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강론자료

연중 7 주일-나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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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3-02 ㅣ No.392

연중 제 7 주일 (나해)

 

        이사야 43,18-19.21-22.24ㄴ-25      2고린 1,18-22     마르코 2,1-12

    

      2003. 2. 22.  (주일)

 

주제 : 내 삶(=세상)을 바꾸는 믿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한 해를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의 네 번째 주일입니다.  이제 겨울추위도 어느 정도 꺾인 듯합니다. 겨울이 물러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듯 합니다. 바람이 불고 눈 대신 비와도 한겨울마냥 춥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 않는 오늘은 연중 7주일 주님의 날입니다.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짧은 시간을 살다갈 존재이면서도 누구나 영원히 살 사람처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많은 노력을 들여 어렵게 세운 계획과 현실에 차이를 느끼는 것은 살면서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입니다.  우리가 현실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삶에서 느끼는 실망감도 적어질 텐데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사람의 한계입니다. 생각과 현실이 다른 이유는 사람이 가진 욕심이 정도 이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세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세상이든 자신이든 조금밖에 변화시킬 수 없는데도 세상의 여러 가지를 좌지우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 작용하는 힘은 많습니다. 쉬운 일로 ‘돈을 가장 힘 센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람의 지혜와 재능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이란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것을 여러분은 지난 주간에 대구에서 있었던 사건(2/18. 09:55대구지하철 방화사건)에서 느끼셨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어리석은 생각, 그리고 원칙을 잊어버린 몇 사람의 어이없는 대응 때문에 죄 없을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세상의 삶을 접어야 했습니다.  사람의 능력이나 힘을 낮춰보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고에 관련된 소식을 듣고 보면서 우리 삶도 그렇게 어이없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 속에서 하루하루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는 오늘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로 믿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가?’하고 묻고 싶을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 말씀드릴 내용을 묵상하면서 저도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믿음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에 더 큰 확실성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귀도 울리지 못하는 ‘믿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입니다.  삶의 확실성은 보는일, 듣는일, 움직이는 두 손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는 것이 세상에서 통하는 기준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세상과 2003년 세상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이 자기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일입니다.  그랬을 사람들이 뭔가를 얻어갈 생각으로 예수님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 곳에 네 사람이 병자를 이끌고 예수님이 가르치던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찾아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지붕을 뚫고 자기들 앞에 닥쳤던 현실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가르치던 예수님은 이 사람들의 무모하고 방해가 됐을 법한 행동을 꾸짖는 대신, ‘그들이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데려온 병자가 죄를 용서받고 병이 나았다고 선언’하십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서도 과연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를 원합니다.  그 방향과 반대로 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옳은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갖는 목적에는 차이가 없을 일입니다. 하지만, 그 목적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요, 다스리는 분으로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도 있고 거부하는 목소리를 낼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감사하는 사람도 있고 현실에 불만을 제기하며 큰소리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변화는 우리가 큰 소리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도 아니고 완성되는 일도 아닙니다. 병자를 데리고 온 사람들의 믿음 때문에 중풍병자가 치유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벌하고 심판하려고 노려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죄를 당신의 기억에서 말끔히 씻어버리려고(이사야43,25) 애쓰는 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아무런 영향 줄 것 같지 않고 가장 힘이 약해보이는 것이 믿음입니다. 내 생각을 드러내어 믿음이 필요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삶의 결실은 ‘허탈함과 무의미함’뿐입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들 각자이며, 내가 가진 마음과 그 자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하느님을 대하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믿음이 드러나는 모습에 따라 세상에 힘을 주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되고 마느냐하는 것으로 구별될 것입니다.

 

우리가 꾸며야 할 삶은 내게도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질 합당한 자세이고 하느님을 대하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의 합당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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