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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특집: 진정으로 존엄한 죽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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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9-04 ㅣ No.1883

[생명특집] 진정으로 ‘존엄한 죽음’이란?

 

 

지난 6월 15일 안규백 의원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말기 환자가 본인이 희망할 때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소위 ‘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구는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최근 발의된 의사 조력 자살(안락사) 법률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인간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이든 타인에 의해서든 침해할 수 없는 신성함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말기 환자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줄이고, 존엄하고 품위 있는 임종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 관심과 돌봄이지 그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가 아닙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인간적인 관심과 돌봄의 문화를 잃어버린 결과일뿐, 결코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길이 아닙니다.

 

더구나 이 법안에는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결정”을 초래하는 등의 오남용이나 부작용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말기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대안으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지원을 확대하여 환자가 고통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격적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과 법률을 만들기를 촉구합니다.

 

‘조력 존엄사’라고 미화된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이것은 ‘의사 조력 자살’로 교회가 살인 행위로 단죄하는 안락사에 해당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77항) 법안이 강조하는 인간의 ‘자기 결정권’은 자신의 죽음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닙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권능은 하느님께만 속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국민의 76% 이상이 의사 조력 자살에 찬성한다는 설문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응답자들이 말한 ‘남은 삶의 무의미함’,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 ‘고통의 경감’, ‘가족의 고통과 부담’ 등의 문제는 ‘안락사’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인격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의 마련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비록 큰 고통 중에 있는 말기 환자라도 자신과 가족들에게 과도한 정신적, 경제적인 부담 없이,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증 완화치료와 정서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마지막을 준비하게 해주는 ‘호스피스’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자살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죽음은 신자들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입니다. 생의 마지막에 맞는 고통의 시간을 주님께 봉헌하며, 지난날을 성찰하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사랑과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보내며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고 존엄한 죽음이 아닐까요?

 

[2022년 9월 4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서울주보 5면, 박정우 후고 신부(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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