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움터를 찾아: 수원교구 사이버성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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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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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를 찾아] 수원교구 사이버성경학교
하느님을 만나는 또 하나의 세상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은 신앙의 원천이다. 성경을 통해 진리이신 하느님을 체험하며,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성경을 아는 만큼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되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성경을 읽고 쓰며 공부해야 하는 것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을 쪼개 성경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늘 접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면 성경 공부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에 발맞춘 ‘말씀 사목’
세월이 변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성경을 익히게 하거나 복음을 전하는 매체들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이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만나는 성경에까지 이르렀다. 2013년, 온라인으로 문을 연 수원교구 사이버성경학교 이야기다.
수원교구는 25년 전부터 ‘말씀 안에 사는 신앙’을 강조하며 성경 사목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본당마다 성경 공부 모임이 활발하고, 지난 1학기에만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총 271개 반이 운영될 정도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구 설정 50주년이던 해인 2013년 3월, 전국 교구에서는 처음으로 ‘사이버성경학교’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온라인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과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게 터치 한 번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접하고 익히며 복음적으로 살 수 있게 도우려는 목적이었다. 시대에 발맞춘 ‘말씀 사목’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수원교구 복음화국 부국장 정진만 신부는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했다.
“현대인의 삶은 다양하고 바쁩니다. 성경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이나 젊은이들, 몸이 불편한 이, 본당과의 거리가 먼 이, 해외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목말라하는 이들까지 시간과 환경의 제약 없이 편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새로운 배움의 길입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사이버성경학교의 인사말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말씀을 배울 수 있는 기쁨의 배움터, 성경의 세계를 바르게 안내해 줄 믿음직하고 친절한 안내자로서 사이버성경학교가 기존 오프라인 성경 공부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복음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사이버 세상으로 옮겨진 기쁜 소식
학교를 열고 첫 학기를 445명으로 시작한 사이버성경학교는 신자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꾸준히 성장해 개설 3년 만인 지난해 한 학기 수강생이 천 명을 넘어섰다. 온라인으로 언제든 접속하면 성경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온라인 배움터이다 보니 교구와 지역을 넘어 ‘말씀의 사각지대’에 있던 신자들이 몰려들었다.
사이버성경학교의 특징이자 장점인 때와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말씀’에 대한 강의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듣는 이, 직장에서 틈틈이 반복해 듣는 이, 피시방에서 강의를 듣는 신자도 있다. 몸이 불편한 이도 집에서 편히 수강하고, 해외 한인신자들의 참여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 1학기에만 1,496명, 지금까지 누적 수강생은 7,532명이나 된다.
‘강의실 없는 성경 학교’로 불리는 것처럼 사이버성경학교는 수강 신청부터 강좌를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며, 성경 필사나 성경 일기 등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사이버성경학교 누리집(cyberbible.casuwon.or.kr)은 ‘학교 소개’, ‘수강 신청’, ‘나의 강의실’, ‘교무실’, ‘휴게실’ 등 마치 학교를 연상하게 하는 메뉴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담이나 의견을 교환하는 게시판도 있다.
다양한 강좌가 한눈에 알기 쉽게 갖춰져 있는데, 애니메이션 캐릭터 ‘성경이’가 어렵게 생각되는 성경을 더 쉽게 대할 수 있게 한다.
‘성경이’는 사이버성경학교 입학에 대한 환영 인사와 학교 운영 안내, 교재 소개 등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재미를 더해 소개한다. 수업 전 수강생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이끄는 역할도 한다.
사이버 세상에서 만나는 성경의 모든 것
학기제로 운영되는 사이버성경학교에는 성경 맛들이기 단계인 ‘첫걸음 성경 강좌’와 깊이 있게 아는 단계인 ‘일반 성경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첫걸음 성경 강좌는 구약과 신약의 여섯 개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구약 과정은 ‘오경’(김혜윤 수녀)과 ‘역사서’(이용화 신부), ‘시서와 지혜서’(김영선 수녀), ‘예언서’(김효준 신부)이다. 그리고 신약 과정은 ‘복음서와 사도행전’(김승부 신부), ‘요한 복음서’(이혜정 수녀), ‘서간과 요한 묵시록’(박병규 신부)이다.
일반 성경 강좌에는 ‘마르코 복음서’(이혜정 수녀)와 ‘요한 복음서’(박병규 신부), ‘가톨릭 서간’(한재호 신부), ‘요한 묵시록’(박병규 신부)이 개설되어 있고, 오경과 역사서 등도 차례로 개설할 예정이다. 강사는 모두 성서신학을 전공한 성경 전문가들이며, 교재는 생활성서사에서 발행한 「여정」을 쓴다.
수강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으며, 두 과목 이상 중복하여 수강할 수도 있다. 강의를 들으며 성경을 꾸준히 읽는 복음적 삶을 지향하는 사이버성경학교에서는 14주 또는 15주 분량의 강의와 더불어 성경 퀴즈풀이로 흥미를 돋우고, 말씀 묵상과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성경 진도표에 따라 성경을 읽고 온라인으로 성경 일기를 쓰면 온라인 완독증을 받을 수 있고, 그 밖에도 온라인으로 필사할 수 있는 성경 필사방, 말씀을 뽑아 되새길 수 있는 말씀 사탕, 무료 성경 특강 등 말씀과 가까이하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다.
학기를 마치면 오프라인 강의로 마무리하는 연수와 수료식이 있는데, 첫걸음 과정의 여섯 개 과목을 마치면 신구약 수료증이 수여된다. 성적 우수자에게는 장학 증서와 함께 다음 학기 수강비 지원 혜택이 있다.
올해 2학기는 9월 4일에 개강하며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된다. 등록비는 과목당 5만 원이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요!”
지난 7월 8일 수원교구청 지하 강당에서 제9차 사이버성경학교 연수와 수료식이 열렸다.
지난 3월부터 컴퓨터와 태블릿 피시(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성경학교 강의를 수강한 이들 270여 명(2017학년도 1학기 수료자 총 558명)이 강당을 가득 메운 채 박형순 신부(인천교구 원당동본당 주임)의 ‘모세 오경’에 푹 빠져들었다. 연수를 받는 이들 가운데는 부산교구나 광주대교구 등 다른 교구에서 온 이도 있고, 팔순을 넘긴 이도 여럿 있었다. 부부 다섯 쌍도 함께 강의를 들었다.
강의 뒤에는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주례한 수료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수료증과 함께 장학 증서 전달식도 가졌다.
사이버성경학교를 수강한 이들은 “어렵게만 느꼈던 성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기뻐요.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 언제든 들을 수 있어 좋아요.”라고 한다. 또한, “집안일을 하면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편리해요.”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김수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씨(수원교구 흥덕본당)의 소감이다. “늘 성경 공부를 제대로 하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는데 시공간의 제약으로 망설이고만 있던 중 성당 게시판을 보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자기의 일정을 고려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고, 검증된 강사들이 권위를 갖고 하느님 말씀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줘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어요.”
손인자 베로니카 씨(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에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말이나 저녁시간에 할 수 있는 성경 공부를 찾다가 우연히 사이버성경학교를 접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어요. 일반 강의와 달리 여러 번 다시 들을 수 있어 이해하기가 쉽고 들을수록 말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아 성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우리가 휴대 전화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주님의 말씀이 담겨 있는 성경을 찾아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라. 성경은 악과 대항해 싸우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며 우리가 주님께 가까이 있도록 지켜 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사이버성경학교는 요즘 팽배한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보편적 진리를 찾게 해 주며, 나아가 문제가 되는 유사 종교로부터 신자들을 보호하고, 성경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발생하는 신자 이탈도 막을 수 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성경 말씀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 시대의 또 다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클릭 한 번으로 온 삶이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 그분의 초대에 잠시만 응할 용기를 낸다면 우리의 삶은 말씀의 빛으로 더욱 밝아질 것이다.
거대한 역사도 그 시작은 작은 이야기, 곧 여정에서 시작했다.
문의 : ☎ 031-8017-4239 수원교구 사이버성경학교 cyberbible.casuwon.or.kr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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