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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마리아 사업회(포콜라레 운동)

1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8-04-30

[평신도 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4) 마리아 사업회(포콜라레 운동)


‘사랑과 일치’의 영성으로 세상에 온기 전하는 ‘벽난로’

 

 

2009년 6월 서울 KBS 88체육관에서 국내외 회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포콜라레 한국 진출 40주년 기념 경축행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추운 겨울 온 집안을 따뜻한 온기로 데우는 벽난로.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 운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마리아 사업회(동북아 본부 남자 대표 임종태, 여자 대표 코바야시 쿠미코)는 벽난로와 같은 따뜻한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온 세상에 널리 퍼뜨리고 있는 평신도사도직단체다. 이번 호에서는 사랑과 일치의 영성을 사는 마리아 사업회에 대해 알아본다.

 

 

마리아 사업회의 시작

 

마리아 사업회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이탈리아 트렌트의 초등학교 교사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 1920~2008)에 의해 시작됐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끼아라 루빅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영원한 이상은 하느님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끼아라 루빅과 친구들은 복음 말씀에 따라 만나는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면서, 먼저 사랑하고 이웃과 하나가 되고자 하면서 곳곳에 일치를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이 운동은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벽난로처럼 폐허가 된 세상에 사랑의 온기를 불러일으키며 급속도로 세상 곳곳으로 확장됐다.

 

초창기에는 포콜라레 운동이라고 불렀지만, 이후 성모 마리아를 닮아 세상에 영신적으로 그리스도를 낳아주며,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속하는 이들 사이의 일치를 위해 일하면서, 가능한 한 이 땅에서 계속되는 마리아의 현존이 되고자 마리아 사업회라고 이름 지었다.

 

마리아 사업회는 로마에 총본부를 두고 있으며 1962년 교황청으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전 세계 190여 나라에서 활동 중이며, 한국에는 1969년에 첫 여성 공동체가 생기면서 본부를 열었다. 현재 한국 마리아 사업회는 서울과 대구와 광주(4월 열림)에 5개의 본부와 회원 양성을 위해 경기도 의왕에 마리아폴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첫걸음은 ‘생활 말씀’으로부터

 

마리아 사업회는 다른 평신도사도직단체와 신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편이다. 주로 본당을 구심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다른 단체와 달리, 마리아 사업회의 ‘생활 말씀’ 모임은 구역 공동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 사업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성경의 한 구절을 택해 실천한다. 로마 총본부에서 준비한 매달의 ‘생활 말씀’은 9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돼 출판물,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한국의 첫 포콜라리나인 이순영(크리스티나)씨는 “생활 말씀은 회원들이 복음을 읽고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를 묵상하고 지난달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나누는 토대”라면서 “오늘의 사회에서 어려운 점을 서로 격려하고, 실천에서 오는 기쁨을 함께 느끼는 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구역별로 열리는 생활 말씀 모임은 포콜라레의 영성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복음에서 태어난 백성

 

마리아 사업회 회원들은 일상에서의 나눔과 섬김을 통해 초대 교회 공동체의 삶을 현대 사회 안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성소와 대중운동이 태어났다.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과 다양한 사업을 통해 가정 공동체를 일치와 화합으로 이끄는 ‘새 가정 운동’,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과 청소년 운동, 교회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본당 운동’ 등이다. 특히 마리아 사업회는 ‘새 인류 운동’을 통해 현시대의 도전에 답하고자 노력한다.

 

새 인류 운동의 목적은 모든 인류가 몸담고 있는 사회 각 분야, 즉 정치와 경제, 교육, 의료 등의 분야에 복음정신을 심고 사회를 보편적 형제애에 걸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리아 사업회는 이 같은 취지에서 한국 사회의 각종 현안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리아 사업회가 주창한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 이하 EoC)다. ‘EoC’는 끼아라 루빅이 1991년 브라질 상파울로를 방문해 심각한 사회적 불균형을 목격한 뒤 제안한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나눔과 무상성 그리고 상호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가와 노동자, 경영자와 관리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차원에서 생산과 이윤창출에 참여하고,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 ‘성심당’(대표 임영진)이 대표적인 EoC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성심당은 매년 정직하게 납세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수익의 15%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또 수익의 20%는 EoC 기금으로 적립해 지역사회와 나누고 있다. 성심당은 이를 통해 현재 81개 사회복지 시설에 매달 3000만 원어치의 빵을 기부하고 있다.

 

1982년 방한한 마리아 사업회 창시자 끼아라 루빅 여사(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 앞에서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리아 사업회 제공.

 

 

대화를 통한 일치와 보편적 형제애의 추구

 

마리아 사업회의 핵심 영성은 ‘일치’다. 마리아 사업회는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간절히 기도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갈라진 형제들과 분열된 이 세상을 사랑의 힘으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일치를 추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도구는 ‘대화’다. 더불어 사는 사랑의 공동체 세상을 지향하는 마리아 사업회는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라 다른 그리스도 교회 신자들, 다른 종교 신자들, 종교가 아닌 다른 방식의 신념을 지닌 사람들, 나아가 여러 분야의 문화계와도 함께 대화해 보편적인 형제애를 확산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세상과의 대화 정신’을 가장 적극 실천하는 사도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계는 대화를 매우 필요로 하는 곳이다. 2004년 마리아 사업회의 대화 정신에 따라 한국에서도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여러 정당이 함께 공동으로 나눌 수 있는 가치관을 추구하면서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된 정치계에 협력과 대화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성곤 국회 사무총장과 안명옥 전 의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은 매년 포럼을 열어 함께 정책을 논의하고, 학생들을 위해 ‘일치를 위한 정치인 학교’를 개설해 교육하며,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원불교 신자인 김성곤 국회 사무총장은 “정치는 자신이 대변하는 지역, 계층, 정당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면서 “하지만 ‘이 땅에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이며, 올바른 정치야말로 사랑 중의 사랑’이라는 끼아라 루빅의 말에 감명 받아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아 사업회에 참가하려면?

 

마리아 사업회에는 연령,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마리아 사업회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구역별로 열리는 포콜라레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한국포콜라레 모임 안내 참조 http://www.focolare.or.kr) ‘하루 마리아폴리’나 여름에 3~4일 일정으로 열리는 ‘마리아폴리’는 포콜라레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다.

 

많은 신자들은 ‘젠(GEN)’, 혹은 젠 노래 등의 용어에 익숙하다. 젠이란 마리아 사업회에 속한 유아, 청소년, 젊은이들의 부문을 말한다. 마리아 사업회에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 어른 등 평신도뿐만 아니라 사제, 수도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국내 회원은 약 2000명이다. 또 2만여 명이 ‘생활 말씀’ 모임을 통해 마리아 사업회의 영성을 경험하고 있다.

 

마리아 사업회에는 각자 자기의 사회적 직업을 유지하면서 마리아 사업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삶을 사는 ‘솔선자’ 그룹이 있다. 또 수도자들처럼 가난과 순명, 정결을 서약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포콜라리노(남성)’와 ‘포콜라리나(여성)’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포콜라리노와 포콜라리나는 모두 48명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29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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