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삶으로서의 영성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29 ㅣ No.1918

[영성심리] 삶으로서의 영성

 

 

이탈리아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고 온 후 신학교에서 영성신학 강의를 몇 해 동안 해왔지만, 아직도 “영성이 뭡니까?”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성’이란 말마디 자체의 뜻은 단순합니다. 영성(靈性), 곧 ‘신령한 품성이나 성질’을 의미하지요. 그러나 말마디의 단순한 풀이가 아니라 이 단어가 담고 있는 풍부한 뜻,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 삶에 작동하는 면모를 살피려면 한 학기를 수업해도 부족할 겁니다.

 

짧은 지면에 학적인 내용을 지루하게 풀어서는 아무 도움도 안 되겠지요. 그렇다면 영성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전 다른 기회에 영성을 ‘삶의 원리’라고 설명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그마저도 더 줄인다면 영성은 곧 ‘삶’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첫째로, 그리스도교 영성은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삶’이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 나의 삶 전체는 하느님과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살아가는 것이 곧 영성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삶입니다. 행위의 차원이 아닌 존재, ‘있음’의 차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느님을 알아차리든 알아차리지 못하든, 하느님 뜻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든 하지 않든, 하느님과 관계 안에 ‘있는’ 우리는 모두 영성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둘째로, 그리스도교 영성은 삶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표현을 종종 듣습니다. “그 사람은 영적으로는 훌륭한데 인간관계에서는 서툴러.” 또는 “그 신부님은 영성적이긴 한데, 사목에는 잘 안 맞으시는 것 같아.” 쉽게 듣고 말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옳은 표현이라고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성이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삶이라면 하느님과 함께 있는 관계성은 우리 각각의 삶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정말 영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면 그가 맺는 인간관계 안에서 하느님이 드러나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영성적인 사제라면 그 사제의 사목 활동 안에 하느님이 드러나시기 마련입니다.

 

‘영성’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세례성사를 받는 자체가 자신이 하느님과 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믿고 알고 있다는 고백이기 때문에,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는 이미 영성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특별한 무엇을 더 ‘해야’ 영성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영성적인, 영적인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 우리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압니다.”(1요한 4,13)

 

[2023년 1월 29일(가해)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4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782 2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