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9: 레요낭에 담긴 루이의 신심 - 생트샤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9-19 ㅣ No.811

[성당 이야기] (59) 레요낭에 담긴 루이의 신심


생트샤펠(Sainte-Chapelle)

 

 

파리 센강의 시테섬 서쪽에 위치한 생트샤펠은 1248년, 성왕 루이 9세(1214-1270, 성 루도비코)가 봉헌한 왕실 성당입니다. 중세의 가장 신심 깊은 왕으로 평가받는 루이 9세는 사라센인들에게 노예로 잡힌 그리스도인들의 석방을 위해 애썼는데, 동로마제국의 황제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에게 그리스도의 가시관을 선물했습니다. 이때 그는 수천 명의 신자와 함께 맨발로 먼 길을 걸어 나와 가시관을 직접 받고는 긴 행렬을 했다고 합니다. 루이는 이 가시관과 자신이 수집한 십자가의 일부 조각 등 성유물을 보관하기 위해서 왕궁 안에 생트샤펠을 건축하였습니다. 이후 프랑스 대혁명 때 생트샤펠이 훼손되면서 가시관을 비롯한 성유물들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복층 구조의 생트샤펠은 아헨 왕궁 성당(→성당이야기 2-3회 참조)의 영향을 받아 왕의 자리는 위층에, 귀족들의 자리는 아래층에 배치하였고, 랭스의 대주교 경당에서 영감을 얻어 한 공간이 아닌 분리된 공간으로 두 층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는 고딕의 전통적인 양식을 탈피한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위층 성당은 1랑식 4베이로 구성되어 있고, 천장은 싱글 베이에 4분 볼트의 구조 체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1랑식이므로 네이브월과 외벽의 구분이 없는 단일 벽체는 2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단은 아케이드에 해당하는데 낮은 벽체로 마감되어 있고, 상단은 트리포리움과 클리어스토리가 합쳐진 것으로 하나의 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레요낭 양식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넓은 창으로 구성된 상단에는 베이 당 세 개의 오쿨루스와 네 개의 랜싯이 있으며, 15.2미터 높이의 긴 랜싯이 넓은 창을 분할하여 스테인드글라스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싱글 베이의 기둥은 가늘고 긴 선형의 대응 기둥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형태로 긴 랜싯들과 함께 성당의 수직성을 더해줍니다. 이런 형태는 일반적으로 고딕 성당이 보여주는 높이 위주의 수직성과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케이드 위의 열두 사도 상과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천 편 이상의 성경 이야기는 생트샤펠 특유의 수직성과 어울려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잘 드러냅니다.

 

고딕 성당의 지하 납골당 같은 느낌을 주는 아래층 성당은 위층 성당을 지탱할 구조적 목적도 지녔기에, 3랑식에 싱글 베이 4분 볼트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파리 외곽 생드니에서 시작된 레요낭 양식은 이렇게 파리 중심의 생트샤펠에서 활짝 피어나면서 이후의 성당들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1년 9월 19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이동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1,05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