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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심포지엄: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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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06 ㅣ No.1994

[의정부교구 교회사연구소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심포지엄]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을 중심으로


“박해 속에도 끝내 지켰던 사랑과 평등, 그 영성 이어가야”

 

 

- 의정부교구 교회사연구소가 6월 24일 교구설정 17주년을 맞아 마련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살이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이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종합토론하고 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주보성인으로 삼고 있는 의정부교구(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교구 설정 17주년을 맞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삶과 영성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교구 교회사연구소는 6월 24일 오후 3시 주교좌의정부성당 내 사적지 성당에서 김대건 신부가 최양업 신부에게 남긴 유언 ‘우리 천당에서 다시 만나세!’를 대주제로 희년살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대표로 조규식 신부(대전교구 원로사목)와 유은희 수녀(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조광(이냐시오) 고려대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두 신부의 삶과 영성을 심도 있게 다뤘다.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사제 영성

 

조규식 신부는 조선교회 안에서 선교와 사목 활동을 펼쳤던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그 안에서 어떻게 영적인 길로 나아가고자 했는지 연구한 내용을 나눴다.

 

조 신부는 두 신부의 사제 영성을 ▲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기도 ▲ 복음 증거의 삶 ▲ 교회 안에서의 일치 ▲ 착한 목자의 사랑 ▲ 헌신적인 노력과 열성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선교, 사목 영성에서 중요한 점은 많은 활동 가운데서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기도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기도를 통해 박해라는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도 사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은총과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선교와 사목 활동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과 열성을 기울인 점을 소개했다. 그는 “두 신부는 박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을 방문해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며 참다운 목자로서의 사랑을 실천했다”며 “신자들에게 훌륭한 복음의 증거가 됐을 뿐 아니라 사제직을 통해 완덕의 길로 나가고자 했음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김대건 · 최양업 신부와 함께 순교의 길을 걷다.

 

유은희 수녀는 김대건 신부의 ‘믿음’, ‘희망’, ‘사랑’을, 최양업 신부의 ‘겸손’, ‘순명’, ‘기도’를 주제로 발제를 이었다.

 

유 수녀는 “믿음, 희망, 사랑의 향주덕은 그리스도인들을 거룩하신 삼위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해주는 것으로 이 덕의 근원과 동기, 대상은 하느님”이라며 “김대건 신부의 서한을 꼼꼼히 읽으면 이 향주덕을 근간으로 나약한 인간 김대건이 한국 최초의 사제인 주님의 사도로 우뚝 서게 됐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양업 신부는 길 위의 목자, 땀의 순교자로 한 해에 무려 7000리가 넘는 길을 메주 밟듯 쉬지 않고 척박한 조선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불같이 전한 복음의 사도”라며 “박해 받으며 숨 졸이고 살던 교우들에게 구원의 샘을 마시게 한 어진 목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수녀는 오늘날 상황 안에서 현대의 순교를 되짚었다. 그는 “현대의 순교는 일상의 삶을 신실하게 사는 일상의 성화”라고 설명했다. 순교자들은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였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는 “일상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체험하며 감사드리는 것, 양심 성찰, 이웃에 대한 작은 희생 등 소소한 사랑의 몸짓으로 일상의 성화는 점점 자라난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의 순교는 ‘통합 생태적 회개의 삶’임을 강조했다.

 

 

김대건과 최양업: 그 존재의 역사적 의미

 

조광 교수는 역사적 관점에서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조 교수는 “교회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요청받고 있다”며 “이에 응답한다면 교회사는 역사의 궤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한국사에 던져준 의미를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당시 시대상에 대해 “조선의 성리학적 인간관은 인간의 선천적 불평등성을 설명하고 제시했다”며 “계층적 상하관계 아래 부자관계 및 부부관계 그리고 형제와 친족 등에 있어서 불평등한 상호관계를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19세기 천주교 신앙은 집권층이나 피지배 대중 일부에게 평등사상의 일종으로 이해됐다”면서 “불평등한 사회에서 제시된 평등한 인간관은 일종의 사회혁명론에 준하는 주장이었다”고 덧붙였다. 곧 유교적 충효윤리에 대한 도전은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자였다.

 

조 교수는 “천주교의 지도자였던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는 신자들을 결속시키고 이끌어가면서 천주교의 새로운 가르침을 조선사회에 선포하고자 했다”며 “두 신부가 수행했던 ‘일상적 사목행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새로운 평등한 인간관에 접근하고 있었고 이를 현실생활에서 실천해 갔다”며 “천주교가 실천했던 이러한 사회적 영성은 조선사회사상의 발전을 나타낸 결과임과 동시에 이를 견인하는 요소로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소를 이끌어내고 강화시키는 활동을 두 신부가 전개했다면, 그들이 살았던 역사적 의미는 충분하다”면서 “평등한 인류사회의 새로운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고, 그들에게 부여될 수 있는 역사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종합토론

 

종합토론에서는 강진형 신부(서울대교구)와 김보현 수녀(인보 성체 수도회), 서종태(스테파노) 전주대 교수가 발제자들과 함께 심포지엄 주제를 통해 오늘날 신앙을 성찰했다.

 

강진형 신부는 조규식 신부가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오늘날 상황을 고찰했다. 강 신부는 “오늘날은 일생에 한 번 미사를 참례하고 성사에 목말라했던 신앙 선조들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기도와 헌신적인 노력, 복음 증거의 삶 등으로 신자들을 이끌고 박해를 끝내 이겨낸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본받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규식 신부는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삶을 통해 오늘날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복음적인 가치에 충실하는 것”이라며 “복음적 가치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했던 박해시대 신자들을 본받아 오늘날 교회도 양적인 성장보다 복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보현 수녀는 수도자로서 정체성에 집중하며 두 신부를 통해 오늘날 수도생활의 의미를 성찰했다. 김 수녀는 “개인주의와 무관심, 물질만능주의가 수도생활 깊숙이 침투해 버린 오늘날의 상황은 박해시기보다 더 큰 위기로 느껴진다”면서 “하느님 뜻을 식별하기 힘든 이 시기에 천국에서 만나자는 김대건 신부의 담대함은 청빈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은희 수녀는 “김대건 신부가 서한에서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라고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하느님 뜻을 찾고 겸손하게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한다”며 “기도와 일상 안에서 실천하는 작은 사랑의 몸짓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태 교수는 조광 교수의 발제에 덧붙여 “당시 신자들은 일상적인 신앙생활에서 새로운 인간관에 입각한 신분평등을 살았고 이는 조선 후기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1년 7월 4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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