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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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심리를 통하는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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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2-19 ㅣ No.1921

[영성심리] 심리를 통하는 영성

 

 

십수 년 전부터 우리 교회 안에 ‘영성심리’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영성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온 저에게도 “영성심리 공부하셨다면서요?” 하고 묻는 분들이 종종 계시죠. 그럴 때마다 저는 “아니요. 영성신학이랑 심리학 따로따로 했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학문으로서 ‘영성심리’라는 표현은 한편으론 맞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족하기도 합니다. (부족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면) 심리학계에서 영성심리학은 아직 하나의 명확한 학문 분야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월심리’ 또는 ‘메타영성’이라 하여 영성과 심리의 영역을 통합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인지심리학’ ‘생물심리학’ ‘성격심리학’ 등 다른 계통의 심리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표현이 맞는 이유는 우리가 ‘영성’을 그 자체로 경험하지 않고 거의 언제나 심리 차원과 연결하여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부어주신 당신의 영을 통해 우리와 소통하십니다. 그런데 영을 통해 직접 소통하시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런 예라면 깊은 기도 중에 환시를 보거나 어떤 음성을 듣는 경우가 되겠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하느님께서는 주로 인간의 상위 능력인 지성 작용(생각)이나 정서 작용(감정)을 통해서 우리와 소통하십니다. 이 지성 작용이나 정서 작용은 결국 인간 심리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영성은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삶이기에 우리 삶 전체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영성 따로 대인 관계 따로, 영성 따로 사목 활동 따로일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성이 삶으로 드러난다는 말은 추상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하는 모든 것에서 하느님과 함께 있음이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하는’ 모든 움직임이 바로 우리가 매일 같이 경험하는 심리 과정이기 때문에, 내 삶에 하느님과의 관계성이 드러나는지 아닌지를 식별하려면 심리 차원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많은 분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5)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마음이기를 청하면서 되뇌죠. 그런데 예수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내 안에 간직할 수 있을까요? 영성적 가르침이 우리가 갈 방향을 크게 제시해주는 것이라면, 심리는 그 길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유용한 지도입니다. 목적지는 알지만 갈 길을 몰라 헤매기보다, 구체적인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를 통해 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심리 차원을 돌보면서 갈 때 우리 영성 생활은 훨씬 튼튼해집니다.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거기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잠언 4,23)

 

[2023년 2월 19일(가해) 연중 제7주일 서울주보 8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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