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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구역반장 월례연수: 생태적 회심을 통한 생태적 전환으로 새로운 생활 양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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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1 ㅣ No.1896

[구역반장 월례연수] 생태적 회심을 통한 생태적 전환으로 새로운 생활 양식을 향해

 

 

신앙의 생태적 응답

 

지금까지 우리는 생태계가 당면한 오늘날 위기가 우리 신앙 관점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1.1. 생태적 회심

 

먼저 앞서 봤듯이 약자를 포함한 인간과 다른 피조물을 아우르는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의 생태문제는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보다 먼저 다른 존재가 스러져가면서 이미 그들과 연결된 우리 역시 그 피해의 당사자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비록 자연과 멀리 유리된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어서 당장 크게 느끼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미 그 피해는 우리의 감긴 눈 바로 앞으로 다가와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둘 때, 자연스레 우리는 ‘생태적 회심’에 이르게 됩니다. 몇 해 전부터 교황께서는 생태적 잘못도 분명히 죄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한다거나, 무분별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과 같이 오늘날 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행동은 분명히 죄라는 것입니다. 공동체의식이 우리 안에 자리 잡으면 자연스레 나의 행동이 생태계에 주는 부담과 피해를 발견하고 성찰로 이어질 것입니다.

 

1.2. 생태적 전환

 

생태적 회심을 한 다음에는 ‘생활 양식의 전환’으로 이어집니다. 고해성사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통회한 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며 실제 노력으로 조금씩 고쳐나갑니다. 그런 면에서 생태적 회심은 자연스레 생활 양식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미 적지 않은 분들이 생태적인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전환은 매우 중요하지만 많은 설명을 드리기가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마음으로부터 직접 경험해야 비로소 유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나의 삶을 생태적으로 돌아보고, 나의 형제자매, 동료 피조물들이 얼마나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는지, 주님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들이 얼마나 우리 인간 때문에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는지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느껴볼 때라야 우리는 진정 생태적 회심을 하며 생태적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태적 생활 양식


2.1. 새로운 생활 양식

 

진정 생태적 회심을 하고 생태적 전환을 하려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생태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던 지난날의 생활 양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많은 분이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을 덜 사용하고, 손수건을 사용하며, 대기전력과 안 쓰는 전등을 끄는 식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상에서의 작은 노력들은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한 작은 노력들은 우리 삶을 그 자체로 품위있게 만들어주며 암울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서의 작은 노력은 더 큰 차원의 노력으로 이어지는 마중물이어야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의 생태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일상의 작은 노력에서 끝난다면, 아쉽게도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한없이 모자랍니다. 우리는 작은 노력을 발판삼아 더 큰 노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어떤 노력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일상에서의 좀 더 큰 노력입니다. 개인 차원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노력은 육식을 줄이는 것입니다. 완전한 비건(vegan)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줄일 필요는 있습니다. 가축을 키우는 데에는 많은 초지와 물, 사료용 곡물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이 숲을 황폐화하고 토지를 메마르게 만듭니다. 또 가축들이 내뿜는 온실가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축산업에서 내뿜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 무려 20%를 차지합니다. 이는 교통 수단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보다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고기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은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회 전통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보면 좋겠습니다. 바로 매주 금요일마다 지키는 ‘금육재’입니다. 처음 시작은 그 금육재를 준수하는 것부터 해도 좋겠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도 있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보다는 가급적 버스, 지하철, 기차를 타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버스와 지하철, 기차도 화석연료나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한 번에 다수의 인원을 수송합니다. 그래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은 자가용 자동차의 10분의 1 정도로 적습니다. 다만 비행기는 아닙니다. 비행기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주요 배출원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무려 3%가 비행운송에서 나옵니다. 웬만한 산업중견국가 한 해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이제는 정말 꼭 해외에 나가고, 정말 꼭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개인 차원보다 더 큰 차원도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에서는 몇 가지 방법을 직접 거론합니다. 그 중에 하나는 ‘불매운동’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기업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등 생태적 부담은 개개인은 물론, 대중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큽니다. 게다가 기업은 시장과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그들의 사업정책에 따라 시민들의 생활 양식도 좌지우지됩니다. 내가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을 덜한 제품을 사고 싶더라도, 기업들이 그런 쪽으로 노력을 안하여 매장 판매대에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제품만 있다면 시민에게는 아무런 생태적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도 생태적 경영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시민 차원에서 의사표현과 압박을 줘야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불매운동’인 것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시위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를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것입니다. 그녀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2018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등교를 거부하고 홀로 시위했습니다. 그게 현재 전 세계로 퍼져 ‘기후를 위한 금요 학교 파업 시위’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수 백 만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까지 동조하며 전 세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기후운동이 되고 있습니다.

 

또 생태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접 국가나 정부를 향해서 정책을 제안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로 무엇이 바뀔까 주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잖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린뉴딜’(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ESG 경영’(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 성과 지표) 등이 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 확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심 없던 다수의 시민이 늦었지만 심각성을 이제라도 알고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2.2. 교회 공동체 차원의 새로운 생활 양식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교황께서 2015년 5월 회칙을 반포하시고 나서 실제 노력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면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5월, 교황께서는 전 세계 교회를 향해 회칙 반포 5주년을 맞이하여 2020년 5월 24일부터 한 주간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지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회칙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 생태적 회심을 하며 전환으로 나아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7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시 교황께서는 2020년 5월부터 21년 5월까지 1년을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으로 보내자고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특별 주년을 지낸 다음에 2022년부터 2028년까지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으로 보내겠다는 발표까지 하셨습니다. 그래서 매년 교회 내 집중 분야와 목표를 세워서 2028년까지 전 세계 교회가 생태적 전환으로 크게 나아가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미 찬미받으소서 주간과 특별 주년을 지나 지금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첫 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교황의 이러한 간곡한 요청에 우리 교회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교구와 본당 단위에서 생태교육이 점차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도직 단체도 있습니다. 교구 인가를 받은 ‘하늘땅물벗’입니다. 레지오처럼 모여서 생태영성 안에서 기도도 하고 회의도 하고 공부하고 실천도 하는 단체입니다. 앞으로 본당 단위의 생태운동을 위해서는 중심점이 필요할 텐데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환경분과’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우리농)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농은 기본적으로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농작물을 사용합니다. 단순히 신토불이라서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입산보다 운송거리가 짧습니다. 즉 온실가스 배출이 덜하다는 의미입니다. 유기농 등 생태농법으로 생태계 부담을 덜 주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또 교회가 직접 재생에너지 확대에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12월에 우리 교구는 서울시와 건물형 태양광 확산을 위한 MOU를 맺었습니다.

 

 

마무리

 

우리 모두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진 않습니다. 훨씬 더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교회가 강조하고 있는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전환, 생태운동, 생태보전활동 등은 단순히 잠깐 지나갈 유행, 패션, 트렌드처럼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나와 너, 우리, 그리고 미래세대와 말못하는 동료 피조물들까지 아우르는 모두의 생존을 위해 꼭 해야 할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올해 1년간의 교육으로 이 사태의 시급함만큼은 조금이나마 전달되어 여러분이 전환의 삶, 생태적 생활 양식을 살아가시길 부탁드립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2년 11월호, 오형훈 미카엘 신부(구파발성당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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