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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45: 영적 식별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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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7 ㅣ No.78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45) 영적 식별의 기준


파혼 결심한 요셉이 마음을 돌린 이유

 

 

통상적으로 그리스도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비 체험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강하게 보내며, 그에 대한 영적 식별에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도인이 관심 가져야 할 문제는 나날의 삶 안에서 예수님을 어떻게 찾아 구세주로 알아볼 것이며, 구원을 위해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영적 식별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이에 대해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신약 성경은 우리에게 몇몇 일화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알아볼 수 있는지에 관한 영적 식별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요셉은 약혼녀 마리아가 같이 살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 하다가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셉은 꿈에서 주님의 천사의 말을 듣고 성령으로 잉태된 아기를 하느님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분으로 식별하게 됐습니다(마태 1,20-24 참조). 

 

베들레헴 지방 들판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은 주님의 영광이 그들의 둘레를 비추자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결국, 목자들은 주님의 천사가 알려준 대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구원자 그리스도로 식별하게 됐습니다(루카 2,8-12 참조). 

 

동방에서 박사들이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을 경배하러 예루살렘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박사들은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멈춰 선 베들레헴에 있는 아기를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으로 식별하게 됐습니다(마태 2,1-11 참조). 

 

성령께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는 약속을 받았던 시메온과 성전에서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한나가 같은 때에 성전에 있었습니다.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던 그들은 마침 정결례를 거행할 날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데리고 온 아기를 예루살렘을 속량할 주님의 그리스도로 식별하게 됐습니다(루카 2,25-38 참조).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그것을 알려주셔서 베드로는 스승님을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로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마태 16,13-17 참조).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고백하기 위해서 하느님 계시와 성령의 이끄심에 늘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참 그리스도인을 식별할 기준도 제시하셨습니다. 열매를 보면 나무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듯이, 그들이 맺는 열매를 보면 거짓 예언자와 참 예언자를 가릴 수 있으며(마태 7,15-20 참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참 가족이고(마태 12,46~50 참조), 어린이처럼 되어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며(마태 18,2-4 참조),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이라야 양 떼에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마태 25,34-40 참조). 

 

따라서 참 그리스도인은 소박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애덕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죄를 지은 형제는 이웃과 교회의 말을 들어야 교회에 머무를 수 있으므로(마태 18,15-17 참조), 참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교회의 가르침과 교도권에 순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디고, 귀로 들으려 하지 않고, 눈을 감아버린 사람은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들은 말씀을 뿌리내리게 못 하며,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으로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함으로써(마태 13,13-22 참조) 영적 식별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가져야 하는 관심은 일시적인 신비 체험이 아니라 늘 일상 속에서 주님을 알아 뵙고 참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을 찾는 영적 식별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27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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