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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핵발전(원자력 발전)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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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08 ㅣ No.1232

[복음살이] 핵발전(원자력 발전)에 대한 성찰



지난 2월 27일 설계수명이 끝난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이 떨어지자 인근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며 노후 원전 폐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이 인간 생명에 큰 위협이 되고, 특히 미래 세대에게 큰 재앙을 물려주게 될 것임을 인식하고 여러 기회를 통해 핵발전에 대한 성찰을 전개해 왔고, 2013년 10월에는 추계 주교총회의 결정으로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문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의 원리 등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핵발전으로 우리 사회가 누리는 경제적 이익과 편리함보다는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미 인류가 몇 차례 경험해 온 핵발전소 사고 결과의 심각성은 물론 앞으로 미래 세대까지 당면해야 할 핵폐기물 처리 등의 어려움, 그리고 원전 마피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핵발전소 관련 기관들의 비리와 폐쇄성을 고려할 때 탈핵이야 말로 인간의 생명권과 환경 보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임은 분명합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 15-16.19) 이스라엘 백성 앞에 주어진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자연 재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해도 온갖 전쟁과 범죄, 그리고 환경파괴 등으로 인류의 불행을 자초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역사에 끊이지 않는데, 이는 지나친 욕심으로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왔던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죽음과 불행이기도 합니다. 경제성장과 편리한 삶을 위해 핵발전의 위험성과 관련된 진실은 애써 숨기면서 핵발전의 비중을 늘려가려는 우리 정부가 생명보다는 죽음과 불행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핵발전은 점차 석유 연료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지금 당장 원료가 싸다는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확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79년 3월28일 미국의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건과 1986년 4월26일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에 이어서 2011년 3월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는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다’는 신화에 다시 의문을 제기하며 핵에너지 사용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여파로 당시 독일의 지방 선거에서는 원전 가동 연장을 결정했던 집권당이 패배하고 원전 완전 철폐를 주장한 녹색당 연합이 압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반으로 줄이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80%로 올리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위스 환경장관은 2034년까지 핵발전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22기의 상업용 원자로 가동 중이며 5기 건설중

우리나라는 현재 월성1호기를 제외하면 22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5기를 추가로 짓고 있고, 2030년까지 4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보다는 더 안전한 형태이고 지진 위험도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그냥 믿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미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로 수많은 인명을 뺏고 환경을 파괴해왔으며, 앞으로도 큰 사고의 위험을 지닌 핵발전소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봐야하는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인류 전체가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전기 수요를 무한정 일으키고 있는 소비주의적 삶의 양식에 대해, 그리고 핵에너지 사용에 따라오는 윤리 문제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라늄 채광, 핵폐기물 저장과 원자로 폐로 과정 등 전 과정을 따져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핵발전이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핵발전소 원료로 쓰이는 우라늄도 전 세계에서 70~80년 정도 사용하면 고갈되므로 핵발전이 에너지의 근본적 대안이 아니므로, 인류 사회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통해 전기 수요를 줄이고, 핵발전을 대체할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비 지향적 생활양식 바꿔야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2009년), 석유 소비는 5위(2006년)로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전형적인 낭비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으로 인한 치명적 사고의 위험과 수만 년 후손들에게 큰 짐을 지울 핵폐기물 보관의 난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대체 에너지 개발과 함께 우리의 소비 지향적인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 밖에 없습니다.

환경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침서인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에서 주교단은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하는 ‘인간 중심주의’와 과학 만능, 기술 중심의 사고, 물질의 소유와 소비가 행복의 척도가 되어버린 생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창조질서와 생태 정의를 회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자연에 대한 정당한 몫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검소한 생활양식’과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생활양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합니다.

핵발전소 뿐 아니라 핵폐기물 중 높은 방사능을 계속 뿜어내는 핵연료봉은 수만 년 동안 지하 시설에서 봉인하여 보관하여야 하기에 안전이 최고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 전쟁이나 테러, 치명적인 인간의 실수 등으로 인한 방사능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첨단기술을 동원한 완벽한 설계의 시설이라 해도 볼트 하나가 빠지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더구나 2013년에 한국에서 핵발전소 시설에 뇌물을 통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여 불량 부품을 납품한 사건처럼 부정부패와 비리가 개입될 경우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두리에 지어지는 핵발전소는 대도시로 전기를 보낼 송전탑을 필요로 하기에 밀양에서 8년 가까이 벌어지고 있는 대형 고압 송전탑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 및 보상을 둘러싼 주민과의 충돌에서 볼 수 있듯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의 기로에 서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결단은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 선진국처럼 하루 빨리 탈핵과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온 세계가 핵발전을 둘러싼 선택의 기로와 논란 속에서 참된 지혜를 모아 생명과 행복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4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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