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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발간, 기업 리더의 소명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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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08 ㅣ No.1230

박용승 교수의 기업리더의 소명 해설

 

 

교회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소명을 받은 기업 리더들이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에 입각한 경영을 실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최근 발간한 「기업 리더의 소명」의 주요 내용을 서울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인 박용승(스테파노, 경희대)교수의 풍부한 해설을 통해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1.기업 리더의 위대한 소명

 

기업은 본질적으로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영적 복지에도 기여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차원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인간 공동체의 영적 복지에 대한 기여야말로, 기업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한 부의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실로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훌륭한 기업 경영은 인간의 진정한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의 부를 창출하고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을 둘러싼 인간 공동체의 공동선을 증진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온전한 인간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은 인간 공동체인 직원과 소비자,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공동체, 자연생태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는 건강한 생태계적 상호의존성을 통해 공공의 자원이 선의에 투입되며 생태계 전체의 공동선이 증가함을 우리는 깨닫는다. 

 

기업 경영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동선의 가치를 함께 지향해야 함은 새천년의 새로운 문명시대를 사는 전 세계 많은 기업인과 경영학자들이 주목하는, 이른바 사회적 책임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 개인 중심의 단기 성과주의의 함정으로 내몰리는 현실 가운데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 있는 기업가와 기업은 결코 흔하지 않다.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기업인들의 각종 스캔들, 자연 생태 환경과 지역의 고유문화를 거침없이 훼손하는 다국적 기업의 지구촌 곳곳에서의 생산 활동 현장,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노동권과 인권을 유린하는 작업장의 현실 등을 바라보면 우리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가치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한다. 

 

기업 경영은 분명히 어떠한 사회에서도 위대한 선을 지향하는 힘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이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나가는 데에는 분명한 장애 요인이 현실 가운데 있다. 이러한 장애 요인에는 법규와 문화와 같은 기업의 외부적인 것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업 리더 스스로 가지는 신앙과 일상생활 사이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된 삶’에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분열이야말로 “현대의 중대한 오류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시장 경제를 통한 자유 안의 공동선 추구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고, 진리 없는 자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인도하는 원칙과 덕목을 갖춘 리더십이 없다면, 기업은 편의주의가 정의를 누르고, 권력이 지혜를 부패시키며, 기술적 도구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리시키고, 이기주의가 공동선을 밀어내는 장소가 될 수 있다’(4항). 

 

기업 리더 스스로 자기의 영적인 삶과 직업적인 삶이 양립할 수 없다는 그릇된 믿음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통합된 리더십을 갖춰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 경영 실천의 초석이 된다. 그리고 가톨릭 사회교리는 이를 위한 훌륭한 윤리적 나침반을 제공하며 깨어있는 기업 리더로 하여금 각자 처해있는 상황 가운데 복음 안에서 사회문제의 진정한 해법을 찾기 위한 지혜를 연마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실로 우리 시대의 기업 리더는 창조 사업을 드러내는 특별한 부르심을 받았다. 이는 실로 위대한 소명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노동하는 인간」을 통해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창조주의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인간적인 역량의 한계 내에서 어떤 의미로는 창조주의 활동을 계속 발전시키고 우주 만물 전체에 내포된 가치와 자원을 발견하여 이를 더욱더 진보시키고 그 창조 활동을 완성시킨다’고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신다(25항). 

 

또한, 기업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목적 안에서 자기 역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실천할 수 있도록 힘과 덕을 주는 노동의 영성을 스스로 성장시키라’고 요청하셨다(24항).

 

기업 리더의 이 위대한 소명을 실천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주어진 상황을 진리와 거짓에 따라 분명하게 ‘관찰’하고, 인간의 온전한 성장을 지향하는 윤리적 원칙을 가지고 ‘판단’하며,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서 믿음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원리들을 ‘실천’해 나가는 성찰적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는 그리스도인 기업 리더에게 믿음의 증인이 되고, 희망의 확신이 되며, 사랑의 실제가 되기를 요구한다’(1항). [평화신문, 2015년 4월 5일]

 

 

2. 우리 시대 기업 환경의 빛과 어둠

 

우리 시대 기업 리더의 소명 의식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숨 막힐 듯 역동적인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에 있다. 인류의 역사적 환경 변화의 추세 가운데는 빛과 어둠이 늘 존재하며, 도덕적 나침반이 없으면 인류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진리 안의 사랑」 11항)을 받아들이게 된다. 

 

‘시대의 징표를 복음의 빛에 따라 해석해 나감’(「사목 헌장」 4항)은 역동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바이지만, 특히 글로벌 시대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 기술 그리고 생산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시대 기업의 리더에게는 더욱더 중요하다. 

 

오늘날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그 막대한 영향력만큼이나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화 과정에서 경제적 권력은 치외법권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에 비유되는 자유와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위대한 선 또는 악을 향한 가능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19항). 따라서 깨어 있는 기업 리더의 기업 환경에 관한 올바른 관찰은 모든 인간 존재의 온전한 성장을 통한 인간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기업의 궁극적인 사명을 완성하기 위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다. 

 

새천년을 사는 우리에게 기업 생산 활동을 둘러싼 여건들은 전에 없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네 가지 주요 요인으로 설명된다. 세계화, 새로운 의사 전달 기술, 경제의 금융화, 그리고 개인주의와 가치 상대주의 중심의 문화적 변화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요인은 서로가 긴밀히 연결되어 우리 인류에게 긍정적인 빛 혹은 암흑의 어둠과 같은 양 갈래 길의 운명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고(세계화), 인터넷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을 통해 대중의 협력 네트워크 참여와 개인 창의성의 발로가 확대되며(의사 전달 기술), 효율적인 자본의 차입 투자를 통해 생산력이 증대되어(금융화) 인류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인류의 역사적 진보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 기업 환경의 변화는 국가 내 그리고 국가 간의 소득과 부의 불균형의 심화와 문화적 제국주의의 등장(세계화), 즉흥적 의사 결정의 폐해(의사 전달 기술), 인간의 가치를 가격으로만 축소하는 상품화와 단기 성과주의의 문제(금융화) 등과 같은 폐단을 함께 가져오기도 했다. 

 

이는 특히 우리 시대 인류의 문화적 변화도 함께 초래하여 개인주의로의 복귀, 가족 붕괴, 가치 상대주의 등의 부정적인 양상을 띠게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위 경영자에게 창출된 부의 지분을 획득하도록 불을 지폈고, 직원들에게는 권리 주장의 태도를 강화시켰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즉각적 문화를 부추겼다’(「기업 리더의 소명」 24항). 각자의 이기적인 몫만을 주장하며 공동체의 정신은 점차 훼손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추세에 대해 복음적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 기업 리더는 빛과 어둠의 면으로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하고,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따라 회사의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깨어 있는 분별력과 공동선을 지향하는 의로운 선택이 우리 시대 기업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을 간직”(1테살 5,21)하라는 성 바오로의 권고 정신으로 기업 리더는 자기 회사를 관리하여야 한다.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기업 환경 안의 빛에 따라 선하고 창의적인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기업 리더가 사업적으로도 더욱 성공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시대 기업 환경의 빛과 어둠을 읽어내는 깨어 있는 기업 리더의 관찰은, 교회의 윤리적 원칙에 따른 올바른 판단을 통해 인류 공동체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기업의 소명을 완수하게 될 실천을 향한 초석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신문, 2015년 4월 12일]

 

 

3. 기업 경영을 위한 도덕적 나침반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깨어 있는 기업 리더의 빛과 어둠에 대한 분별력을 잃지 않는 판단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기업의 영향력은 국가 정부의 역할 이상으로 커지게 되었고, 그만큼 기업의 책임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한 사람의 기업 리더가 지니는 윤리적 책임 의식과 리더십을 통해 인류 공동체의 번영에 이바지하면서 기업 스스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내는 훌륭한 기업 경영 사례를 우리는 종종 목격하게 된다. 우리 시대의 이러한 기업 리더의 소명 의식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경영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결국 경영대학의 궁극적인 미션이야 말로 이러한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기업 리더의 양성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훌륭한 소명 의식을 지닌 기업 리더와 그렇지 못한 기업인들이 세상에 남기는 상반된 모습의 발자국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도덕적으로 깨어있는 기업가 정신의 양성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깨어 있는 기업 리더십의 양성에 있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화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문화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며, 문화의 확산과 공유 과정에서 가족, 종교, 교육기관의 역할을 일깨운다(「기업 리더의 소명」 27항).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 안에서 얻게 되는 사랑의 메시지와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기업 리더의 양성이라는 목적을 잃지 않은 경영대학의 교육은 그리스도인 기업 리더가 교회의 사회적 윤리 원칙을 실천해 나가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토양이 중요함은 복음이 이론이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성찰해 가면서 주어진 여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원론적인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치열한 정글과도 같은 기업 현장에서 기업 리더는 때로 현실적인 요구와 윤리적인 원리 사이에서 갈등하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분열된 삶의 고민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윤리적인 문화 안에서 양성된 기업 리더는 매 순간 복음의 도덕적 나침반을 깊이 새기고 의지를 굳건히 하면서 인간의 온전한 성장과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목적이 이끄는 기업 경영을 향한 성찰적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과 윤리적 원칙들이 실은 분열된 삶으로 우리를 내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이야말로 경쟁적인 세계 시장에서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라는 점을 우리는 결국 깨닫게 된다. 인간적인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 경영계에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전략 경영 패러다임인 공유 가치 창출이나 이해 관계자 경영과 같은 관점은, 복음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가 곧 이익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교회의 사회교리 전통은 곧 복음 안의 사랑의 메시지를 허락하는 삶을 우리가 모두 실천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의 여정에서 서로의 관점과 경험을 함께 나누며 공동체 안에서 교회 가르침을 환기해 나가는 학습이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전통은 권위 있는 스승 (가톨릭 사회교리), 통찰력 있는 학자 (가톨릭 사회사상), 그리고 효과적이고 원칙적인 실천가 (가톨릭 사회의식) 사이의 상호 보완적 관계로써 성장해 온 것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28항). 

 

인간 존재의 온전한 성장과 인류 공동체 모두의 진정한 번영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업 스스로도 지속 가능한 건강한 이익을 창출해 나가는 기업 리더의 소명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엑소더스의 위대한 과업을 완성한 모세처럼 때로는 하느님이 주신 메시지와 씨름하며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때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평화신문, 2015년 4월 26일]

 

 

4. 기업 경영 위한 기본적 윤리원칙 :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

 

우리 시대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은 결국은 인간 공동체인 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능력에 있다. 그리고 모든 위대한 이야기에는 그 안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약속이 숨겨져 있다.

 

미국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그의 다섯 번째 벤처기업인 ‘탐즈 슈즈’를 통해 한 켤레의 신발을 판매할 때마다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의 빈민계층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씩의 기부를 약속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 의미에 크게 공감한 사람들은 종업원으로서 소비자로서 그리고 협력업체로서 회사의 사업적 성공을 위해 헌신적인 참여와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탐즈 슈즈는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마이코스키는 이후 커피와 안경 등 다른 사업분야로 확장해 가면서 자신의 회사가 지구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동시에 영업적 이익도 추구할 수 있다는 약속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 과연 왜 존재하는 것일까? 전 세계 많은 경영대학에서는 아직도 기업 경영의 최대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미 인간 정신문명의 진화와 함께 성장한 오늘날의 시장과 인류 공동체는 기업이 이윤을 초월하는 의미 있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스토리텔링에 크게 공감한다. 

 

기업은 상호의존적인 더 큰 인간 공동체의 생태계 안에 놓여 있는 것이고, 기업의 궁극적 존재 목적은 분명 이익 극대화를 넘어서는 것이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기업 경영의 기본적인 윤리 원칙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강조한다. 즉,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은 침해할 수 없는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고(30항), 그러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초월적인 운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공동선을 추구해가며 자기완성을 해나가야 할 권리-사실은 의무-가 있는 것이다(31항).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공동선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야말로 오늘날 훌륭한 기업 경영 전략이 되었다.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 존재인 직원ㆍ소비자ㆍ투자자ㆍ협력업체ㆍ지역 사회 등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은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제품을 선호하게 되어 있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를 위한 공동선의 추구야말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약속이다. 

 

이러한 깊은 울림에 공감한 종업원은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되고, 소비자는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충성스러운 구매를 하게 되며, 자본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는 회사가 인간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해 관계자들의 충성심의 연계 고리야말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의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경쟁 우위 요소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공동선을 강조하는 이해 관계자 중심의 기업 경영 패러다임은 기업 조직의 기계적 효율성을 강조해온 자본 중심의 경영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 원칙을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기업 리더 스스로 깊은 성찰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안셀름 그륀 신부는 “경영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를 찾아내고 섬긴다는 뜻이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찾아내는 눈은 ‘내 안에 좋은 것이 있다’는 믿음에서 생긴다”고 하였다. 

 

기업 리더 스스로 기업과 더 큰 공동체를 향한 소명 의식을 잃지 말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맡겨진 기업 공동체와 더 큰 인류 공동체의 모든 인간 존재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꺼내어 그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게 될 이 위대한 약속의 여정에 용기 있게 임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일]

 

 

5. 기업 경영을 위한 실천적 윤리 원칙 (1) 선한 제품의 생산

 

가톨릭 사회교리는 기업 리더의 소명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실제적인 원칙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 실천 원칙은 선한 제품의 생산이다. 

 

기업이 과연 어느 사업에 진출해 어떠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겨룰 것인가는 기업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본질적으로 이타적인 기업’이(41항) 직원의 인간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진정한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기업 리더의 소명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간적으로 올바른 사업의 선택은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경영자의 의식과 관련이 깊다. “기업 리더는 투기꾼이 아닌 본질적으로 사회 혁신가다. 투기꾼은 이익 극대화가 자기 목표이고, 기업은 그 업종이 무엇이든 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교회는 기업인을 공동선을 건설하는 사람으로 또 하느님의 대리인으로 상정하고 있다”(41항).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설립 목적을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인 상품이었던 개인용 컴퓨터의 생산을 통해 사회 혁신을 이루고자 함에 두었고,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라는 유명한 말과 함께 회사의 사명은 건강한 국민으로 주권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이익 극대화를 초월하는 회사의 목적이 주는 울림은 종업원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과 더불어 소비자의 공감과 충성스러운 구매로 이어진다. 올바른 사업의 선택은 기업을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첫걸음인 것이다. 

 

선한 제품의 생산은 소비자들의 진정한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이는 약물과 도박, 폭력적 비디오 게임 같이 인간의 행복에 필수적이지 않은 갈망을 의미하는 단순한 욕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인간의 단순한 욕망만을 충족시키는 소비주의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소비주의는 생산과 소비를 공동선으로부터 분리시키며 인간의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42항). 기업 경영의 깊고 영속적인 목적은 인간의 온전한 성장을 향한 고차원적인 인간적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업이 사업을 선택할 때에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라는 원칙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생산 활동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어 가면서 전 지구 공동체가 하나의 사회경제 체제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활동이 ‘점차 확장되는 연대 관계’(43항)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특별한 요구를 지닌 사람들을 포함한 가난하고 취약한 자들을 연대성의 정신 안에서 식별해야 하는 중요성은 단기 이익에 내몰리는 시장에서 종종 간과된다”(43항). 

 

최근 기업 경영 전략에서는 피라미드의 하층부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부분의 발전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취약 계층의 여러 문제에 헌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이 가지는 막대한 자원, 첨단 기술 그리고 효율적인 조직 시스템 등을 통해 국제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는 기업에게도 공유 가치 창출 모형과 같은 새로운 사업 기회로도 평가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진정한 요구를 섬기는 선한 제품의 생산과,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연대성을 잃지 않는 정의로운 사업의 선택을 통해 공동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향한 기업 리더의 각성은 그들의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에 활기를 더욱 불어넣게 되고, 기업을 둘러싼 인간 공동체 모두의 발전을 위한 역동성을 촉발시키는 데 기여하면서 결국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사랑과 이익이 함께할 수 있는 기업 경영의 시대를 우리는 사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10일]

 

 

6. 기업 경영을 위한 실천적 윤리 원칙 (2) 선한 일의 조직

 

선한 제품의 생산에 이은 기업 리더의 소명을 향한 두 번째 실천적 윤리 원칙은 선한 일의 조직이다. 선한 제품의 생산 원칙이 인류 공동체를 위한 기업의 사업 선택과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선한 일의 조직 원칙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업의 올바른 조직 관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선한 일의 조직은 경영자가 회사의 직원으로 하여금 그의 노동의 의미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인간의 노동에는 제품의 생산을 통해 세상에 변화를 주는 객관적 차원의 노동과 노동자 자신에게 변화를 주는 주관적 차원의 노동 두 가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그리고 선한 일의 조직이란 바로 노동의 주관적 차원에서 인간이 자기 스스로 더욱 높은 차원의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회사가 직원의 일과 조직을 이끌어 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조직을 기계가 아닌 생명과 영혼을 지닌 인간 공동체로 인식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계는 설명서에 따라 수동적으로 작동하며 마모될 뿐이지만, 생명체로서의 기업은 존재의 소명에 따라 끊임없이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다. 현대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학습 조직과 지식 경영 패러다임은 기업이 이렇듯 살아 있고 깨어 있는 유기체로서 관리되지 못한다면 결코 실천될 수 없다. 기업 조직체 안의 모든 인간 구성원이 각자의 소명에 따라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또한 공동체의 공동선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하고 관리해 나갈 때 창의적인 업무 성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조직 설계의 원칙으로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보조성의 원리를 강조한다. 즉, 종업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욱 발전하기 쉽도록 참여적인 작업장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종업원의 참여는 “자발성, 혁신성, 창의성 그리고 공유되는 책임감을 더욱 진작시킬 것”(「기업 리더의 소명」 48항)이고, 이는 조직 공동체의 지식 창출과 공유를 더욱 활성화시켜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현대 경영학 이론에서도 참여적 작업 조직은 흔히 강조되고 있지만 ‘보조성의 체계’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위임과는 구별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즉, 의사 결정 권한의 분권화를 단순히 의미하는 위임과는 달리, 보조성의 체계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 존재의 번영이 지성과 자유의 활용을 수반한다는 확신에 근거”(「기업 리더의 소명」 47항)하여 종업원 스스로 자기 실현을 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기업 리더가 섬기는 리더십으로 자율과 책임의 직무 환경을 지원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조직 관리자에게 매우 큰 도전이지만 진정한 직장 공동체의 구현을 위해 보람되고 중요한 일이다. 

 

“보조성의 원리 안에서 신뢰받고, 훈련되고 경험을 가지며, 책임 수준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의사 결정의 자유를 가진 낮은 계층의 직원들은 그들의 자유와 지성을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고, 그리하여 그들은 참으로 동료 사업가인 사람들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50항). 

 

또한, 가톨릭 사회교리는 보조성 체계의 구현을 위해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인 지침도 내어 놓고 있다. 즉, 보조성의 원리는 세 가지의 연관된 관리자의 책임을 요구하는데, 첫째, 모든 계층 직원의 자율성과 의사 결정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둘째, 직원들의 과업 수행을 위한 지식·기술·시스템 지원을 뒷받침해야 하며, 셋째, 신뢰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 등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49항). 

 

존엄한 노동과 보조성의 체계를 지향하는 선한 일의 조직 원칙은 가톨릭 사회교리를 기업 현장에서 의미 있게 실천하면서 시장에서의 조직 경쟁력도 이끌게 되는 현대 기업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의 조직 관리 전략이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17일]

 

 

7. 기업 경영을 위한 실천적 윤리 원칙 (3) 선한 부의 창출

 

산업 시대의 전통적인 경영학에서는 기업 경영의 올바른 방법으로 효율성의 개념을 상정한다. 즉 비용은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효율성의 잣대야말로 모든 기업 경영의 의사 결정에서 추호도 양보해서는 안 되는 기준이다.

 

사실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건강한 일이고, 또한 이는 시장에서의 자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근본 이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는 이러한 자기 이익 추구를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통해 공동체의 보다 포괄적인 이익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을 그 기저에 포함한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빈부 격차, 소비주의 문화의 사회적 병폐, 자연환경 파괴 등을 바라보며 기업 경영계를 둘러싼 현재의 기업 경영 체제 안에 내재된 공멸의 늪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이른바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기업 경영을 위한 실천적 윤리 원칙의 세 번째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이 제시하고 있는 ‘선한 부의 창출’ 원칙은 우리 시대의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과연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이익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이익이란 기업 경영에서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음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생명체가 이를 섭취하지만, 그것이 최우선의 실존적 목적은 아닌 것”(「기업 리더의 소명」 53항)임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목적이 이끄는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초월하는 존재의 사명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훌륭한 기업과 평범한 기업의 차이는 바로 이익 극대화를 초월하는 실존적 목적을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이 이러한 사명을 인식하고 이를 이해 관계자와 진정성을 가지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게 되고 이익은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지속 가능한 건강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익의 공정한 배분이 또한 중요하다. “부와 번영의 창조자로서, 기업과 그 리더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직원들에게는 공정 보상권 원칙에 따른 공정한 임금, 소비자에게는 공정한 가격, 주주들에게는 공정한 수익, 공급업체에는 공정한 납품가, 그리고 사회에는 공정한 세금 납부를 의미한다”(「기업 리더의 소명」 55항). 

 

기업 경영 활동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공정한 기업 인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 관계자의 충성심은 특히 글로벌 무한 경쟁의 환경에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다. 

 

또한 공정성을 바탕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기업은 생산 활동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정 비용을 줄이고 업무 열의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효율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사실 효율성과 공정성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다. 

 

“부(wealth)의 어원은 좀 더 포괄적 관점인 모든 존재의 행복(well-being)을 나타낸다. 곧 다른 이의 물리적, 정신적, 심리적, 도덕적 그리고 영적 차원의 안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부의 경제적 가치는 불가분하게 이러한 더욱 넓은 관점의 복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51항). 

 

기업 리더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을 둘러싼 모든 존재의 복지와 행복의 증진을 통해 나 자신의 이익도 도모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자기 이익 추구’(enlightened self-interest)를 향한 의식 혁명이 요구된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24일]

 

 

8. 인간 공동체로서의 기업

 

경영학의 고전 이론인 ‘과학적 관리론’에서는 기업을 기계적인 관점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인간은 하나의 소모품적 생산 요소였다. 기계는 누군가에 의해 소유되는 개체일 뿐이고, 스스로 정체성과 목적 없이 수동적인 작동을 하다 결국 마모될 뿐이다. 

 

100년 남짓한 경영학의 역사를 통해 기업을 기계가 아닌 생명체의 관점으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학습 조직과 지식 경영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20여 년 전의 일이다. 생명체로서의 기업은 스스로 목적 의식과 정체성을 가지고 학습하며 진화해 나갈 수 있다. 기업의 학습 역량이야말로 불확실성이 높은 오늘날의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차별화된 전략적 자산이 됐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공동체임을 가르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윤을 남기는 것만이 아니라, 기업체 자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며, 전체 사회에 봉사할 특별한 집단을 형성하는 인간들의 공동체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백주년」 35항). 

 

사회적 공동선의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의 공동체로 기업을 바라볼 때 우리는 기업이 가지는 궁극적인 존재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는 원래 기업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에서도 확인된다. 영어 단어 가운데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와 코퍼레이션(corporation)은 각각 ‘빵(panis)을 함께(cum) 나누다’와 ‘인간의 몸(corpus)’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어의 기업을 의미하는 단어인 생의(生意)는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다’라는 뜻이 있고, 스칸디나비아의 옛 언어에서 기업은 ‘생명에 자양분을 주다’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우리말의 기업(企業)은 ‘일이고 카르마인 업(業)을 일으키다’는 의미이다. 

 

인간 공동체로서의 기업이 사회에서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적 공동선을 증진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결코 기업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이익을 담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83)는 그의 저서인 「카르마 경영」에서 자신의 경영 비법은 “경영도 인간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경영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역시 인간으로서 옳고 그른 것,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 등 인간답게 만드는 도덕과 윤리를 그대로 경영의 지침이자 판단 기준으로 삼은 데 있다”고 고백한다.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기업은 결국은 더 큰 인간 공동체인 기업 생태계에 영혼의 울림을 주고 자양분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선도해 나가는 공동선의 가치에 종업원, 소비자, 협력업체, 투자자, 지역과 국제 사회, 그리고 자연 생태 환경은 공감하며 도울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존재의 일원성을 일깨우며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으로 진입하게 된다. 

 

얼마 전 영화와 소설을 통해 다시 조명된 한국 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피난민 1만 4005명을 구조한 미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과 벌써 1년이 지난 여전히 우리의 먹먹한 가슴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의 참사는 바로 ‘생명의 가치’와 ‘죽음의 늪’의 분기점으로 대비되는 두 사건이다. 

 

원래 짐을 싣는 수송선이었던 메러디스호가 지켜냈던 생명의 가치는, 오히려 사람을 운송하는 여객선이어야 했던 세월호에 맹목적인 자본과 정치의 논리 앞에서 철저하게 가려졌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도되는 정경유착의 스캔들과 노동권과 인권 유린 사례는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이 가지는 한 가지 고유한 특성은 우선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데 있다. 여기에 노동의 사회적인 힘, 곧 공동체를 건설하는 힘이 있다” (「기업 리더의 소명」 58항). 

 

우리 사회가 몰 인간성의 늪을 극복하고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견인차의 구실은 이제 깨어있는 기업 리더의 몫이 되었다. [평화신문, 2015년 5월 31일]

 

 

9. 초월적 동기와 실천적 지혜를 향하여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과 실제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학자와 기업인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인간적인 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표방하고 나선 기업들이 때로 초래하는 각종 불미스러운 부도덕한 사건들을 바라보면, 완벽한 인간과 조직은 있을 수 없고 전혀 실천하지 않은 것보다는 시행착오를 겪는 실천이 나은 것이라 하더라도, 기업 리더의 소명이 이끄는 진정성 있는 경영과 이를 통한 인간 공동체의 온전한 발전은 요원해 보이기까지 하다. 

 

모든 좋은 것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기업 경영 전략의 관점으로 보자면 누구라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전략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으니 어려운 일을 결국 실행에 옮겨낼 수 있는 기업이야말로 무한 경쟁 시대에 성공의 문을 여는 비밀의 열쇠를 손에 거머쥐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무거운 거대한 돌을 용기와 끈기를 가지고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한번 구르기 시작한 그 돌은 탄력을 받아 점점 속도를 신 나게 붙여나가게 될 것이다.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의 공동선을 향한 새로운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실천에 있어 초석이 되는 것은 바로 기업 리더 스스로 깨어있는 ‘노동의 영성’에 있다. 기도와 성찰을 통해, 이 시대 기업 리더인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이를 용기 있게 실천할 수 있는 지혜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 

 

“기도와 성찰의 깊은 원천 없이는 반성, 인내, 정의, 실천적 지혜 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정보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기업의 리더와 구성원이 저항해 나갈 수 있는지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기업 리더의 소명」 70항). 

 

노동의 영성으로 기업 리더는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목적 안에서 자기 역할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힘과 덕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 리더가 이끄는 기업은 훌륭한 제품과, 훌륭한 조직을 통해 훌륭한 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기업 리더의 영성은 이 시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원천인 셈이다. 

 

기업 리더의 영성적 리더십은 가르침의 실천을 위한 사회교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는 “주고받는 선의인 사랑”(「기업 리더의 소명」 65항)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리더는 우선 하느님께서 베푸신 사랑을 ‘받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능동적인 사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기업 리더에게 이러한 수용의 행위는 각별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깨어있는 기업 리더는 기도와 성찰을 통해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超人) 콤플렉스와 유사한 유혹, 즉 자신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원칙을 결정하고 창조하는 이로 보려는 유혹”(「기업 리더의 소명」 68항)을 겸손함으로 극복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교회가 기업 리더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실천행위이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베푸신 사랑을 받은 기업 리더는 그들이 받은 것에 대한 응답으로 세상을 향해 베푸는 두 번째 실천행위에 진실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이해하며, 기업경영을 둘러싼 모든 인간의 온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이해관계자의 관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회사의 정책과 전략을 늘 고민하며 이를 용기 있게 실천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기도와 성찰 그리고 깨닫는 사랑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더욱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됨”(「기업 리더의 소명」 61항)으로서 얻게 되는 초월적 동기, 이 모든 것은 훌륭한 경영을 향한 기업 리더의 포부를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필요조건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상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리더의 지도력과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사랑은 인간과 인류 전체의 진정한 발전에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진리 안의 사랑」 1항). [평화신문, 2015년 6월 7일]

 

 

10. 깨어있는 기업 리더의 여정으로의 초대

 

고대 이집트 시대의 원로 상인들은 그 시대의 사회에서 종교적 사제 역할도 일정 부분 수행했다고 한다. 이는 가장한 치열한 삶의 현장인 시장에서 인간으로서 올바르고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는 사회를 이끌 수 있을 때 그 노동과 땀의 현장이 바로 성전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시장과 기업의 역할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우리 인류가 오늘날 누리는 기술적 진보와 물질적 풍요는 일찍이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세계화로 연결된 지구촌의 새로운 문명 시대에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의 시대에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의 힘은 더욱 절대적인 것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성찰한 기업 리더의 소명은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기업 리더가 신념과 희망을 잃지 않고 열정과 사랑으로 그 소명을 진실 되게 실천해 갈 수 있음은 기업 스스로 지속 가능한 건강한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인류의 미래를 운명 짓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치 정글과도 같은 무한경쟁의 냉엄한 현실 가운데 나서게 될 기업 리더는 쉽게 냉소주의의 벽에 부딪히게 되고 실망과 공포가 열정과 사랑을 덮게 할 유혹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소명의 실천을 위해서 기업 리더는 무엇보다도 ‘관찰-판단-실천’으로 이어지는 성찰적 사유와 행동의 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 리더의 소명」 책자의 부록으로 제시된 진단 체크 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리더십을 성찰해 봄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일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는가?’라는 질문으로 진단 체크 리스트는 시작된다. 그리고 훌륭한 제품, 훌륭한 노동, 그리고 훌륭한 부의 창출이라는 세 가지 실천 원칙 영역에 따라 매우 구체적인 질문 항목으로 리스트는 구성되어 있다. 성찰적 사고는 존재의 소명에 깨어 있게 한다. 사실 이 진단 체크 리스트야말로 「기업 리더의 소명」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업 리더의 소명에 대한 성찰을 마치며 과연 소명에 깨어있는 기업 리더는 어떻게 양성될 수 있겠는가에 관심이 생긴다. “충실한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살아 내려는 기업 리더는,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선행에 대한 가능성과 약속을 제시하는 종교적 문화 안에서 양성되어야 한다”(「기업 리더의 소명」 83항). 

 

소명에 깨어있는 기업 리더를 위한 윤리적 문화의 토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가족, 교회, 그리고 학교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이 가운데 학교 특히 경영대학은 미래의 기업 리더에게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관점을 가지게 하고 또한 관련된 기술과 지식을 직접적으로 교육하게 되므로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대학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다른 전공 영역과 비교하여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경영대학은 현대 대학 사회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며 가장 인기 있는 전공 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의미와 경영인의 소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향한 의식 있는 경영학 교육은 아직 전 세계 수많은 경영대학에 생소한 내용이다. 기업 리더의 소명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꾸어 가는 운동은 대학 사회의 깨어남과 함께 연대해 나갈 때 더욱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는 학생들이 자신 안의 선함을 발견하고 소명을 따르게 하여 자기 기술과 판단력을 세상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진리안의 사랑」 86항). 

 

인류의 미래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결국은 우리 자신 모두의 온전한 성장을 향한 깨어있는 기업 리더의 이 위대한 여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동참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끝> [평화신문, 2015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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