이루어졌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신앙 안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공부해야 합니다. 죽음이 가까워져서 공부를 시작하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평소 죽음에 대해 꾸준히 성찰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2. 주위 사람들과 평소 죽음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눈다.

 

좋은 죽음을 위해선 주위 사람들과 평소 죽음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죽음을 꺼내놓고 이야기할 때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혼자만의 일이 아닌 공동체의 일입니다. 마지막을 함께 해줄 가족, 지인에게 자신이 바라는 죽음에 대해 미리 말해둔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유언장, 장기기증 서약서 등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가족과 대화 없이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한낱 종잇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주위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약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삶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이 높다.

 

잘 살아온 사람일수록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돈, 명예, 학벌, 외모가 삶의 보람과 성취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가족, 사랑, 신앙, 추억, 성장, 나눔, 봉사, 세상을 떠날 때는 오직 마음에 담긴 것들 만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죽음을 성찰하면 삶은 단순해지고 명료해집니다.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아야 잘 살 수 있습니다.

 

4.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졌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지 고민하며 삶을 되돌아봅니다. 젊을 때 내 돈을 갚지 않은 친척들, 생각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댁 식구들, 서운하고 섭섭했던 친구들, 두고두고 용서하지 못했던 이들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발목을 붙잡습니다. 또 나의 잘못이었지만 사과하지 못한 이들도 떠오릅니다. 이런 감정들은 마지막 죽음의 모습을 좌우합니다. 용서와 화해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용서하고 또 화해해야 합니다.

 

5.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실천하고 있다.

 

중세 시대 교수형에 처하는 죄인들은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양동이에 올라갔는데, 양동이를 발로 차서 사형을 집행한다는 의미 Kick the bucket이라는 표현에서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유래되었습니다. 즉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말합니다. 버킷리스트에는 큰 꿈들을 적어놓는 것도 좋지만, 작지만 의미 있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적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서, 남들 시선에 맞추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것들을 후회합니다. 평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6.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한 자기 결정이 이루어졌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질환일 경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일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한다면 연명의료결정제도, 혹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하여 본인의 의사를 밝혀둘 수 있습니다. 환자의 뜻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족들에 의해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된다면 환자, 보호자, 의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스스로 결정해야 좋은 죽음이 가능합니다.

 

7. 임종 과정에 발생하는 육체적 통증에 대비하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말기 질환으로 통증은 계속됩니다. 통증은 남은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 따라서 통증, 구토, 호흡곤란, 복수 등에 대해 완화의료가 이루어져야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호스피스입니다. 평소 호스피스란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느 곳에 있는지 미리 준비해둔다면 좋은 죽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8. 장례 방식에 대한 자기 결정이 이루어졌다.

 

자신이 죽고 난 뒤의 장례 방식에 대해 스스로 결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고를 알려야 할 사람들의 명단, 준비해 놓은 수의, 종교에 따른 영결식, 매장 혹은 화장 등과 같은 시신 처리 방식, 봉안당, 수목장과 같은 유골 처리 방식, 매년 추모 여부 등을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을 통하여 준비해둘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미리 결정해둔다면 유족의 슬픔을 덜고 혼란을 줄일 수 있으며,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작별의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9. 법적으로 효력 있는 유언장이 작성되었다.

 

사망 이후 남겨진 유산 혹은 채무로 유족들의 다툼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효력 있는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둔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을 미리 방지할 수 있습니다. 유언장에 유산 배분과 유품 정리, 가족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정보, 금융정보 등을 기재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적어둔다면,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을 위로받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0. 고독사,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

 

자살은 한 사람의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또한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즘, 고독사 역시 안타까운 죽음의 모습입니다. 1인 가구의 경우 왕래하는 가족과 지인의 비상연락망, 평소 앓고 있는 질환, 복용 중인 약, 자주 이용하는 병원의 연락처 등을 적어 휴대하거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둔다면,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안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주위 사람에게 신고를 부탁하는 것도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미리 점검해보고 준비한다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1월호, 강원남 베드로(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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