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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이교 철학을 그리스도교에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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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57

[교부들의 가르침]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이교 철학을 그리스도교에 수용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331년 알렉산더대왕이 세운 도시로서 이곳에는 일찍부터 많은 유다인들이 거주하였는데, 헬레니즘 세계와 더 잘 접촉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의 랍비들은 구약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이곳에서 시도하였다. 그 결과 이곳에서 70인역 성서(Septuaginta)가 태동되었다. 70인역을 통해 시작된 구약성서와 히브리사상과의 교류와 조화는 유다인 학자 필로에 의해 크게 발전하였다. 이로써 성서와 그리스 철학이 서로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토양이 이미 완비되어 있었다. 마르코 사도는 이곳에 복음을 선포하여 교회를 세웠다(에우세비우스, 교회사 2,16). 알렉산드리아 교회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세기 후반에 판테누스가 예비신자들을 가르치는 교리학교를 세운 후부터인데 그가 바로 클레멘스의 스승이었다.

 

이전의 호교교부들은 박해와 공격의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임시적이고 부분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호교론적, 논쟁적 저술들을 펴낸 반면에, 알렉산드리아의 신학자들은 보다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신앙 진리를 다루며 체계적인 신학저서들을 제시하는 선구자 역할을 담당했다.

 

150년경 그리스 아테네의 이교가정에서 태어난 클레멘스는 학구적인 사람으로서 그리스도교에 귀의하기 이전에 진리를 찾기 위해 시칠리아와 시리아, 팔레스티나 지역 등을 돌아다니면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결국 180년경에 알렉산드리아에 와서 판테누스를 만나 그리스도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는 판테누스가 세운 교리학교의 학생으로서, 사제품을 받은 후에는 보조자로서(190년경), 후에는 교장으로서 활약하였다(198년).

 

스승의 뒤를 이어서 이 학교의 책임자가 된 클레멘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지성인들을 받아들여 고전문화와 복음을 조화시키는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클레멘스의 유명한 제자들은 오리게네스, 팔레스티나 체사리아의 주교 알렉산델이었다.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의 박해(202~203년)때 캅파도키아로 피신한 클레멘스는 예루살렘 및 안티오키아로 가서 교회에 봉사하며 저술활동을 계속하다가 212년경 별세하였다. 동방교회에서는 그를 순교성인으로 공경한다. 그는 성서에도 매우 정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교철학, 고고학, 신화학, 문학 등에도 두루 박학하였다. 이 사실은 그의 저서들안에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가 수천 번 인용되고, 그리고 360번에 걸쳐 이교문헌들이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클레멘스는 신앙과 이교철학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학문은 신학에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는 모든 이교학문의 영광이며 화환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교철학과 그리스도교의 이러한 조화는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모든 인간 이성 안에 역사하신다는 '로고스 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클레멘스는 이교학문을 거쳐 그리스도교의 진리에 이르게 되는 과정, 소위 회심의 세 단계에 상응하는 세 작품을 남겼다. 그는 이 세 작품을 체계적인 구조로 계획하였고, 이 가르침을 통해 그리스도신자를 어린이같은 영적수준에서 완숙한 성인으로 지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인들을 향한 권고". 12권으로 되어있는 이 저서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호소의 성격을 띤 호교론적 작품이다. 제1부에서 클레멘스는 우상숭배와 신화에 기반을 둔 이교사상의 맹목성과 부도덕성을 지적하면서 비판한다. 제2부에서는 그리스도를 인류의 참된 교사로 부각시키면서 유아기에 불과한 이교사상에서 벗어나 그리스도교의 성숙한 진리의 품에로 돌아올 것을 권고한다.

 

"교육자". 3권으로 되어있는 이 저서는, "그리스인들을 향한 권고"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리스도교에 귀의한 새 신자들이 합당하게 신자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참된 교육자로, 신자들은 어린이들로 묘사된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참된 스승이신 그리스도로부터 가르침의 자양분을 받아 성장한다.

 

"양탄자". 8권으로 되어있는 이 저서는 일정한 순서없이 마치 들판에 피어있는 가지가지 꽃들을 한 데 모으듯 여러 형태의 글들을 포함하고 있다. 양탄자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마치 여러 색깔의 실들을 짜서 하나의 양탄자를 만들어 낸다는 뜻에서,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룬 여러 형태의 글들을 모아 만든 책에 붙여지는 당시의 관행 때문이다. 내용은 구약과 신약의 의미, 철학과 계시의 관계, 신앙과 인간의 운명에 관련된 문제들, 그리스도인의 혼인과 독신생활, 순교와 완덕, 하느님의 지식을 포함한다. 클레멘스는 그리스도교와 이교문학 즉 신앙과 철학의 관계를 비교하는데, 희랍철학의 유익성과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신앙의 우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철학은 신학의 준비과정이며, 그리스도교 신앙은 참된 철학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전승은 신앙의 원천이 되고, 이 두 가지는 교회 안에서만 옳게 보존되고 가르쳐진다고 역설하였다.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하나이며, 참되고, 변함이 없으며 "그리스도의 신부(新婦), 동정녀이며 동시에 어머니"라고 말한다.

 

하느님은 삼위일체이시며, 로고스는 하느님이며 사람이고, 세례성사는 인간을 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고 가르쳤다. 고해성사는 참으로 어려운 재생의 성사로서 죄를 씻어준다. 클레멘스는 성체가 우리를 키우고 그리스도와 일치시키는 새로운 영적 양식이라고 강조한다. 미사 때 포도주에 물을 섞는 예식과 그것이 그리스도의 성혈로 변화되는 신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신학을 설파한다. "주님의 피는 두 가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육적인 피로서 우리는 이를 통해 육신의 부패에서 구원됩니다. 다른 하나는 영적인 피로서, 우리가 이를 통해 그분과 일치되는 것은 예수님의 피를 마심으로써 주님의 불멸성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로고스께 능력을 주시듯이 주님의 피는 우리 인간에게 영적 힘을 줍니다"(교육자 2,19 이하).

 

[가톨릭신문, 2003년 3월 30일, 장인산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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