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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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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 성사, 하느님 사랑과 만남 그리고 사귐

31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2-07-12

[알아볼까요] 성사, 하느님 사랑과 만남 그리고 사귐

 

 

20대 초반 청년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던 시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통상적으로 평일 미사 후에 레지오 마리애 주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미사 강론에서 본당 신부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미사 봉헌이 있는데도 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레지오 회합만을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때에는 왜 저런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그 의미를 잘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평일 저녁 미사에서 유독 비슷한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평일에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이나 생업에 관련된 일을 하다가 미사 시간에 못 맞추고 레지오 회합만 겨우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분들은 일부러 미사를 빠지는 것 같지 않은데 왜 신부님은 그런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시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 안에 있으며, 그 미사가 그 목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체험하게 해주는 살아있는 장(場)임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목적은 바로 첫 번째 감실이셨던 성모 마리아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룸으로써 오늘 여기서 나 자신이 성령의 도움으로 새로운 그리스도인, 곧 성령의 도유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듯이 그리고 사랑하여 만나러 왔고 함께 사셨듯이 당신을 닮기 위해 당신을 만나고 사귀기 위하여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당신을 닮는 사랑 안에 당신 또한 세상 끝날까지 성령 안에서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을 통해 이 계명 실천이 우리만의, 우리 만에 의한 사명이 아니라 당신의 계속되는 구원 역사임을 드러내셨습니다.

 

우리와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은 예수님의 사랑에 충만한 공생활과 파스카 사건에서 흘러나오는 성사를 통해 교회 안에서 지속됩니다. 그렇기에 성사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드러내는, 그리고 그분 사랑으로 가득 찬 보물창고입니다. 이 성사 안에서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을 나누고 사귐으로써 세상 안에서 또 다른 예수 그리스도, 곧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니다.

 

 

성사는 하느님과의 충만한 데이트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도유를 받은 자’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도유를 받은 그리스도, 곧 구원자(메시아)이셨듯이 우리는 성사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그분을 만나고 그분과 사귀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렇기에 성사는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과 사랑을 나누게 하는 살아있고 생기 넘치는 하느님과의 데이트입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더욱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랑을 나누고 사귀는 이들은 시나브로 서로를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의 충만한 데이트 안에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되며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1요한 2,5) 성사는 바로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고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사의 의미를 요한 사도는 자신의 첫 번째 편지 3장 23절과 24절에서 잘 보여줍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을 우리는 바로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가 근본으로 지향하는 하느님과의 일치가 성사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사귐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을 단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단원들의 성사 생활을 지난 2년여의 코로나 상황이 어렵게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성사 참여의 어려움은 하느님 사랑에 일치된 삶을 어렵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깨닫고 얻은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그동안 우리가, 성사가 주는 근본적인 의미를 마음에 깊이 담고 살지 못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성사가 주는 풍요로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성사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던 그때에는 성사가 전하는 사랑의 하느님과의 만남과 사귐은 우리 삶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더 즐거운 일상을 성사가 가로막고 방해한다고 생각하였던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참여가 코로나로 어려워지면서 성사를 통한 사랑의 충만함을 채우지 못하는 갈증과 목마름이란 호된 경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제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성사 참여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에 일치함으로써 놀라운 신앙의 모범을 드러내신 성모 마리아를 닮은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하느님 사랑을 만나고 그 깊은 만남 속에 우리 마음과 삶을 하느님 사랑으로 충만케 할 성사 참여의 기회가 소중하게 다가온 것입니다.

 

 

하느님은 성사 안에서 우리를 만나고 우리의 사랑을 원하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서로 함께 사랑 안에서 만나고 사귀면서 사랑으로 더욱 충만해지지 못하는 때와 맞닥뜨리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지내본 분들은 이러한 고통을 체험해봤을 것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성사 안에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고 우리의 사랑을 받고자 하십니다. 그렇게 우리와 깊은 사랑의 사귐을 성사 안에서 갖기를 원하십니다. 그 사랑의 데이트를 통해서 우리가 사랑으로 충만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라십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교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으로 부름 받고 있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40항) 곧 우리를 하느님과 이웃과 하나로 일치시키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가 사랑 충만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이러한 소명은 “세례성사 안에 뿌리박고 있으며, 다른 성사들, 주로 성체성사 안에서 새롭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입고 그분의 성령으로 새롭게 되었으므로”(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16항) 바로 여러분은 ‘거룩’합니다. 성사 안에서 전달되는 하느님의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7월호, 기정만 에제키엘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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