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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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성탄은 모든 사람의 출생의 완전한 의미를 밝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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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10 ㅣ No.1224

[생명 사랑] 성탄은 모든 사람의 출생의 완전한 의미를 밝혀줍니다



디에릭 보우츠의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1450-1455; 폴 게티 미술관 소장).

디에릭 보우츠는 네덜란드 화가로 동시대 반 데르 웨이덴과 함께 수학하여 웨이덴의 영향을 받아 초기 작품에 상징적인 제스처를 통한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보우츠의 수태고지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작품의 배경은 내부의 넓은 구조와 짙은 붉은 색의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 그리고 나무로 짜진 작은 앉은뱅이책상과 기도서 같은 책이 전부이다. 마리아가 자신의 방에서 기도하는 중에 천사 가브리엘이 붉은 커튼을 젖히며 나타나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하리라고 예고한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러나 마리아는 놀라 당황하며“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가 1, 28-34) 라고 답한다.


보우츠는 이 긴박하고 긴장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리아는 천사를 향해 돌아앉지 않는다. 비스듬한 자세로 눈은 아래를 향한 채 손을 들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천사는 마리아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는 커튼을 젖히고 한 손가락을 세운 채 매우 경건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취한다. 여기서 커튼을 젖히는 것은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드러나는 계시를 나타낸다.

또한 보우츠가 표현한 수태고지의 모습은 프라안젤리코의 수태고지와 같은 작품에서처럼 천사와 마리아가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는 모습, 천사와 마리아가 진솔하고 깊은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없다. 대신 천사 앞에서 마리아는 천사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어떤 대화도 없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이러한 침묵은 마리아의 인간적 고뇌와 긴장을 심오하면서도 심도 있게 드러내는 동시에 이 침묵 속에 거룩하고 역동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며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

사실 오늘 천사가 마리아께 전하는 말씀, 곧 성경이 말하는 ‘큰 기쁨이 될 소식’이란 구세주의 탄생이다.(생명의 복음 1항) 하느님이신 분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에게 오신 이 구원사건은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사건이며 인간에게는 말할 수 없이 큰 기쁜 소식이다.

이로서 비교할 수 없고 대치될 수도 없는 인간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이 드러나게 된다.

시편 저자는 8편에서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생각해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보살펴주십니까?’(시편 8,4) 라고 물으며 하느님을 찬미한다.


회칙 ‘생명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사건과 모든 사람의 출생을 연관시켜 제시한다.

‘성탄은 모든 사람의 출생의 완전한 의미를 밝혀준다. 따라서 메시아 탄생의 따르는 기쁨은 모든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가 느끼는 기쁨의 토대이며 그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생명의 복음 1항)


그러므로 인간의 출생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성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곧 인간의 출생은 우연한 결과이거나 철학자 하이데커가 말하듯이 세상에 ‘피투(被投) 된 존재’ 곧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져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서의 결과가 아니다. 인간은 이미 하느님의 모상이며 그 분의 뜻이 담겨진 존재로서 태어나 세상을 위해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따라서 누구든 사람이 세상에 온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성탄처럼 세상의 구원과 축복을 가져주는 존재로서 세상에 큰 기쁨이 되는 소식이다. 때문에 한 아기의 탄생은 한 가정만의 사건이 아니며 그가 속한 공동체를 넘어 세상의 큰 기쁨 곧 우리 모두의 큰 기쁨이 된다.


인간생명 안에는 그가 누구든 아주 특별하고 고유하며 하느님의 아름다운 뜻이 담겨져 있다. 모든 한 사람 한 사람, 바로 나는 아주 특별한 의미, 세상에 새로운 희망과 축복과 참된 사랑의 구원이라는 선물을 지닌 큰 기쁨으로 세상에 왔다. 큰 기쁨은 그의 생명이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유효하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성모님의 신앙 필요

이 구원사건이 마리아에게 전해졌다. 마리아는 두려웠고 피하고 싶었지만 거룩한 침묵 속의 대화에서 천사로부터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임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라는 말씀을 듣는다.

자신에게 일어날 구원의 기쁜 소식을 마리아는 들었다. 그리고 마리아는 용감하게 답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5-38) 오늘날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성모님의 용기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성모님의 신앙이 필요한 때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3월호, 
지영현 시몬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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