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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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토닥토닥: 하느님의 끈! 나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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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13 ㅣ No.1074

[박예진의 토닥토닥] (14) 하느님의 끈! 나의 열정!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구스타프 융 등 심리학 대가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오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삶의 다양한 굴곡을 겪으면서 나는 고통을 맞닥뜨릴 때마다 피정을 꽤 많이 다녔고, 덕분에 나의 가치와 의미를 영성적으로 발견하면서 인간적인 어려움과 부족함을 조금씩 이겨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힘 덕분에 고비고비를 넘어온 듯하다.

 

나도 한때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시절이 있었다. 잘한 나만을 인정하고, 그렇다 보니 더 잘하려고 또 노력하고. 이런 삶을 살다 보니 내게는 위로 올라갈 사다리만이 보였다. 아들러식으로 말하자면 생존을 위한 투쟁(Strive to survive)으로 최고가 되고, 우월해야만 내 자리가 있고, 인간관계도 리더로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믿었다. 그렇게 늘 허덕거리며 밖에서 채워 넣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내 안의 허기는 메꾸어지지 않았다. 에너지를 쏟아낼수록 고갈되는 느낌이었다. 목 디스크 등 건강에 이상이 왔다. 허리디스크 수술로 핀을 박고 난 차에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나는 무망감에 깊이 빠지게 되면서 나를 진실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모두 나의 의지였다.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결과도 있었다. 중요한 건 나의 선택이고 나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다 내가 한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고서야 가능하다니. 나는 하느님께 울부짖었다. 내가 성취해온 것들도 많았다. 주님은 나에게 많은 잠재력을 주셨으나 나의 집착이 마음에 감옥을 만들어서 나를 가둔 것이었다.

 

그 가운데 내가 인정하는 한 가지! 하느님을 놓지 않는 끈이었다. 가냘프기도 했고, 굵기도 했지만, 필요한 때 필요한 지원자들, 수녀님과 수도자들을 보내주셔서 그 끈들을 붙잡게 해주시기도 했다.

 

내가 교육을 하면, 공통적인 평은 열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열정은 강의를 잘하는 것도 있지만, 한명 한명을 다 돌봐준다는 나의 진심에 대한 평이다.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 강의인 것처럼. 그러고 나면 힘이 빠지지만 뿌듯하다. 성찰 중에 깨달은 것은 하느님의 끈을 굳게 잡은 나의 열정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바라는 그 모든 행위가 하느님 나라로 가는 것’이라는 카타리나 성인의 말처럼, 내가 하느님께 향한 그 마음과 행동이 바로 사랑을 이어주는 끈이었고 그로 인해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느님께 향하는 마음을 아시고 늘 나와 함께하고 계신다는 것, 지금 내 안에 하느님의 성전이 조금씩 강건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늘 허기진 외로움 그 밑에는 하느님께서 짊어지고 가신 십자가의 사랑, 대가 없는 그 고독한 사랑이 나를 나 되게 해주시면서, 나와 당신 그리고 나의 형제·자매들과 연결되어 함께 하게 해주셨다. 그 수많은 갈망의 세월이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었다. 나는 누구이고, 지금의 소명을 감당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분의 자비가 아니었다면, 수많은 실패감과 패배감 속에서 온전히 서지 못하였을 것이다. 나의 영성 생활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고 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확실한 한 가지는, 하느님의 끈을 붙잡고 있는 한 그분의 나라에 산다는 것이다.

 

※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 코너를 통해서 상담과 교육 관련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adlerkorea@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4월 10일,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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